카지노 등 복합 리조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그룹이 3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일본 무비자 관광 재개 등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등 호재도 감지된다. 시장에서도 실적 개선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분위기를 탄 파라다이스는 올해를 '부활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외국 카지노 VIP 모객은 물론 복합리조트를 통한 내국인 수요 확대도 나선다.
카지노 끌고 호텔 밀고
17일 업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그룹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04억원을 거뒀다. 전년(영업손실 552억원) 대비 흑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파라다이스의 매출은 5876억원으로 41.8% 증가했다. 순이익도 160억원을 기록해 전년(786억원 손실) 대비 역시 흑자 전환했다. 특히 성수기가 이어졌던 4분기가 효자였다. 이 기간 매출은 19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3% 증가했다.
자회사별로 카지노·스파 사업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가 지난해 4분기 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1년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첫 흑자전환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620억원을 거뒀다. 특히 카지노 부문 매출이 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7% 성장했다. 스파 부문도 내국인 레저 수요 증가에 전년 동기 대비 110.7% 성장한 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을 운영 중인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도 지난해 카지노 부문 매출이 527.6% 증가한 719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6.1% 증가한 1008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3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카지노 매출과 호텔 부문은 여행·레저 수요 증가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매출 회복 흐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파라다이스의 '계획'
엔데믹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이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일본 무비자 관광 재개가 카지노 실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파라다이스는 과거부터 일본 VIP 모객에 강점을 보여온 기업이다. 일본 세가시미홀딩스와의 합작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등 현지 네트워크가 풍부하다. 실제로 코로나19 이전 파라다이스의 VIP 드롭액 중 일본 비중이 42%로 가장 컸다.
호텔 부분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 효과도 톡톡히 봤다. 억눌려온 여행·레저 수요가 터져 나오면서다. 실제로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한 272억원, 영업이익은 1353% 늘어난 57억원을 기록했다. 성수기 호텔 매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객실점유율(OCC)과 평균객실료(ADR) 모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파라다이스는 흑자 전환을 맞아 본격적인 날개를 편다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는 올해 핵심 시장인 일본 시장 집중 공략에 나선다. 현지 VIP 마케팅을 더욱 강화한다. 카지노 사업 외에 복합리조트를 통한 내국인 여행수요 확대에도 나선다. 영업장과 부대시설을 '완전체'로 가동한다. 숙원 사업이던 '장충동 호텔' 개발 사업도 속도를 낸다. 현재 호텔 부지의 본사를 옮겨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짙었던 먹구름 갤까
전망도 밝다. 다가오는 가장 큰 호재는 중국이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하고 있다. 성공 가능성에 우려가 있었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 이후에도 재확산 징후는 없었다. 중국은 일본과 함께 국내 관광산업의 큰 손이다. 카지노는 물론 호텔 리조트 부문이 실적 개선이 더 빨라질 수 있다. 중국은 오는 18일부터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시장서도 실적 개선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중국 리오프닝 모멘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의 매출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80%로 인력 유지, 적자 사업부인 '아트 파라디소'와 '클럽 크로마' 개장 지연 등 효율성 중심의 경영으로 12.6%의 영업이익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물론 변수도 있다. 현재 일본,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카지노를 전략 사업으로 키우고 있어서다. 이들은 팬데믹 이전부터 카지노 사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경쟁력 강화를 논의해왔다. 특히 일본은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둔 지난 2018년 카지노를 합법화했다. 현재 3개의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대규모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 중이다. 카지노 규제가 심한 한국의 파라다이스에겐 리스크다.
특히 일본은 한국과 거리가 가깝다. 외국인 관광객 뿐 아니라 국내 수요도 빨아들일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에 이어 태국까지 대형 카지노를 갖춘 복합리조트가 들어선다면 국내 관광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엔데믹으로 국제적 관광 수요가 터져나오는 시기, 이들과 경쟁이 치열해 질 수 있다. 파라다이스 입장에서는 악재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