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인사이드 스토리]'도시전설' 쿠팡의 홈플 인수설 파헤쳐 보니

  • 2023.11.02(목) 06:50

계속되는 쿠팡의 '홈플러스 인수설'
'온·오프' 패자 노린다…관측 '무성'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희박'

유통업계에서 도시전설(?)처럼 이어지는 '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쿠팡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입니다. 이커머스를 제패한 쿠팡이 앞으로 오프라인 사업을 넓힐 것이란 관측에서죠. 마치 미국의 아마존처럼 말입니다. 특히 올해 연간 흑자가 예상되면서 최근 다시 힘을 받는 듯합니다. 반면 홈플러스는 영업적자가 늘어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죠.

쿠팡 홈플러스 인수설의 시작은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홈플러스 임일순 대표가 퇴임하고 경영 공백이 커지면서 관련 이야기가 돌았습니다. 특히 홈플러스의 모회사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시급했던 만큼 여러 후보군 중 하나로 쿠팡이 꼽히기 시작했죠. 이는 현재까지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쿠팡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은 꽤나 흥미로운 주제니까요.

인수설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이커머스가 대형마트를 인수한 선례가 있습니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홀푸드마켓을 인수했습니다. 온라인 식료품 배송 사업을 오프라인으로도 확장하려는 옴니 채널 전략의 일환이었죠. 당시 홀푸드마켓은 미국에 약 45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던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입니다.

쿠팡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쿠팡은 그동안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공언해왔습니다. 로켓배송 등 아마존의 궤적을 그대로 따라하며 국내에서 성공했습니다. 쿠팡은 온라인 식료품 서비스인 로켓프레쉬를 운영하고 있죠.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고요. 이런 점들에 비춰 보면 홈플러스가 적합한 매물이라는 분석이 많았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온·오프라인 유통 양쪽 모두를 차지한 패자는 아직 없습니다. 신세계가 쓱닷컴을 가동하며 이를 노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반면 쿠팡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 단번에 이마트의 뒤를 쫓을 수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현재 약 130개의 대형마트, 약 300개의 대형슈퍼마켓 점포를 보유하고 있죠. 이마트에 이어 2위 규모입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일반론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배제하고 '긍정 회로'를 가동한 내용이라는 거죠. 업계에서는 쿠팡의 홈플러스 인수 가능성은 앞으로도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형마트의 밸류는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매장 수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죠. 쿠팡이 굳이 이런 상황에 뛰어들어 리스크를 감당할 리는 만무합니다. 

대형마트와의 시너지도 물음표입니다. 일각에선 쿠팡이 홈플러스 매장을 물류센터 등으로 전환해 사용할 가능성을 점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역시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합니다. PP센터(Picking&Paking) 리모델링도 필요하고요. 기존 물류센터와 다른 유형의 풀필먼트 센터도 갖춰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 비용만 2조원 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인수 자체에도 엄청난 금액이 들 겁니다. MBK파트너스는 과거 약 7조원을 들여 테스코에게서 홈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 대형마트의 가치가 떨어졌다 해도 엇비슷한 금액이 들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신선식품은 대형마트를 인수하면서까지 꼭 차지해야 할 큰 시장이 아닙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선식품은 전체 상품군 가운데 약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게 되면 노사이슈도 감당해야 합니다. 홈플러스는 노조가 강성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때문에 임금 협상도 제대로 못 할 정도였습니다. 과거 노조가 연말 세일기간 파업을 선언하기도 했죠. 쿠팡은 앞서 택배노동자 사망 등 노동 이슈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어떻게 든 거리를 두고 싶은 것이 지금의 쿠팡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가 큰 홈플러스 인수는 마뜩잖은 일일 수 있죠. 

무엇보다 쿠팡의 관심은 이제 국내가 아닌 해외입니다. 한국의 내수 시장은 계속 줄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합계 출산율 0.7명 붕괴를 앞두고 있습니다. 반면 고령 인구는 급격히 늘고 있죠. 국내만 집중하고 있다가는 하루아침에 성장세가 꺼질 수 있습니다. 국내보다는 해외 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대만에 신규 물류센터를 짓는 등 해외로 뻗어 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쿠팡에게 홈플러스 인수는 남는 장사가 아닐 겁니다. 물론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쿠팡은 항상 공격적인 투자를 해 왔으니까요. 김범석 쿠팡 의장은 나스닥 상장 이후 물류와 유통에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했죠. MBK 역시 여전히 엑시트를 원하고 있고요.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지면 '쿠팡플러스'가 될 수도 있겠죠. '도시전설'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입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