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김포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DF2(담배·주류) 구역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DF1(화장품·향수) 운영사인 롯데가 DF2까지 낙찰 받으면 김포공항 면세점을 독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롯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신라는 공항면세점 사업자를 복수로 선정해야 한다는 과거 정부의 결정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 싹쓸이 나올까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다음달 6일 김포공항 면세점 DF2 특허심의위원회를 열고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 앞서 한국공항공사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등 4개사 중 롯데와 신라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롯데와 신라는 다음달 6일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각사의 강점과 사업 계획을 설명할 예정이다.
김포공항 출국장에는 DF1과 DF2 2개 사업권이 있다. 원래 이 2개 사업권은 동시에 입찰을 진행해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해왔다. 하지만 2018년 중견면세점인 시티플러스가 임대기간 중도에 철수, DF2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동시 입찰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DF1 구역은 롯데면세점이 지난 2022년 최장 10년의 운영권을 받아 운영 중이다.
이전까지는 2개 구역 입찰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2개 사업자가 선정됐지만 시티플러스의 중도 이탈로 입찰 일정이 엇갈리면서 롯데의 '독식' 가능성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롯데면세점이 김포공항 2개 구역을 모두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단일 사업자가 김포공항 면세점을 모두 운영하게 되면 프로모션 등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필요성이 낮아지면서 가격 인상을 포함해 소비자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오히려 단독 사업자가 운영할 경우 운영의 효율성을 키울 수 있고, 2개 구역에서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이 개선된다고 주장한다. 또 독과점이 문제가 됐다면 한국공항공사가 4개 후보자들 중 롯데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게 롯데의 입장이다.
독점 안 돼vs입찰가 우선
김포공항의 '독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김포공항 면세점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사업권이 2개로 쪼개졌고 2개 사업권의 독점을 허용하느냐 여부를 두고 한국공항공사와 관세청이 '힘겨루기'를 벌였다.
당시 김포공항 면세점은 롯데면세점이 단독으로 운영 중이었다. 이를 확장하면서 사업권을 2개로 나누는 것을 두고, 실질적으로 자리를 임대하는 공항공사와 면세점 운영권 인허가권을 쥔 관세청이 의견을 달리했다.
공항공사는 면세점 규모가 여전히 협소하기 때문에 단일 사업자 방식을 고수했다. 반면 관세청은 면세점 규모가 2배 이상 확장되는 만큼 복수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입찰이 두 차례나 유찰되기까지 했다. 결국 국무총리실이 행정조정까지 나서면서 복수 사업자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이 났다. 김포공항의 2개 구역을 서로 다른 사업자가 운영할 길이 열린 것이다.
2018년 시티플러스 철수 당시에도 롯데와 신라는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였다. DF1을 운영 중이던 롯데가 시티플러스가 철수한 DF2 사업권마저 가져가는 것을 두고 독점인지 아닌지가 쟁점이었다. 결국 신라가 사업권을 획득했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 역시 2011년에 결정된 '룰'대로 복수 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는 게 신라 측 주장이다. 김포공항 외에 인천 등 다른 주요 공항들에서도 복수사업자 선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2011년에도 복수 사업자 방식을 택하되 2개 사업권에 중복 입찰을 허용했다. 높은 입찰가를 써낸 회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만큼, 2개 구역 모두에 한 회사가 입찰을 해 최고가를 써내는 경우 김포공항 면세점을 '싹쓸이'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규모 작아도 소중해
독점 논란은 공항 면세점 입찰 때마다 반복되는 이슈다. 대부분의 공항은 사업권이 여러개로 나뉘어있다. 이 사업권을 어떻게 나눠 갖느냐가 면세사업의 핵심이다. 롯데, 신라를 포함한 면세점업계는 2015년 제주공항 면세점, 2018년 인천공항 면세점 등 입찰 때마다 독점 여부를 두고 서로를 공격해왔다.
사실 이번에 입찰이 진행되는 김포공항 면세점의 매출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다. 김포공항 면세점의 전체 매출 규모는 김해국제공항보다도 적다. 이번에 나온 DF2 구역의 연매출은 약 400억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면세점들이 김포공항에 열을 올리는 것은 최근 면세업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활로를 찾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3조7586억원으로 전년보다 22.8%나 쪼그라들었다.
실적이 악화하다보니 각 업체들이 중국인 보따리상(유커)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줄였고, 유커의 방문이 줄면서 매출도 감소했다.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작은 공항 면세점이라도 차지하려 하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시장이 수년 전과 비교해 크게 위축돼 있다보니 사업권 하나하나가 중요해졌다"며 "관세청이 독점 여부와 함께 사업 역량 등을 철저히 검토해 적합한 사업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