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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성급은 없다?" 호텔 등급 어떻게 매겨질까

  • 2024.07.07(일) 13:00

[생활의 발견]2015년 5성 호텔 등급 제도 도입
세계적으로도 5성뿐…6성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

[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결정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숙소입니다. 숙박시설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은 호텔일텐데요. 최근 '호캉스'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여행 계획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

호텔을 결정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아마 '별'이겠죠. 별이 많을수록 좋은 호텔이라는 뜻이니까요. 현행 호텔 등급제도에서는 5성이 가장 높은 등급인데요. 지난 3일 기준 전국에는 67개의 5성급 호텔이 있습니다. 그런데 호텔을 찾다보면 '6성급' 더 나아가 '7성급'이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7성급 호텔은 정말 있는 걸까요?

무궁화에서 별로

국내 호텔 등급 제도는 197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관광숙박시설과 서비스의 수준을 효율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목적으로 도입됐는데요. 처음에는 정부에서 심사를 담당했고, 1999년부터 민간단체 두 곳에서 별도로 등급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호텔 등급 표지 예시. / 사진=호텔업 등급결정사업 홈페이지

이후 2014년 관광진흥법 개정 때까지 '무궁화' 등급 제도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무궁화 등급은 특1·2급, 1·2·3급 등으로 나뉘는데 무궁화 개수와 색깔로 등급을 구별했습니다. 최고 등급인 특1급은 금색 바탕에 무궁화 5개로 표시된 등급 표지를 붙일 수 있습니다. 아래 등급은 모두 녹색 바탕 표지에 특2등급은 무궁화 5개, 1등급은 무궁화 4개 등으로 개수를 줄여 표시했습니다. 지금도 고급 호텔을 말할 때 '특급호텔'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이 표현도 이 때 등급 제도의 흔적입니다.

이후 2014년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면서 2015년부터 현재의 별 등급 제도가 도입됩니다. 이전까지 평가기관이 두 곳이었기 때문에 평가가 이원화 돼있었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맞춰 등급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었죠. 이 때 문화체육관광부는 등급 결정 업무를 한국관광공사에 위탁했고, 평가 기준과 방법도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일정 수준 증명

이후에도 호텔 등급 제도는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한국관광협회중앙회(제주 제외)에 다시 이관돼 민간에서 등급 결정을 맡고 있지만, '5성'을 최고로 하는 별 등급 제도는 계속 유지 중입니다.

현재 호텔 등급 평가표에는 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다양한 기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관광호텔 4성급은 △레스토랑 2개 이상 △피트니스·수영장·사우나·스파 등 부대시설 1개 이상 △5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연회장 1개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5성급은 3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필수이고 더 큰 연회장을 갖춰야 합니다. 또 한국전통호텔, 가족호텔, 소형호텔 등 호텔 업종별로도 평가 기준과 배점이 다르게 적용됩니다.

‘특1급’ 등급을 유지 중이던 이랜드파크의 켄싱턴호텔 평창이 최근 5성 관광호텔 등급을 받았다. 5성 호텔 획득을 기념해 지난달 13일 이랜드파크 이지운 대표(왼쪽부터 여섯 번째), 국내호텔 권순범 BU장(왼쪽부터 다섯 번째), 이랜드파크 조리 총괄 김순기 상무(왼쪽부터 여덟 번째), 켄싱턴호텔 평창 변종원 총지배인(왼쪽부터 네 번째) 등 관계자들이 현판식에 참석했다. / 사진=이랜드그룹

호텔 등급은 당연히 5성이 가장 좋은 호텔이라는 의미지만 1·2성이라고 나쁜 호텔은 아닙니다. 1·2성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깨끗한 객실과 욕실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또 조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안을 위한 안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4성이라고 해서 5성보다 나쁜 호텔인 것도 아닙니다. 필수 시설이 부족해 등급은 낮게 책정됐지만 세부 평가에서는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한 4성급 호텔도 있죠.

호텔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과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게다가 100만~200만원대의 수수료를 내야하죠. 이 때문에 모든 호텔이 등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호텔 등급 결정을 받은 호텔들은 3년마다 재평가를 받게 되고요. 중간중간 불시점검이 시행되므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서비스와 시설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니 일단 1성이라도 호텔 등급을 받았다는 건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와 시설을 갖췄다는 의미라고도 볼 수 있겠죠. 7월 3일 현재 유효한 등급을 보유한 호텔 수는 전국 797곳(제주 제외)입니다.

참고로 제주 지역의 경우 1999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서 제주 소재 호텔을 별도로 심사하고 있습니다.

해외는

이처럼 현행 호텔 등급 제도의 최고점은 5성입니다. 호텔 중 '6성급'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실제로 존재하는 등급은 아닙니다. 일부 호텔에서는 5성 호텔보다 더 좋은 호텔이라는 의미로 6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호텔들이 점점 더 고급화 하고 있다 보니 현행 등급 제도의 5성 기준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좋은 호텔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6성이라는 등급이 실제로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과장 광고'라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호텔 등급을 허위로 표시한다면 제재를 받을 수 있어 최근에는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 6성급 호텔을 본 적이 있다면 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서도 호텔 등급은 1~5성으로 나뉩니다. 유럽의 호텔스타스유니언(Hotelstars Union), 영국의 AA(the Automobile Association), 다른 국가의 관광 관련 부처도 5성 등급을 사용합니다.

서울신라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노스 윙. / 사진=호텔신라

다만 국가별로, 기관별로 평가 기준이 다소 다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포스브 트래블 가이드(Forbes Travel Guide)'가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적용하는 5성 호텔 등급 시스템을 최초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2017년도부터는 한국 호텔들에 대한 평가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초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는 서울신라호텔과 포시즌스 서울 호텔 등 2곳을 5성 호텔로 선정했습니다. 웨스틴 조선 서울, 시그니엘 서울, 콘래드 서울, 파라다이스시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또다른 호텔들은 4성을 받았습니다. 한국과 평가 방법, 기준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죠.

이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7성급 호텔은 정말 있는 걸까요? 7성급 호텔이라는 용어 자체는 1999년 두바이의 한 호텔이 오픈할 당시 어떤 기자가 처음 사용한 표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호텔이 얼마나 고급스럽고 우수한지를 다소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었겠죠. 

실제로 7성 인증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호텔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호텔인데요. 이 호텔은 2007년 오픈 당시 스위스의 평가 및 검증 회사로부터 7성을 인증 받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인증을 획득한 게 맞느냐에 대해서는 진실공방이 있었다고 하네요. 정말 등급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 등급의 유효기간은 2011년 끝났다고 합니다. 그래도 이 호텔은 현재도 세계의 유일한 7성 호텔로 알려지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합니다.

어느덧 여름 휴가철입니다. 여름을 맞아 전국 각지로 여행을 떠나 호텔에 묵으신다면, 호텔 입구의 '등급 현판'을 확인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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