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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배민, '유료 멤버십' 시동은 걸었지만

  • 2024.07.10(수) 07:20

쿠팡 와우의 반값으로 승부수…혜택은 '미정'
점주 '배민1플러스' 가입 유도 목적도
쿠팡 견제·수익성에 급급…새 전략 필요

/그래픽=비즈워치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배달의민족'이 지난 9일부터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의 사전 가입 프로모션을 시작했습니다. 배민클럽의 공식 유료화는 다음달 20일부터지만, 배달의민족은 그에 앞서 약 한 달 남짓 고객의 가입을 유도하는 프로모션을 펼칩니다. 그런데 사전 프로모션이 시작됐는데도 확실하게 공개된 멤버십 혜택은 '알뜰배달 무료'가 전부입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5월 28일 배민클럽 도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당시에도 가격과 혜택을 전혀 공개하지 않았는데요. 배민클럽 도입을 예고한 건 4월 말이었지만 한 달이 지난 후에도 가격과 혜택을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배민클럽의 가입비도, 혜택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배민클럽 공식 가입을 시작하면서도 추가로 공개된 건 '가격'뿐입니다. 현재 배달의민족 앱 상에 공개된 사전 가입 프로모션 페이지를 보면 △인기 브랜드 혜택 △배민 장보기 쿠폰팩 △제휴 혜택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돼있는데요. 여기에 사용된 롯데시네마, 에너지플러스 로고로 미뤄볼 때 배민클럽에 영화관 할인, 주유 할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물론 배달의민족이 아직 밝힌 내용은 없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달 20일 배민클럽 공식 유료화 후 공개한다고 하네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이런 구독제, 유료 멤버십에 가입할 때 가장 먼저 비교하는 것은 '가격'과 '혜택'입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은 두 달 이상 이 두 가지를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 프로모션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배민클럽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 치고는 두 달이 넘도록 밝혀진 게 가격과 알뜰배달 배달 무료 뿐이라는 건 조금 이상합니다. 배민클럽 도입을 꽤 서두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쿠팡의 반값인데…혜택은 '글쎄'

배달의민족이 배민클럽 도입을 서두르는 건 쿠팡이츠의 추격 때문입니다. 쿠팡이츠는 지난 4월 쿠팡 유료 멤버십 '와우'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5월에는 무료배달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했습니다.

이 덕분에 쿠팡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시장 2위에 올랐죠.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쿠팡이츠의 지난 5월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월보다 두 배 성장한 20%를 기록했습니다. 쿠팡이츠의 6월 월간 활성화 이용자 수(MAU)도 전월 대비 5.3% 증가한 771만명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쿠팡이츠 앱 출시 이후 최대치입니다.

사진=와이즈앱·리테일·굿즈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쿠팡이츠로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더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유료 멤버십은 '락인(lock-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객들은 유료여도 그 이상의 혜택을 받으려고 멤버십에 가입하고, 이후에도 혜택을 받기 위해 계속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굳이 같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경쟁사에 유료로 가입하지는 않습니다.

배민클럽의 공식 유료화 시점이 쿠팡 기존 회원의 가격 인상 적용 후라는 점은 쿠팡을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입니다. 쿠팡은 다음달 7일 기존 회원에 대한 쿠팡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을 단행합니다. 쿠팡 와우 멤버십 요금은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약 58.1% 인상됩니다. 반면 다음달 20일부터 정식으로 적용되는 배민클럽의 월 회비는 3990원입니다. 쿠팡 와우와 비교하면 딱 절반이죠. 배달의민족이 오래 고심해 책정한 가격이 쿠팡 와우의 반값인 점도 눈길을 끕니다.

쿠팡 멤버십 가격이 오르면 쿠팡 서비스를 더 많이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에서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배달비를 내면서 배달의민족을 이용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반면 일부 와우 회원들은 멤버십을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 중 일부는 무료 배달 혜택을 위해 배달의민족 배민클럽 가입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캡처

쿠팡 와우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400만명에 달하는데요. 와이즈앱이 추정한 지난달 사용자수가 771만명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단순 계산하자면 와우 회원 절반은 쿠팡이츠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절반의 와우 회원들은 배달앱을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쿠팡이츠의 경쟁사를 이용하고 있겠죠. 쿠팡이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도 배달의민족을 쓴다는 건, 그만큼 배달의민족을 더 편하게 생각하거나 이미 익숙해진 고객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이런 고객들을 배민클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관건은 배민클럽의 혜택입니다. 쿠팡 와우에는 국내 최대 이커머스인 쿠팡의 무료 배송, 무료 반품 혜택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OTT 서비스 '쿠팡플레이'와 배달앱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이용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 공개된 배민클럽의 혜택은 쿠팡과 비교하기엔 초라한 수준입니다. 영화관 할인, 주유 할인은 카드사, 통신사 등에서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죠. 배달의민족이 배민클럽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려면 헤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배민1플러스 이용하세요"

물론 배민클럽의 목적은 단순히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배민클럽을 통해 점주들을 '배민1플러스'로 더 많이 가입하도록 유도하려는 전략도 숨어있죠.

배민클럽 알뜰배달 무료 헤택을 받을 수 있는 음식점은 앱 상에서 '배민클럽' 표시가 된 곳들입니다. 가게들이 배민클럽에 가입하기 위해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고요.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는 가게들 중 배달의민족이 정한 기준에 맞는 곳이라면 자동으로 배민클럽 표시를 달게 됩니다. 이 기준에는 주문 취소율, 조리시간 준수율, 가게 운영시간 준수, 메뉴 이미지 등록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고객 만족도 관리를 잘하는 가게들에게 배민클럽 혜택을 주겠다는 의도입니다. 다만 반드시 배민1플러스 이용 가게여야 하죠.

배민1플러스는 지난 1월 배달의민족이 새롭게 도입한 서비스입니다. 가장 큰 특징은 수수료를 '정률제'로 받는다는 건데요. 주문 건당 중개수수료 6.8%와 배달비 2500~3300원, 결제수수료가 부과됩니다. 배달팁은 음식점이 정할 수 없고 배달의민족이 자동으로 설정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배달의민족은 또 다른 요금제 '가게배달'도 운영 중인데요. '가게배달'은 일정 금액의 광고료를 지불하고 노출도를 높이는 정액제입니다. 가게배달의 대표 서비스인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입니다. 일반적으로 배민1플러스 점주들이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배달의민족에 지불합니다. 그러니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배민1플러스를 이용하는 가게가 늘어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게다가 입점 가게들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배달의민족이 거둬들이는 수수료는 더 늘어납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민클럽 무료 체험 기간을 운영하는 동안 배민클럽이 아닌 식당들은 주문량이 뚝 떨어졌다고 하소연 합니다. 무료 배달을 원하는 고객이라면 당연히 배민클럽 표시가 있는 식당에서만 주문을 할테니까요. 배민클럽이 되려면 배민1플러스를 이용해야 하므로 기존 가게배달 이용 식당들 중 고심하는 곳이 꽤 있다고 하네요. 배달의민족이 이런 식으로 배민1플러스 가입을 유도한 후 나중에는 정액제인 가게배달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다건 배달' 늘릴까

일각에서는 배달의민족이 서서히 단건 배달 비중을 줄여갈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배달의민족 '배민1'은 단건 배달인 '한집배달'과 다건 배달인 '알뜰배달'로 나뉘는데요. 이 중 배민클럽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알뜰배달 뿐입니다. 한집배달 배달비도 1000원이지만 이미 유료로 멤버십을 이용중인 고객이라면 무료인 알뜰배달을 더 선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알뜰배달 비중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배달 수요 급증과 라이더 부족으로 단건 배달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배달의민족도 최근 한집배달을 두고 홍역을 겪었습니다. 한집배달 주문 두 건을 라이더 한 명에게 배정했다는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두 건이 배정됐다 하더라도 라이더가 한 곳의 음식을 가져가는 즉시 배달하고 다른 곳 주문을 수행하므로 한집배달이 맞다는 설명입니다. 조리 소요 시간이 긴 식당 주문을 미리 배차하는 식으로 '효율화'를 하다보니 생긴 오해라는 거죠.

이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최근 단건 배달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배달의민족도 대응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게다가 알뜰배달은 한 명의 라이더가 같은 시간에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배달의민족 입장에서는 매출을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지난 9일부터 개정된 약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기존 약관에는 "업주는 배송기사가 배민1서비스로 접수된 주문의 배달과정에서 다른 주문에 대한 배달을 연결해 수행했거나 또는 동시에 수행했다는 이유로 회사나 배송기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는데요.

여기에 "주문 폭주, 악천후, 교통마비 등으로 인해 이용자가 선택한 배달방식의 정상적인 제공이 어려운 경우 (…) 배달방식이 변경될 수 있음을 안내받은 이용자에 한해 다른 방식으로 상품이 배달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주문이 폭주할 경우 고객과의 동의 하에 한집배달을 알뜰배달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더한 겁니다. 다만 배달의민족은 단건 배달을 줄일 계획은 전혀 없으며 앞으로도 배차를 효율화 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이렇듯 배민클럽 도입에는 배달의민족이 처한 어려움과 고심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최근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 쿠팡의 추격은 물론 이국환 전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임을 두고 모기업인 DH(딜리버리히어로)와의 불화설까지 나오고 있죠.

배달의민족은 한때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사업으로 배달앱 시장을 선도하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은 수익성 확보에만 매몰돼 새로운 전략 없이 경쟁사를 따라가는 데 급급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도 최근 배달의민족은 퀵커머스를 강화하는 등 자체 경쟁력 확보의 노력도 하고 있는데요. 배달의민족이 앞으로 어떤 전략으로 다시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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