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발견]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소재들을 다룹니다. 먹고 입고 거주하는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우리 곁에 늘 있지만 우리가 잘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그 뒷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생활의 발견]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여러분들은 어느새 인싸가 돼 있으실 겁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편집자]
초콜릿 좋아하시나요? 많은 분들이 초콜릿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 특유의 향이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식감도 인기 요인입니다. 판초콜릿처럼 초콜릿 자체로도 많이 즐기지만, 케익, 과자 등 초콜릿을 더한 디저트류도 인기입니다. 초콜릿 종류도 정말 다양하죠. 이런 초콜릿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신이 내린 음식
우선 초콜릿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은 초콜릿류를 "코코아가공품류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여 가공한 초콜릿, 밀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 준초콜릿, 초콜릿가공품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코코아가공품류는 뭘까요. 식품공전에는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의 씨앗으로부터 얻은 코코아매스, 코코아버터, 코코아분말과 이를 주원료로 하여 가공한 기타 코코아가공품을 말한다"고 돼있습니다.
테오브로마 카카오는 카카오 나무의 학명입니다.'테오브로마'는 고대 그리스어로 '신이 내린 음식'이라는 뜻이라고 하죠. 크리올로(Cliollo), 포라스테로(Porastero), 트리니타리오(Trinitario)가 현재 대표적인 카카오 나무 품종입니다.
카카오 나무에서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면 껍질 안에 20~60개 가량의 백색 또는 엷은 자색의 씨앗이 들어있는데, 이게 바로 초콜릿의 원료가 되는 카카오 빈입니다. 카카오 빈은 껍질, 배아, 배유로 구성돼 있습니다. 카카오 빈은 지방을 약 50% 함유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코코아버터'입니다. 껍질을 벗긴 후 압착해서 얻어낼 수 있습니다.
카카오 빈을 수확하면 몇 가지 가공 단계를 거칩니다. 우선 농장에서는 카카오 빈을 발효, 건조합니다. 이를 공장으로 가지고 오면 카카오빈을 고온에서 볶아 수분을 날린 후 파쇄합니다. 껍질과 배아를 제거하고 배유 부분만 분리하기 위해서인데요. 이 배유 부분을 거칠게 갈아내면 우리에게 익숙한 카카오닙스가 됩니다.
카카오 배유를 곱게 갈게 되면 코코아버터가 녹아 나오면서 반죽처럼 변하는데 이를 '카카오매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코코아분말은 카카오매스에서 코코아버터를 제거하고 남은 찌꺼기를 가루로 만든 것을 말하죠.
카카오매스 양이 가른다
이제 식품공전의 정의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카카오 배유로 만든 카카오매스, 카카오 빈에서 추출한 코코아버터, 기름을 제거한 카카오매스를 가루로 만든 코코아분말에 추가 재료를 더해 만든 것이 바로 초콜릿류입니다.
식품공전은 초콜릿류를 크게 △초콜릿 △밀크초콜릿 △화이트초콜릿 △준초콜릿 △초콜릿가공품으로 나눕니다. 이 분류는 코코아고형분, 즉 무지방 코코아고형분과 코코아버터의 함량을 기준으로 합니다.
우선 가장 기본적인 초콜릿은 코코아고형분 함량 30% 이상(코코아버터 18% 이상, 무지방 코코아고형분 12% 이상)인 것으로 식품공전은 정의합니다.
밀크초콜릿은 우유에서 수분을 제거한 '유고형분'을 더한 초콜릿을 말합니다. 우유가 그대로 들어가진 않지만 '분유'가 들어가는 셈이죠. 식품공전 기준으로는 코코아고형분을 20% 이상 함유하고 유고형분이 12% 이상이어야 한다네요.
화이트초콜릿은 카카오매스에서 다갈색의 카카오고형분을 제거하고 남은 코코아버터로만 만든 초콜릿을 뜻합니다. 유고형분을 더하면 화이트초콜릿이 됩니다. 하얀 색을 띠는 것은 이처럼 카카오고형분이 들어가지 않아서입니다. 식품공전은 코코아버터를 20% 이상 함유하고, 유고형분이 14% 이상인 것을 화이트초콜릿으로 분류합니다.
그렇다면 다크초콜릿은 뭘까요? 식품공전의 초콜릿 분류에는 다크초콜릿에 대한 규정이 없습니다. 다크초콜릿은 밀크, 화이트초콜릿과 분류하기 위한 명칭입니다. 카카오매스에 코코아버터, 설탕만 넣은 초콜릿인데, 식품공전의 '초콜릿'이 바로 다크초콜릿인 셈이죠. 다만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카카오 함량이 높아 쓴맛이 나는 초콜릿을 다크초콜릿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카카오매스와 코코아버터, 설탕을 더하면 초콜릿(다크초콜릿)이, 여기에 분유를 더하면 밀크초콜릿이 됩니다. 카카오매스 없이 코코아버터와 분유, 설탕만 더한 것은 화이트초콜릿입니다.
가짜 초콜릿?
식품공전의 초콜릿 분류에서 가장 '미움 받는' 건 아마 준초콜릿일 겁니다. 준초콜릿이란 코코아고형분 함량 7% 이상인 것을 말합니다. 이미 언급한 밀크, 화이트, 다크 초콜릿과 달리 코코아버터에 대한 언급이 없죠. 준초콜릿에는 코코아버터를 대신해 '식물성 기름'이 들어갑니다. 준초콜릿의 장점은 가격이 싸고 유통이 쉽다는 점입니다. 대신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어딘가 미끌거리고 겉도는 맛이 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가짜 초콜릿'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국내 제과 기업들이 만드는 초콜릿 제품, 초콜릿이 코팅된 과자류는 대부분 준초콜릿입니다. 준초콜릿이 코팅용 초콜릿으로 활용되는 건 '템퍼링'이 필요 없기 때문입니다. 템퍼링은 초콜릿을 적당한 온도로 녹였다가 굳히는 과정을 통해 코코아버터를 안정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템퍼링이 잘못되면 초콜릿 표면에 물기가 맺히거나 광택이 나지 않는 등 문제가 생깁니다. 준초콜릿은 코코아버터가 없으니 자유롭게 성형하기 좋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준초콜릿에 식물성 유지 함유량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해외는 다소 다른데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코코아버터가 아닌 식물성 지방의 첨가물은 추가된 식용식품 중량을 제외한 후 완제품의 5%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일부 회원국에 따라 다른 기준이 가능하지만 우선 코코아버터가 아닌 특정 식물성 지방을 초콜릿 제품에 첨가하는 것은 최대 5%까지 허용하고 있습니다. 식물성 유지를 첨가한 초콜릿 제품의 경우 성분 표시 외에 정확하고 중립적이며 객관적인 정보를 보장해야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준초콜릿을 별도로 표기하지는 않지만, 제품에 표시된 원재료명에 팜유 등이 표시돼 있는지를 확인해 간접적으로 준초콜릿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초콜릿을 드시고 계신가요? 초콜릿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충치 등 건강에 유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초콜릿에 폴리페놀 등 항산화 성분도 들어있다고 하니 적당한 양만 즐기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