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채널들이 두바이 초콜릿 수요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자 선제적인 고객몰이가 중요해졌다. 원재료를 구하기 힘들고 수제 과정이 많다보니 두바이 초콜릿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웃돈을 얹어 중고판매하거나 크라우드 펀딩에서도 사전예약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수백명 대기한 백화점 팝업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두바이 초콜릿 관련 팝업스토어에 대기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손바닥만한 초콜릿 가격은 1만원대에서 2만원대다. 오픈런에 구매대기가 이어지자 인당 구매 개수 제한도 있다.
롯데백화점도은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송리단길에서 수제 두바이 초콜릿으로 유명한 '테미즈' 팝업을 진행 중이다. 오픈 전부터 대기가 발생해 오전 10시부터 시간대별로 대기번호표를 배부하고 있다. 대기표를 배부받은 인원은 일 평균 최소 5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팝업은 오는 31일까지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두바이 초콜릿 팝업스토어를 강남점, 센텀시티, 대구신세계,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점 등에서 열었다. 운영기간 오픈전부터 대기 고객이 매일 발생했다. 16~17시 정도에는 당일 판매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현대백화점은 신촌점에서 지난 19~21일 3일간 운영한 두바이 초콜릿 디저트 브랜드 '디저트젬스' 팝업스토어에서 웨이팅 대기번호가 매일 300번대를 기록했다.
고객들의 뜨거운 반응에 백화점 3사는 추가 팝업을 열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인천점(7월19일~8월1일), 잠실 롯데월드몰(8월 중) 등에서 '데저트잼스' 두바이 초콜릿 팝업을 진행한다. 더불어 롯데백화점은 두바이 여행 시 선물 아이템으로 꼽히는 '바틸'을 오는 10월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오픈한다. 작년부터 국내 도입을 추진한 결과물이다.
바틸은 중동지역 및 유럽, 미국 등 30여 개국에서 70여 개 매장을 보유한 럭셔리 고메 브랜드다. 롯데백화점은 아시아 1호점 바틸 부티크 매장을 들이기로 했다. 최고급 대추야자(데이츠), 초콜릿, 그로서리 등을 판매한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26일~8월 1일 목동점, 미아점, 중동점, 더현대 대구,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등 전국 대부분 점포에서 추가 팝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에서 '하이두바이'(7월26일~8월1일)를 운영한다. 타임스퀘어(7월28일~8월4일)와 광주점(8월9~15일)에선 각각 '데저트잼스'를 연다.
두바이 초콜릿이 뭐길래
두바이 초콜릿은 초콜릿 안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와 카다이프(중동지역의 얇은 국수)가 들어있다. 초콜릿의 달콤씁쓸한 맛과 피스타치오의 고소한 맛, 볶은 카다이프의 바삭한 식감이 어우려져 신선한 '새로운 맛'을 낸다.
아랍에미리트의 도시인 두바이가 세계적인 초콜릿 생산국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아랍에미리트의 유명 인플루언서인 마리아 베하라가 SNS에 초콜릿을 먹는 영상을 올리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SNS 상에서 바이럴 효과를 냈다. 특히 SNS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가 주로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유행에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국내에선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인기가 가속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디저트 시장은 유행이 매우 빠르고, 한 번 이슈가 되면 소비자들 사이 한 번씩 경험해보고자 하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며 "카다이프라는 국내에서 흔치 않은 식재료를 활용한데다 두바이 초콜릿 원조로 불리는 가게는 현지에서도 사먹기 어려울 정도로 희소하다는 점에서 매력이 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보급형 왕실 초콜릿도
편의점 업계에서도 두바이 초콜릿으로 고객 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편의점 CU는 지난 6일 '몽뜨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품귀를 보이는 카다이프 대신 한국식 건면을 적용해 선제적으로 제품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초도 물량 20만개는 하루 만에 완판됐다. CU 고객센터에는 하루에 수십 건씩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일부 고객들은 아예 인근 점포에 예약을 걸어놓을 정도다.
현재 CU 앱 내 검색어 1~6위는 모두 두바이 초콜릿 관련 검색어가 차지하고 있다. 앱으로 먼저 상품을 예약 구매한 후 찾으러 가는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이들이 다수다. 하지만 매장별 재고는 모두 품절 상태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편의점 CU 매장 여러 곳에 방문했지만, 두바이 초콜릿 재고는 없었다. 현재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은 매장당 9개, 최근 출시한 카다이프를 활용한 쿠키는 매장당 4개씩 입고되고 있다.
CU 관계자는 "두바이 초콜릿은 해외에서 원료인 카다이프를 공수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데 수작업이 포함돼 있어 매일 생산량이 달라진다"며 "처음엔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선보였고, 다음으로 통통이 쿠키을 선보이는 등 초도물량 공백을 메우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S25, 세븐일레븐 등은 현지 두바이 초콜릿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카다이프를 사용한 제품을 판매하기로 했다. GS25는 이달 말, 세븐일레븐은 내달 1일 두바이 초콜릿을 선보일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 9일 온라인으로 사전예약을 받았다. 1200개 물량은 세븐앱을 통해 선착순으로 1인당 4개까지 구매 가능하도록 했는데, 5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이처럼 유통채널에서 구매가 어려워지자,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수요를 겨냥해 웃돈을 얹어 판매하고 있다. 하나에 4000원인 두바이 스타일 초콜릿을 6000원에 파는가 하면, 두바이 현지에서 구매한 초콜릿을 8만원에 예약판매하기도 한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두바이 초콜릿의 사전주문을 받고 있다. 오픈 전부터 알림신청은 1만명을 돌파했다. 오픈 3일차에 3700여 명이 참여, 펀딩금액은 약 1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9월 초에나 배송될 예정이지만 늦게라도 체험해보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두바이라는 나라의 특징상 유럽, 미국 등으과 달리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나라로 여겨지는 경향이 많다"며 "두바이 초코릿은 특히 일반 디저트와 달리 왕실에서 먹는 것이라는 고급 이미지가 있는데다 구하기 어렵다는 희소성도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