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지주가 지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공시 오류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사인 하림산업의 부문별 매출을 바꿔 기재했다. 이 때문에 실제 매출이 70억원대에 불과했던 하림산업의 갈비탕 등 조미식품 부문 매출이 30% 이상 부풀려 기재됐고 장인라면 등 면류 부문 매출은 축소됐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지난 2분기 보고서에서 하림산업의 조미식품(갈비탕 외) 매출을 99억5400만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50억1200만원보다 98.6% 늘어났고 지난해 전체 매출 119억원에 육박하는 실적을 반기만에 냈다.
하지만 비즈워치의 확인 결과, 실제 하림산업의 조미식품류 매출은 72억4600만원에 불과했다. 전년보다는 40% 가량 늘어났지만 공시한 매출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는 하림지주가 하림산업의 부문별 매출 공시를 작성하면서 조미식품류 매출과 면류(장인라면 외) 매출을 뒤바꿔 작성하는 오류를 저질렀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2분기 하림산업의 면류 매출은 전년 대비 15% 감소한 72억4600만원으로 기재돼 있지만 실제로는 37.4% 늘어난 99억5400만원이다. 공시 오류 때문에 꾸준히 성장 중인 라면 부문이 역성장한 것처럼 나타난 셈이다.
하림지주와 하림산업은 이같은 사실을 3분기 실적을 공시할 때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앞서 일부 언론 매체에서 하림산업의 라면 매출이 올해 들어 감소했다고 지적한 바 있었음에도, 하림산업은 매출이 감소한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실적 공시 자체는 단순 착각에 따른 오류일 가능성이 높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장인라면을 위시한 라면 부문은 하림산업의 핵심 사업 브랜드인 '더미식'의 메인 카테고리다. 더미식이 가장 많은 마케팅비를 쏟아붓는 부문도 라면이다. 하림산업의 라면 부문은 3분기에만 매출 95억원을 올리며 누적 194억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 매출 119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처럼 전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라면 부문 매출이 실제로는 전년 대비 30% 넘게 늘었음에도 역성장했다고 공시하면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김홍국 회장이 직접 나서 시식을 하는 등 그룹 간판 브랜드로 키우고자 하는 카테고리의 매출 동향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실수라고는 하지만 고성장한 카테고리 매출이 회계에서 역성장했다고 나왔다면 이유를 파악했어야 할 일"이라며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는 건 그만큼 회사 내부에서도 라면 부문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