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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홀튼이 꺼내든 '가맹사업' 카드…어피니티의 속내는

  • 2025.04.01(화) 09:24

대형매장 전략…특수상권 오픈 계획도
가맹사업, 직영보다 매장 수 확대 용이
비케이알 수익성 개선…추가 외형성장 도모

팀홀튼 신논현점 전경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캐나다 카페 브랜드 팀홀튼 코리아가 국내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당초 목표했던 매장 수 150개 이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다. 팀홀튼의 국내 운영사 비케이알은 버거킹을 운영하며 가맹사업 경험을 축적해 온 만큼, 팀홀튼의 국내 확장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 규모 50평 이상'이라는 조건이 입지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맹점 모집합니다"

팀홀튼 코리아는 이달 1일부터 가맹사업 신청을 받기로 했다. 팀홀튼 코리아는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접을 확대하는 동시에 매장 수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팀홀튼 코리아 측은 "글로벌 캠페인과 시그니처 메뉴, 현지화 메뉴에 대한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가맹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팀홀튼 로고 /사진=김지우 기자 zuzu@

팀홀튼은 지난 2023년 12월 국내에 첫 매장을 열었다. 론칭 당시 팀홀튼은 5년 내 150개 이상 매장 오픈을 목표로 삼았다. 이후 1년여 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렸다. 현재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달엔 신규 매장 두 곳을 열기로 했다.

팀홀튼은 매장 개설 전 약 한 달간의 영업 및 운영 교육을 통해 조리 노하우와 검증된 레시피, 주방 운영 방법 등을 전수하기로 했다. '뉴 스토어 트레이너(NST)'를 신규 지점으로 파견하고 10일 동안 매장에 상주하며 초기 운영을 돕는다.

대형매장 중심 전략, '양날의 검' 될까

팀홀튼은 가맹 사업을 시작하면서 임대 면적 실평수가 1층 기준 50평(약 165㎡) 이상이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업계 등에선 일반적으로 50평 규모의 매장엔 약 50석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팀홀튼이 단순 테이크아웃 중심이 아닌 '머무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를 지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50평 이상의 매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커피 및 기타 비알코올 음료 업종 매장 중 50석 이상인 매장은 전체 매장 수의 약 20%가량이다. 대형 매장을 다수 운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 중 가맹사업을 진행 중인 브랜드들은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이디야커피 등이 있다. 투썸플레이스의 창업 조건은 148.7㎡(45평) 이상이다. 할리스는 1층 50평 이상(165㎡)이 가맹점 창업 조건이다. 이디야커피의 경우 25~30평 규모의 매장이 가장 많다.

팀홀튼 신논현역점 내부 /사진=김지우 기자 zuzu@

이에 따라 팀홀튼의 '50평 이상' 조건은 예비 창업자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카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따라서 도심 주요 상권에서 대형 점포를 확보하기 위해선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한데다, 임대료 등 운영 부담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입장에선 수익성과 투자 부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수도권 위주가 유리한데, 월세가 상당한데다 현재 경기가 좋지 않아서 큰 규모의 카페는 주로 건물 소유주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팀홀튼이 어떤 수익 모델을 설계해주는지가 시장 반응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홀튼은 드라이브 스루(DT)나 푸드코트 등 특수 상권에 대한 출점도 고려 중이다. 팀홀튼 코리아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나 푸드코트 등 일반 매장이 아닌 특수 상권의 경우에는 별도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권 특성에 맞춘 유연한 접근을 통해 가맹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가맹사업 왜?

팀홀튼이 가맹사업을 결정한 것은 빠르게 매장을 확대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직영 위주의 사업은 가맹사업에 비해 매장 수를 늘리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직영점은 본사가 주도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반면 가맹사업은 가맹점 본사와 가맹점주가 초기 투자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즉 본사 입장에선 보다 적은 투자비로 수익률을 확대할 수 있는 셈이다. 또 가맹사업을 통해 매장 수가 늘어나면 인지도 제고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대규모 매장과 DT점포를 다수 운영 중인 브랜드는 스타벅스와 폴 바셋이 대표적이다. 국내 스타벅스 매장은 일반적으로 35~80평 규모이다. DT·리저브 매장은 100평 이상이다. 폴 바셋은 DT 매장 30개를 보유,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주요 상권에 자리해 있다.

디만 스타벅스와 폴 바셋은 전 매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두 브랜드는 가맹사업 대신 임대차 방식을 택했다. 월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인에게 임대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1999년에 국내 진출한 스타벅스는 현재 2000여 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의 매장 확보에 걸린 시간만 약 26년이다. 2009년 1호점을 연 폴 바셋은 현재 14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비케이알 연간 실적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일각에선 팀홀튼 운영사인 비케이알의 최대 주주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팀홀튼 가맹사업에 나선 것에는 다른 이유가 숨어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엑시트를 고민해야 하는 에피니티로서는 팀홀튼의 확장을 통해 외형을 키운 후, 궁극적으로는 비케이알 매각에 나서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6년 2월 비케이알(한국 버거킹)을 인수했다. 이후 비케이알은 버거킹 매장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2021년 말 비케이알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내놨지만, 매각에 실패했다. 따라서 기존의 버거킹에 외형을 키운 팀홀튼을 앞세워 비케이알의 가치를 높인 후 다시 매각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팀홀튼의 외형 확장이 오히려 매각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팀홀튼의 점포 수를 늘린다고 해도 수익성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가맹점 관리 시스템이 미비할 경우 브랜드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전체의 운영 효율성, 수익 구조, 리스크 관리 체계는 잠재 인수자가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부분"이라며 "팀홀튼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어피니티의 엑시트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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