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까지 연 4%대를 유지하던 주요 시중은행 예금 최고 금리가 이달 들어 3%대까지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수신 경쟁 자제' 주문에 이달 들어 예금금리 상승세가 멈추면서다. 또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예금금리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하락하자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주요 예금 상품금리를 끌어올렸던 저축은행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에 저축은행들의 조달 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려가는 예금금리…4%대 막차?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1년 만기 기준) 중에서 연 4%대 이자율을 주는 곳은 농협은행뿐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들 금리는 모두 연 4%대를 기록했지만,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NH농협은행을 제외한 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예금금리가 일제 3%대로 낮아졌다.
이날 시중은행의 예금 중에는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금리가 연 4.05%(우대금리 기준)로 가장 높았다. 그 외에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KB국민은행 'KB스타정기예금'은 모두 3.95%로 4% 아래로 내려왔다. 하나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하나의정기예금'의 경우 연3.90%로 5개 상품 중 가장 낮은 금리로 나타났다.
그간 은행권은 지난해 말 유치한 고금리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재예치를 위해 예금 금리를 높이는 등 수신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수신 경쟁이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자제령을 내리면서 상승세가 꺾이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월 시중은행 10곳의 부행장을 불러 "시장금리 상승 폭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신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려 수신 경쟁이 심해지면 대출 금리가 함께 뛰어 가계부채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2금융권의 자금조달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폐지에…금리 하락세까지
지난 10월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가 폐지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도 개선됐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11월 한 달 동안 순발행된 은행채는 10조3327억원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규모다. 순발행액을 보면 8월 3조7794억원, 9월 4조6800억원, 10월 7조5393억원, 11월 10조3327억원 등 매달 순발행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은행채 금리도 계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시장금리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상승 대비 민감도를 반만 따라가던 국내 금리의 하락세가 더 큰 폭으로 빠졌다"며 "국내 금리는 미국금리 이외 금리상승 요인이 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예금의 준거 금리가 되는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31일 연 4.153%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지난 5일엔 연 3.911%까지 떨어졌다. 지난 9월 중순부터 연 4%대를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연 3%대로 내려간 것이다.
조달 부담 완화…한숨 돌린 저축은행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의 예금 금리도 내려가고 있다. 79개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12개월 기준, 단리)는 4.06%로 집계됐다. 4.24%까지 상승했던 지난 10월과 비교하면 두달 새 0.2%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금융권 예금금리 경쟁이 치열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5.51%)보다는 무려 1.45%포인트나 줄었다.
지난해 무리하게 올린 예금금리가 올해 수익성 악화와 적자 전환으로 돌아와 은행권과 무리한 수신 경쟁을 벌이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하 소식으로 저축은행들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수신유치를 위해 정기예금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약 1%포인트 정도 높게 설정한다. 은행채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은행과 달리, 저축은행은 오직 '예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저축은행은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하락하면서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내려가면서 저축은행들도 여유가 생긴 상황"이라면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내려가면 반대로 저축은행들의 예금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