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에 환전 수수료 무료 서비스가 연이어 등장하는 가운데 KB국민은행이 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0년만에 인천공항에 영업점을 세웠는데 환전 수수료 무료 서비스가 자리잡으면서 해당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이익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어서다.
KB국민은행은 마케팅 동의를 한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 달러, 엔, 유로 등 3개 통화 환전 시 사용할 수 있는 환율 100% 우대 쿠폰을 지급한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아울러 오는 4월 중에는 KB국민은행과 손잡고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이 담긴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이 환전 마케팅을 대폭 강화한 데에는 최근 은행권에 환전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대세 처럼 자리잡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하나카드가 환전 수수료 무료를 내건 '트래블로그'를 내놓은 데 이어 토스뱅크가 올 초 환전 수수료를 면제하는 외화통장을 출시 했다. 뒤이어는 신한은행 역시 환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체크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종료 이후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신규 고객 확보 및 기존 고객 '락 업' 효과를 기대하면서 환전 수수료 무료 카드를 내걸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그간 은행 환전 수수료는 이미 우대율 80~90%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환전을 통해 기대하는 수수료 수익이 많지 않았다"라며 "고객 확보를 위해 환전에서 나오는 수수료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도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면서 환전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내놓긴 했지만 아쉬움을 감추기 어렵다. 지난해 10월 약 10년만에 인천국제공항 사업권을 따내는 데 성공, 올해 1월부터 다시 영업점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당시 가장 접근성과 선호도가 높은 제1사업권을 따내는 데에 709억원을 썼다. 아울러 임차료 등으로 매년 200억원 이상을 써야한다.
그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공항 영업점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데에는 환전 만한 효자가 없었다. 모바일 뱅킹을 통한 환전이 자리잡은 이후 환전 수령 장소로 공항 영업점이 선호되면서 고객을 확보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데다가 수수료 수익까지 쏠쏠하게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 입장에서는 기껏 공항에 다시 깃발을 꽂았지만 10년 전과 달리 주 수익원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 한 기관영업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우리나라의 관문이기 때문에 국내외 고객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라면서도 "다만 수수료를 포기해야 하는 현재 상황이 달갑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