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했던 주요 은행들이 원금 손실이 난 투자자들에게 배상하기로 결정했다. 은행들은 모두 '신속한 배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배상비율과 판매사들이 제시하는 배상 비율에는 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쉽게 마무리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 투자자들에게 자율배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홍콩 ELS를 판매한 6개 은행들은 만기 도래 이후 손실이 확정된 홍콩 ELS 투자자들에게 배상에 나선다.
'속도전' 강조한 은행들
홍콩 ELS 배상에 나서기로 한 은행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빠른 배상'을 예고했다. 이르면 내달 중 배상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은행들이 속도감 있는 배상을 강조한 데는 고객 신뢰 회복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금융권에서 가장 신뢰도가 높은 은행에서 불완전판매 등으로 인해 손실을 본 고객이 있다고 보면서 실추된 신뢰를 다시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의 주요 경영방침은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홍콩 ELS 판매 과정에서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이 검사 결과 드러난 만큼 빠르게 배상에 나서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빠른 배상은 재무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까지 홍콩 ELS 판매액 규모는 18조8000억원에 이른다. 홍콩 H지수가 지수가 지난달 말 수준인 5678포인트를 유지할 경우 손실 규모는 5조8000억원 가량이다. 손실금액이 많은 만큼 은행들의 배상 규모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홍콩 ELS 배상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보통주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후퇴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라며 "투자금액과 투자자 숫자가 많은 만큼 빠르게 배상해 재무적 불확실성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행선 달리는 판매사-투자자…장기전 될 수도
은행들이 배상에 나서겠다고 결정했지만 최종 배상은 투자자들이 이를 받아들였을 경우 완료된다. 투자자들이 은행들의 배상안을 거부하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 절차를 거치거나 추가 소송 등을 통해 최종 배상이 결정된다. 투자자들이 은행의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태 일단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외부인력들이 포함된 조직을 구성해 배상기준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외부의 평가를 더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배상 기준을 결정해 투자자들을 설득시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투자자들이 금감원이 내건 분쟁조정기준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 손실금'에 따른 배상 비율을 제시했는데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만큼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원금 모두를 배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손실이 난 부분에 대해서는 배상이 결정됐지만 원금 모두를 보전하기는 힘들다"라며 "은행의 배상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위원회, 소송 등 절차가 장기간 진행될 수 있는데 이는 판매사와 투자자 모두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