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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총량 확 낮춘다"…은행 수익·건전성 이중고

  • 2026.03.27(금) 16:09

'생산적 금융' 기조에 리스크 높은 기업대출 확대
안정적 가계대출 길 막혀 수익성 완충작용 어려워
RWA·충당금 부담↑ 중동사태 등 대외환경도 변수

당국이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를 예년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설정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은행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이라는 안정적 수익원을 줄이는 대신 리스크가 큰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포트폴리오 재편 압박과 동시에 중동 사태 등 외부 변동성이 커지면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와 충당금 적립 부담 등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감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목표가 이전보다 훨씬 타이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관련기사 :이찬진 "지배구조 개선안 내달 결론…10월 법안 반영 예상"이찬진 금감원장 "5세대 실손, 끼워팔기 차단 강력 지도"(3월26일)

그는 "통상 은행의 여신관리가 명목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의 2분의 1 정도인데 그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별 은행별로 실링(한도)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가계부채 관리 내용은 내주 중으로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를 옥죄고 있지만 이보다 더 은행권 여신관리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감 규모는 2023년 37조1000억원에서 2024년 46조2000억원으로 늘었다가 2025년에는 하반기 대출 규제로 인해 32조9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올해는 1~2월까지 은행권 가계부채 규모가 1조4000억원 줄었다. 전 금융권에서 4조4000억원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 정부는 GDP 대비 90%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비율을 2030년 80%까지 끌어내리는 부채 감축 목표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코로나 시기인 2021년 3분기 99.1%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에 있지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89.4%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계가 1년간 벌어들인 소득의 90% 가까이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GDP 대비 기업부채는 이보다 높은 110.9%다. 이 기간 정부, 가계, 기업부채를 모두 합한 총부채는 사상 처음 6500조원을 넘어섰다. 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48%다.

명목 GDP 대비 가게·기업부채 비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만큼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당국의 의지는 분명하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부분이 주댁담보대출인 만큼 은행으로서는 가장 안전한 수익원이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가계대출 대안으로 꼽히는 기업대출 확대가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로 은행은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기업대출은 늘려야 한다. 대출 원금이 같더라도 기업대출은 위험가중자산(RWA) 규모를 키우기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 기준인 자기자본비율(BIS)을 낮추게 된다. 

건전성뿐 아니라 RWA 증가는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수익성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중동 사태 등으로 고유가,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중소·중견 기업들의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이는 부실여신자산을 키우고 은행은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았더라도 기업대출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쌓아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늘어난다. 은행은 실제 부실이 발생하지 않아도 기대신용손실을 방영하기 때문이다. 이는 영업이익에서 바로 차감돼 당기순이익을 직접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중동 사태 등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기업여신 부실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즉 현재의 상황은 은행권의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정적 운용이 가능해 리스크를 일부 상쇄시킬 수 있는 가계대출도 틀어막힌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잔액 규모가 크고 대출 기간이 장기인 만큼 가계대출 축소에 따른 수익성 영향이 단기적으로 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올해는 기업대출을 계속 늘려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만큼 충당금을 더 쌓게 되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대출 대비 기업대출이 대외변수 영향이 큰데,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부실여신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것이지만 이전과 비교해 은행이 감내해야 할 변수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코로나 때 소상공인 대출 연체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던 것과 같이 기업대출로 인해 은행권이 장기간 부실 위험을 안고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기업대출 심사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등 리스크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부실여신 관리, 심사 강화를 위해 AI를 도입해 부실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찾고 다양한 방면으로 심사하는 등 검증을 강화해 효율성과 투명성 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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