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앞두고 금융감독원 내부에서 전문인력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내 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직 직원 10명 중 9명은 이직을 고려하고 있어서다. 전문직 직원은 750여명으로 금감원 전체 인력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핵심 전문인력 이탈 시 금융감독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회사와 시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방으로 본원을 옮기면 출장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과 민원 대응의 비효율, 금융소비자 불편 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서른명씩 한달, 출장비 어째요"…금감원 지방 '부분이전'?(2026년 6월16일)
더욱이 근무지 변경에 따른 출퇴근 거리 증가와 주거 부담, 가족 돌봄 등 생활상 불이익이 커지면서 노조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계에서도 금감원을 비롯해 대규모 금융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현실화 할 경우 노사 갈등과 쟁의행위, 법적 분쟁 등으로 비용과 행정낭비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0세 미만, 전문직 90% 이직 의사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노동조합은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방 이전 찬반과 이전 시 이직 여부, 서울 본원 유지의 필요성 등을 묻는 내용이다.
노조 설문결과 금감원 임직원 2479명(7월 말 기준) 가운데 총 1538명이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본원에만 93%가 넘는 약 2300여명(상담역 등 업무지원인력 포함, 제외 시 2100명)이 재직 중이다. 이중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5점 중 3점)은 85.6%로 나타났다. 이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직원(5점 중 4점)도 69.7%에 달했다. 만 40세 미만 직원 중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은 92.5%로 나타났다.
특히 전문직 이탈 우려가 큰 상황이다. 회계사 중 이직을 고려하는 직원은 90.6%, 변호사의 경우 94.2%로 나타났다. 계리사와 세무사, IT 전문인력 등을 포함하면 전문인력 수는 1050여명까지 늘어난다. 본원 재직자의 절반 가량이다. 노조는 구체적인 내용을 오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배포할 계획이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설문 결과를 성명서로 배포해 금감원 내부 목소리를 알리고, 1000여명 이상의 지방 이전 반대 서명을 담은 탄원서도 다음주 중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에는 예금보험공사와 공동으로 금융안전망과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지방 이전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도 개최한다. 금융공공기관과 연대해 이전 반대 움직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3사와 금융 관련 공공 유관기관이 포함된 산별노조인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오는 9월4일 지방이전 반대와 주 4.5일제 도입, 실질임금 인상 등 요구와 관련해 총파업 결의대회도 추진한다.
전문인력 이탈 우려…"감독 효율성 떨어져"
금감원이 우려하는 것은 직원들의 생활 불편만이 아니다.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감독기관이 지방으로 옮길 경우 금융감독의 현장성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 이전 시 주거 문제, 교통 비용 등으로 특히 젊은 직원들은 이직을 고려할 유인이 크고 전문직의 경우 퇴사 가능성이 높다"면서 감독 전문성이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이어 "대선 공약 중 서울을 아시아 경제수도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해외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는 금융사, 유관기관, 감독기구가 모여 있어야 탐색비용, 규제비용 등을 낮출 수 있다"며 "업무 효율성이 낮아지고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것 외에 이점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외려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 선진화정책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민원의 81.4%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금융회사 본점의 91.6%, 현장검사 대상의 88.3%, 상장기업 본사의 72.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밝혔다.
지방으로 본원을 옮겨도 서울에서 금융회사 검사·인허가 등의 업무를 해야 하는 만큼 출장과 역출장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시간과 비용 증가가 결국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 수뇌부 역시 지방 이전을 단순한 기관 이전이 아니라 금융감독 기능의 효율성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는 우려를 정부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강행 시 집단행동…행정낭비 우려
직원들의 반발이 집단행동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2300여명 직원의 근무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노무업계에서는 근무지 변경이 직원들의 생활상 불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노조의 교섭 대상이 될 수 있고, 교섭이 결렬될 경우 쟁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공기관 이전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결정인 만큼 기관의 이전 결정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노무업계 관계자는 "근무지의 변동은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커지는 큰 사안인 만큼 교섭 대상이자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결국 파업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대규모 공공기관에서 한꺼번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행정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제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은 아직 대상기관과 이전 지역, 일정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 등의 세종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25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부동산·세제 등 현안에 정부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방 이전 논의가 당초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융공공기관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지방 이전이 거론되는 기관들은 정치권을 찾아 의견을 전달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정무위도 지방 이전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면서도 "지방 이전 관련 기관들이 다수의 의원실에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무위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석구 전국금융산업노조위원장이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