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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이 희망]최태원 회장의 야심작 ‘넥슬렌’

  • 2014.12.10(수) 11:07

울산 공장 상업가동 시작
사빅과 합작해 사우디 증설 계획

중후장대로 대표되는 전통 제조업이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 조선 석유화학 건설 등 한국경제를 이끌어왔던 간판 산업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앞날을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쫒아오고 엔저로 기력을 회복한 일본의 방어망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혁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R&D 투자를 늘려 핵심기술을 더 많이 확보하고 고도화해야 한다. 공정과 일처리 방식도 효율화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 기업들은 각자 분야에서 수준급 기술력을 쌓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보유한 세계 ‘톱’ 기술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본다. [편집자]

 

SK이노베이션이 실적난에 빠져 힘겨워하고 있다. 석유제품 가격의 하락과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정유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그 동안 해외에서 신사업을 추진하고 합작을 진행했던 최 회장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의 화학사업을 맡고 있는 SK종합화학이 넥슬렌(Nexlene)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최태원 회장이 주도한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SK종합화학은 넥슬렌 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종합화학 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 넥슬렌으로 연 4000억 번다

 

SK종합화학은 2004년부터 고성능 폴리에틸렌 개발을 시작했고, 2010년 결실을 맺었다. 제품의 이름은 넥슬렌으로 정했다. 넥슬렌은 고부가 필름, 자동차와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 넥슬렌

넥슬렌은 SK종합화학이 국내 최초로 촉매와 공정, 제품 등 전 과정을 100% 독자기술로 개발했다. 작년까지는 다우와 엑슨모빌, 미쓰이 등 글로벌 메이저 화학사가 독점 생산하며 전 세계 시장의 60%를 장악했다.

 

고성능 폴리에텔렌은 폴리에틸렌을 만들 때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범용 폴리에틸렌은 생산 시 촉매로 지글러-나타(Ziegler-Natta)를 사용한다.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해 반응시키면 범용 폴리에틸렌보다 내충격성이나 위생성, 가공성 등이 좋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존 메이저 화학사들도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만들 때 메탈로센 촉매를 사용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넥슬렌은 경쟁사의 제품보다 투과도나 투명성 등이 더 좋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은 2011년 울산CLX 내 넥슬렌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현재 시험가동 및 준비작업을 끝내고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울산 공장에선 연산 23만톤 규모의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 넥슬렌 공장 전경

 

SK종합화학 관계자는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은 해마다 10% 이상 성장 중이고, 해외 대형 고객사들과 넥슬렌 판매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전체 생산물량의 70%는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수출될 예정이어서 울산 공장에서만 매년 4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사빅과 손잡고 더 키운다

 

화학사업은 기본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데 비용 부담이 많고, 장기적인 시황 전망을 정확히 할 수 없는 탓이다.

 

이 때문에 SK종합화학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합작을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독 투자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각 분야 대표 기업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이른바 ‘글로벌 파트너링’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최태원 회장이 주도했다. SK종합화학의 중국 우한 나프타분해설비(NCC) 합작공장, 울산아로마틱(UAC) 합작공장이 대표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넥슬렌 프로젝트 역시 글로벌 파트너링 사업 중 하나다.

 

넥슬렌 개발에 성공한 후, 최태원 회장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2011년 3월, 최 회장은 중동지역을 방문하면서 모하메드 알 마디 사빅(SABIC) 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빅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분 70%를 소유한 국영석유화학회사로 에틸렌 생산규모가 세계 1위다.

 

당시 최 회장은 알마디 부회장에게 넥슬렌 제조기술을 소개했다. 한 달 뒤, 최 회장은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알 마디 부회장을 다시 만난다. 이 때 넥슬렌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논의했고, 이후 실무협상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울산CLX 내 넥슬렌 공장을 방문한 모하메드 알 마디 사빅 부회장

 

양사의 협상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넥슬렌 생산 기술에 대한 평가와 공장 증설 등에서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이 때마다 최 회장은 직접 사우디로 달려갔다.

 

결국 SK종합화학은 지난 5월 사빅과 넥슬렌 생산 및 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당시 최 회장은 ‘옥중 서신’을 통해 합작 성사에 대한 감회와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했다. 넥슬렌 사업에 대한 최 회장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양사는 내년 초까지 싱가포르에 50대 50 비율로 총 6100억원을 투자한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3~5년 내에 사우디아라비에 제2공장을 건설해 연산 100만톤 규모의 생산기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넥슬렌 생산 기술은 SK가 독자적으로 개발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을 때 브랜드 가치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메이저 회사인 사빅과 손을 잡으면 시장 공략에 있어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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