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판매가 2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동안 내수시장을 장악하며 판매를 폭발적으로 늘려온 결과다. 폭스바겐 사태와 같은 큰 장애물이 있었지만 수입차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에 따라 올해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20만대를 넘어 내년에는 25만대 판매까지 바라보고 있다.
수입차들의 선전은 반대로 국산차 업체들에게는 악재였다. 수년간 이어진 수입차의 판매 돌풍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산차 업체들은 내년 상반기를 반격의 출발점으로 잡고 있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신차들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다.
◇ 현대차, '아이오닉'으로 친환경 트랜드 주도
현대차는 내년 1월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i-oniq)'을 선보인다. '아이오닉'은 현대차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의 하이브리드카들은 모두 기존 모델을 바탕으로 한 모델들이었다. 하지만 '아이오닉'은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카에 최적화된 파워트레인과 성능으로 무장한 차량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개발하면서 친환경차의 대명사인 도요타의 '프리우스'를 겨냥했다. 일각에서는 '아이오닉'을 '프리우스 킬러'로 부르기도 한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을 선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축적된 하이브리드 기술을 본격적으로 과시하겠다는 이야기다.
'아이오닉'에 대한 정확한 제원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연비는 물론 출력, 토크 등 주행성능에서 큰 폭의 개선을 이뤄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최초로 친환경차 전용 플랫폼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시작으로 친환경차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향후 '아이오닉'을 기반으로 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도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동일 플랫폼의 다양한 모델은 현대차가 그동안 추구해왔던 신차 라인업 전략과도 일치한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아이오닉'의 성공여부에 따라 '아이오닉'을 향후 친환경 브랜드로 별도 육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최근 현대차가 고성능 브랜드 'N'과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기아차, 상반기에만 신차 3종 출시
내년 상반기에 가장 많은 신차를 내놓는 국내업체는 기아차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에 총 3개의 신모델을 선보인다. 그 시작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신형 K7'이다. '신형 K7'은 7년 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 모델이다. 연말 임원 인사 수요를 노리고 이미 외관 등을 공개했다.
'신형 K7'은 이미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임원 인사를 실시한 삼성그룹의 신임 상무들로부터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모델이 '신형 K7'이다. 총 197명의 삼성그룹 신임 상무들 중 48%인 106명이 '신형 K7'을 선택했다. 신차인데다 상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출시 전부터 인기몰이 중이다.
▲ 신형 K7 |
대형 SUV인 '모하비'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도 상반기 중 출격이 예정돼 있다. '모하비'의 경우 기사회생한 케이스다. 지난 2008년 기아차가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모하비'는 기아차가 럭셔리 SUV 시장을 겨냥해 최신 기술을 집약한 모델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던 탓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년간 명맥만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머물다가 한때 단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레저붐이 불면서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덕에 '모하비'는 출시 8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 렌더링 이미지 |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도 기대작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으로 준중형 하이브리드 시장을 공략한다면 기아차는 '니로'를 앞세워 소형 하이브리드 SUV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산이다.
'니로'는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 엔진이 탑재되는 소형 SUV다. 1.6리터 GDi 카파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의 조합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는 15.0kg.m의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6kWh 배터리와 35kw 모터가 장착됐다.
◇ 르노삼성, '탈리스만'으로 옛 영광 재현
현대·기아차 못지 않게 다른 업체들도 내년 상반기에 기대작들을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내년 3월 중형 세단 '탈리스만'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시장 확대에 있어 한계에 부딪친 SM5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과거 중형차 시장의 강자 지위를 되찾겠다는 생각이다.
'탈리스만'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기술력이 집약된 모델이다. 국내에 출시될 경우 현행 SM5와 SM7 사이에 포지셔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탈리스만'이 국내에서 'SM6'로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르노삼성은 내부적으로 '탈리스만'의 명칭 변경 여부를 고민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르노삼성 '탈리스만' |
'탈리스만'의 파워트레인은 디젤 3종, 가솔린 2종의 다운사이징으로 구성된다. 가장 연비가 뛰어난 1.5리터 디젤엔진 모델의 연비는 유럽기준으로 리터당 27.7km에 달한다. 여기에 최첨단 사양을 대거 탑재, 눈높이가 높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한국GM은 GM의 대표적인 전기차인 '볼트'를 내년 상반기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한국GM이 선보일 '볼트'는 지난 2010년 첫 선을 보인 '볼트'의 차세대 모델이다. 배터리로만 80㎞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배터리에 축적된 전기 에너지가 20% 이하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엔진이 작동하지 않고 1회 충전과 주유로 최대 676㎞까지 운전할 수 있다.
▲ 한국GM이 선보일 차세대 '볼트' |
쌍용차의 경우 내년에도 '티볼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 소형 SUV 시장에서 이뤄냈던 '티볼리' 열풍을 내년 상반기에 '티볼리 롱바디' 모델을 선보이며 이어가겠다는 계산이다. '티볼리 롱바디'는 쌍용차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XLV'를 기반으로 한 7인승 모델이다. 소형 SUV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SUV 수요 확대에 발맞춰 본격적인 판매 경쟁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