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작년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다 판매 실적을 거뒀다. 픽업 트럭이 강세인 시장에서 승용차 위주의 라인업으로만 거둔 성적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미국은 현대·기아차에게 중국과 함께 매우 중요한 시장인 만큼 이번 선전을 바탕으로 향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어서다. 올해는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를 비롯해 고급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해다. 주요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향후 현대·기아차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연초부터 제네시스 G90(한국명 EQ900)을 미국에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미국 판매 사상 최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전년대비 6.2% 증가한 137만752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전년대비 5.0%, 기아차는 7.9% 판매가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7.94%를 기록해 전년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8.9%를 기록한 이래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4년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에서 눈여겨 볼 점은 라인업이다. 미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픽업트럭이 강세인 시장이다. 최근에는 저유가에 힘입어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주요 라인업은 승용차 위주다. 픽업트럭 없이 승용차만으로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작년 현대·기아차의 미국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차는 아반떼로 총 22만2576대였다.그 뒤를 쏘나타(21만3000대)가 이었고, 기아차 K5도 15만9414대가 판매됐다. CUV로 분류되는 쏘울은 14만7000대, SUV인 쏘렌토는 11만6000대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작년 현대·기아차의 판매 성장률이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 성장률을 웃돌았다는 점이다. 작년 미국 자동차 판매는 경기 회복 시그널과 저유가 등에 힘입어 전년대비 5.7% 증가한 1747만659대를 기록했다. 이는 최다 판매 실적을 거뒀던 지난 2000년 1740만대를 넘어서는 수치다.
현대·기아차의 작년 미국시장 판매 증가율이 전체 판매 증가율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의미다. 작년 미국 시장에서 연 100만대 이상 판매하는 대중차 메이커 중 전년대비 시장 점유율이 올라간 곳은 피아트-크라이슬러, 닛산, 현대·기아차 뿐이었다.
◇ 미국 시장이 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현대·기아차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시장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어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 덕이 컸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가성비' 즉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차라는 콘셉트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판매 확대에 힘이 됐다. 많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작년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다 판매를 거둔 것도 이 때문이다.
◇ 미국 시장이 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함께 현대·기아차가 가장 공을 많이 들이는 시장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전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곳이어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 덕이 컸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가성비' 즉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차라는 콘셉트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그리고 이런 전략은 성공을 거뒀다. 판매 확대에 힘이 됐다. 많은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인식은 과거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작년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다 판매를 거둔 것도 이 때문이다.
▲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저유가로 차량 유지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고급차와 픽업트럭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
최근 미국 시장의 트렌드는 기존 승용차 위주에서 고급차와 픽업트럭 등을 포함한 RV모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저유가 때문이다. 저유가 시대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이 승용차에서 RV와 고급차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픽업트럭이 강세인 시장이다. 기름값이 많이 들더라도 힘이 좋은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저유가 시대 지속은 곧 소비자들의 차량 유지비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보니 과거에는 유지비가 많이 들어 꺼려했던 RV모델과 고급차가 이제는 다시 부상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워즈오토는 올해 1분기 현대차의 미국 공장 생산량이 전년대비 10.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기아차에 대해서는 전녀대비 7.6%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비해 RV모델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고급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IHS는 전세계 고급차 시장 규모가 지난 2014년 833만대에서 오는 2019년에는 24% 성장한 1033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중차 성장률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향후 미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키플레이어는 RV모델과 고급차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남은 과제는, 고급차
현대차는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제네시스 G90'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G90'의 첫 해외 기착지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다. 만일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 G90'이 성공을 거둔다면 현대차로서는 글로벌 고급차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고급차의 성공은 곧 실적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준다. 고급차의 경우 수익률이 높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렉서스'를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8.6%, '아우디'를 보유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영업이익률은 6.0%다. 세계 자동차 업체 평균 영업이익률 3.9%를 크게 웃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실적 부진으로 고전했다. '제네시스 G90'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다.
▲ 현대차는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 미국 고급차 시장을 공략을 위해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제네시스 G90(한국명 : EQ900)'을 선보일 예정이다. |
문제는 경쟁 업체들도 잇따라 고급차 브랜드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포드는 '링컨'의 최고급 세단인 '콘티넨털'의 양산형 모델을 공개한다. GM은 '캐딜락'의 대형 세단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도 최고급 세단인 'S90'을 선보인다. 모두 '제네시스 G90'의 경쟁자들이다.
미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픽업트럭 진출여부도 현대·기아차에게는 늘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승용차만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승용차 위주로 짜여진 라인업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라도 고민할 만한 부분이다. 게다가 픽업트럭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장이다.
▲ 현대차가 작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픽업트럭 콘셉트카 'HCD-15 산타크루즈'. |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픽업트럭에 경험이 없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대차가 작년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픽업트럭 콘셉트카인 'HCD-15 산타크루즈'를 선보였지만 지금껏 이렇다 할 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미국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픽업트럭 시장에 잘못 뛰어들었다가는 성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변화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고급차 시장 공략은 이미 전략을 세워 진행중이고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픽업트럭 부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는 "픽업트럭 진출 여부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이미 공고한 시장인데다 일본 업체들이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 고전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변화를 눈여겨 보고 있다"며 "고급차 시장 공략은 이미 전략을 세워 진행중이고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픽업트럭 부문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그는 "픽업트럭 진출 여부는 신중해야 한다"면서 "이미 공고한 시장인데다 일본 업체들이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 고전하고 있는 만큼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