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에게 중요한 시장이다. 만일 중국에서 선전했다면 올해 판매 목표인 820만대를 달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고전을 면치 못하던 중국에서 최근 3개월간 전년대비 판매가 늘어난 점은 위안거리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한 해동안 중국 시장에서 전년대비 4.9% 감소한 167만8922대를 판매했다고 5일 밝혔다. 현대차는 전년대비 5.1% 줄어든 106만2826대, 기아차는 4.6% 감소한 61만6096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5월에서 9월까지 5개월간 전년대비 판매가 급감했다. 업체별로는 현대차의 경우 작년 4월부터 9월까지 전년대비 판매가 15.8% 감소했다. 기아차는 5월부터 10월까지 전년대비 21.5%나 줄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에서 이처럼 유례없이 판매 부진에 시달린 것은 중국 로컬업체들 때문이다. 중국 로컬업체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SUV 모델들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면서 현대·기아차를 압박하는 전략을 폈고 이것이 성공했다.
당시 현대·기아차는 GM, 폭스바겐 등과 달리 가격 인하 정책을 쓰지 않았다. 중국 로컬 업체들은 현대·기아차 대비 낮은 가격에도 불구 추가로 최대 약 280만원 가량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폈다. 이에 따라 로컬 업체들의 점유율은 급속도로 올라갔다.
이에 맞서기 위해 GM은 작년 5월 11개 차종 가격을 1만~5만4000위안(180만~990만원) 인하했다. 상하이GM도 SUV 캡티바의 가격을 약 5만3000위안(970만원) 인하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그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7월에 들어서야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당시 가격 인하 타이밍을 조금만 빨리 잡았어도 중국시장에서 5개월 연속 판매 급감이라는 사태는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케팅상 판단이 지연되면서 그 사이에 중국 로컬 업체와 경쟁업체들은 치고 올라갔고 현대·기아차는 뒤늦게 그들을 쫓아가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가격 인하에 나서자마자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작년 8월 현대차는 전월대비 14.2% 증가한 9만6154대를 판매했다. 3월을 정점으로 하락하던 판매량이 5개월만에 반등했다. 현대차에 비해 가격 인하 시기가 더 늦었던 기아차는 9월부터 반등에 성공했다.
현대·기아차가 작년 4월부터 10월까지 전년대비 판매가 줄어든 물량은 15만13대에 달한다. 만일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고 재빨리 대응에 나섰더라면 적어도 15만대 가량의 판매 감소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품질에서는 로컬업체에 앞서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 타이밍이 빨랐다면 오히려 판매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고전하던 현대·기아차는 가격 인하와 더불어 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실시한 구매세 인하 정책에 힘입어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년대비 판매가 증가했다. 현대차는 10월부터 12월까지, 기아차는 11월과 12월에 전년대비 판매가 늘었다.
특히 작년 12월에는 총 21만4828대를 판매해 지난 2002년 중국 시장에 진출한 이래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대차는 처음으로 월간 12만대 판매를 넘어선 데다 3개월 연속 10만대 이상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아차도 중국 진출 후 처음으로 월 8만대를 넘어섰다. 업계에서 가격 인하 타이밍이 조금 더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도 업체간 경쟁 심화로 인해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매세 인하 정책이 올해 말까지 시행되면 수요가 하반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초에는 소폭 보수적으로 중국사업을 이끌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