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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3인방 성적표, '3인3색(三人三色)'

  • 2016.02.12(금) 17:04

포스코 '적자'·현대제철 '선방'·동국제강 '방긋'
고수익 제품 확대에 전력..중국 구조조정에 기대

작년에도 철강 시황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중국발 공급과잉은 계속됐고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의 부진도 이어졌다. 원료가격은 계속 하락했지만 공급 과잉 상황이어서 제품 가격 인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국내 철강 3사가 작년 한해동안 공통적으로 겪은 일들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국내 철강 3사의 실적은 제각각이었다.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제철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다. 동국제강은 3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처럼 공통된 환경 속에서도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린 것은 
각자 처한 현실과 위기를 극복하는 솔루션이 달랐기 때문이다.

◇ 엇갈린 실적

포스코는 작년 참담한 실적을 받아들었다. 연결기준으로 창사 이래 첫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맏형인 포스코가 적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시장과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포스코가 이처럼 부진한 실적을 거둔 것은 과거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무분별하게 벌여왔던 비핵심 사업들의 부진 탓이 컸다.

여기에 업황 부진까지 맞물리면서 포스코의 실적은 추락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5% 감소했다. 그나마 버텨주던 별도 기준 실적도 여지없이 무너졌다. 심지어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별도기준, 개별기준 모두 전기대비 반토막 났다. 철강 계열사들은 업황부진에, 비철강 계열사들은 사업성 부재에 발목이 잡혔다. 환율변동까지 겹치자 포스코의 실적은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현대제철은 포스코에 비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내놨다.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별도기준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특히 별도기준 영업이익률이 10.1%를 기록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이 업황 부진에도 불구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고 보고 있다.

 


현대제철이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현대하이스코 합병 효과와 함께 고수익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라는 든든한 매출처를 바탕으로 자동차 강판 등에 집중했고 건설경기 회복에 따라 봉형강 사업 등도 수익성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작년 철강 3인방 중 유일하게 웃은 곳은 동국제강이다. 동국제강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그 덕에 작년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당기순익도 3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가장 좋은 실적을 보였다.

동국제강이 좋은 실적을 낸 이유는 
후판에 있었다. 후판이 주력이었던 동국제강은 조선, 건설 등 전방 산업의 부진이 지속되자 포항 후판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대신 당진 공장으로 후판생산을 일원화해 생산량을 줄였다. 이를 통해 공급과잉이라는 시장 상황 타개에 나섰고 이런 전략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유니온스틸 합병에 따라 컬러강판 등 사업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도 실적 향상에 도움을 줬다.

◇ 고수익 확보에 '올인'

철강 3인방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올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정부가 나서고는 있다지만 미온적인 대처에 그치고 있어 중국발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는 어렵다. 특히 중국의 중소 철강업체들이 생산하는 저가 물량들의 타깃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남아 등에 집중돼 있어 한동안 제품 가격 인상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아울러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결국 올해도 수요가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 3인방은 각자 고수익 제품 판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작년에도 이런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장 절실한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올해 '솔루션 마케팅'을 앞세워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갈 예정이다. 포스코는 작년 총 3533만7000톤을 판매했다. 이중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의 판매 비중은 38.4%였다. 올해는 WP 판매 비중을 48.5%까지 늘릴 계획이다.
 
▲ 철강업체들은 올해도 업황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사별로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에 사활을 걸 계획이다.

또 솔루션 마케팅을 통한 제품 판매량을 작년 242만톤에서 올해는 320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부실 자회사 털어내기도 속도를 낼 생각이다. 포스코는 작년 계열사 34개사, 자산 12건 등 총 46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올해는 35개사, 내년에는 22개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제철도 초고장력 강판 등 자동차 강판 중심의 고수익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작년 현대하이스코 합병과 당진 특수강 공장 및 당진 2냉연 공장 No.2 CGL 건설을 완료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차 출시에 따른 초고장력강판 판매를 높이고 건설수요에 맞춰 봉형강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등 수요산업별 제품 대응과 고부가 제품 판매를 강화하기로 했다.

동국제강도 마찬가지다. 일단 고질적인 적자 사업이었던 후판 사업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만큼 현재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여기에 컬러강판 등 신사업 확대는 물론 매물로 내놓은 국제종합기계의 성공적인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동국제강의 전략이다.

◇ 중국 움직임에 촉각 

시장에서는 올해 철강 산업을 여전히 불안하게 보고 있다. 공급과잉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업황 부진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종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올들어 중국의 태도가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글로벌 철강 업황 부진을 야기한 주범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유례없는 강력한 어조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천명하고 나섰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리커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오는 2020년까지 중국 내 철강업체들의 조강 생산량을 1억~1억5000만톤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껏 중국 정부의 수뇌부가 직접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강조한 적은 없었다. 물론 실제로 얼마나 실행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지만 중국 정부가 천명한대로 구조조정이 실행된다면 미약하나마 국내 철강업계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 철강업계는 최근 중국 정부가 유례없는 강경한 어조로 자국의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의 발표 이후 중국 철강 유통 시장에서 철강제품 가격이 상승했다. 이는 곧 국내 철강업계도 제품 가격 인상을 단행할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는 정부의 발표 이후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도 그동안 요원하기만했던 제품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상반기 중 냉연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곳은 포스코다. 포스코는 국내 시장 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중국의 저가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동안은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고 이런 악재들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돼왔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다시 시장 지배력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시장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현대제철에게도 기회다. 국내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봉형강 제품들을 제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동차 강판 등 고수익 제품의 수익성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초고장력 강판 등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중국의 공급과잉 해소에 따른 가격 인상 분위기는 현대제철에게도 희소식이다. 다만 동국제강은 조금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많다. 후판 중심의 사업구조를 성공적으로 재편할지 여부와 흑자기조를 얼마나 끌고 갈 수 있을지 두고봐야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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