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세단에 집중하는 반면, 기아차는 강점인 SUV를 바탕으로 한 친환경 모델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출시한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소형 SUV '니로'가 그 시작이다. 현대·기아차가 이처럼 이원화 전략을 가져가는 것은 목표가 달라서다. 현대차는 도요타에 도전하고, 기아차는 국내 SUV 시장을 노리고 있다.
◇ '같은' 생각 '다른' 전략
'아이오닉'과 '니로'는 철저하게 계산된 모델들이다.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로드맵에 맞춰 개발됐다. 차체부터 파워트레인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전용으로 새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통상적으로 자동차의 차체와 파워트레인 개발에 막대한 개발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친환경차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은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다. 단, 현대차와 기아차가 노리는 방향은 다르다. 현대차는 세계 최고의 친환경차 브랜드인 일본의 도요타를 노린다. '프리우스'를 앞세워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도요타의 대항마로서 '아이오닉'을 육성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아이오닉'은 출시와 동시에 경쟁자로 '프리우스'를 지목했다. 개발 단계부터 프리우스를 염두에 두고 모든 면에서 프리우스보다 앞서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모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도요타가 내놓은 4세대 프리우스와 현대차의 아이오닉의 대결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 현대·기아차는 최근 각각 '아이오닉'과 '니로'라는 친환경차를 내세워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각기 추구하는 전략은 다르다. 현대차는 친환경 세단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국내 소형 SUV 시장과 친환경 SUV 시장 등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생각이다. |
기아차의 경우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겨냥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쌍용차의 티볼리와 르노삼성의 QM3가 장악하고 있다. 기아차는 전통의 SUV 강호다. 하지만 소형 SUV 부문에서만큼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포티지가 있지만 소형 SUV로 분류되기는 애매한 포지션이다. 이 때문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SUV 시장을 쌍용차와 르노삼성에 내줬다.
기아차는 이를 만회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 결과 기본의 내연 기관 모델로 신차를 내놓는 것보다는 좀 더 색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하이브리드 SUV다. 기아차의 '니로'는 이미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친환경차 중장기 로드맵에도 명시돼 있을 만큼 현대차그룹이 오래 전부터 준비한 모델이다.
기아차는 '니로'를 통해 기존의 소형 SUV 모델을 견제하고 시장에 SUV 모델도 하이브리드 방식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계산이다. '니로'가 성공한다면 소형 SUV 시장은 물론 세단 위주의 친환경차 시장을 SUV 시장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기아차가 '니로'를 앞세워 티볼리, QM3와 경쟁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아이오닉', '프리우스'를 저격하라
현대차 '아이오닉'에게 도요타 '프리우스'는 롤 모델이자 넘어야 할 산이다. '프리우스'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하이브리드카다. 출시 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만 350만대에 달한다. 도요타가 소비자들에게 친환경차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프리우스' 덕분이었다. 궁극적으로 현대차가 지향하는 목표와 일치한다.
'아이오닉'은 현대차의 도요타 따라잡기의 시작이다. 양산모델 시장에서는 상당부분 격차를 줄였다. 하지만 친환경차 부문에서는 여전히 도요타에 비해 턱없이 판매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통해 이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산이다. '프리우스'와는 차별화된 '아이오닉'만의 경쟁력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이다. 현대차는 올해 '아이오닉' 판매 목표를 국내외 합쳐 3만대로 잡았다.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출시해 국내 1만5000대, 해외 6만2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도요타와의 전면전에 나서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와의 경쟁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같은 차급에 같은 파워트레인을 가진 경쟁 모델이어서다. 특히 현대차의 정면 도전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아이오닉'이 가격적인 측면이나 각종 제원 등에서 '프리우스'를 앞선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아이오닉'이 '프리우스'의 주행 성능을 앞서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
우선 '아이오닉'은 '프리우스'를 겨냥해 제작된 만큼 외형적인 제원 측면에서는 앞선다. '아이오닉'은 '프리우스'에 비해 배기량이 적다. 하지만 연비와 최대출력, 최대토크는 '프리우스'를 앞선다. 적은 배기량에서도 '프리우스'보다 수치상으로 더 좋은 퍼포먼스와 경제성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또 전장과 전폭도 '프리우스'보다 길고 넓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축거는 '아이오닉'과 '프리우스' 모두 2700mm로 같지만 전장과 전폭에서 '아이오닉'이 우위에 있는 만큼 실내 공간의 넉넉함 측면에 있어서는 '아이오닉'이 앞선다. 다만 '프리우스'의 전고가 '아이오닉'에 비해 높아 뒷좌석의 편안함은 '프리우스'가 더 낫다는 평가다.
'아이오닉'이 '프리우스'와 비교해 가장 경쟁력이 있는 부분은 가격이다. '아이오닉'의 가격은 2289만~2721만원이다. '프리우스'보다 약 10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각종 보조금과 세금 감면혜택 등을 고려하면 가격은 더 낮아진다. 가격경쟁력 부문에서 '아이오닉'이 앞선다는 이야기다. '아이오닉'의 판매량은 지난 1월 493대에서 지난 2월(1311대)과 3월(1250대)에는 각각 월 판매 1000대를 넘어서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 '니로', 두 마리 토끼 노린다
현대차가 친환경 세단 시장을 노린다면 기아차는 SUV 시장을 겨냥했다. 기아차의 강점이 SUV에 있어서다. 기아차는 최근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소형 SUV인 '니로'를 선보였다. 기아차가 '니로'를 선보인데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소형 SUV 시장은 물론 내친 김에 친환경 SUV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이 숨어있다.
기아차는 그동안 국내 SUV 시장 강자로 군림해왔다. 전체 차량 판매를 이끈 것도 SUV 모델들이다. 작년 기아차의 전체 내수 판매량에서 SUV 등 RV모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RV 판매 비중이 22.9%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아차는 소형 SUV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작년 쌍용차는 티볼리를, 르노삼성은 QM3를 앞세워 소형 SUV 시장을 석권했지만 기아차는 지지부진했다. 이유는 소형 SUV 차급에 내세울만한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경쟁업체들에게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이에 따라 기아차는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할 모델이 필요했다. '니로'가 탄생한 이유다. 기아차는 '니로'를 철저히 소형 SUV 시장을 겨냥해 개발했다. 티볼리와 QM3를 염두에 뒀다. 하지만 성능면에서는 이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동급 최고의 실내 공간과 최첨단 편의사양들을 대거 적용했다.
또 하나의 강점은 바로 친환경차라는 점이다. '니로'에는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32kW급 모터 시스템을 적용됐다. 하이브리드 전용 6단 DCT도 신규 독자 개발해 적용했다. 이를 통해 연비를 북미 기준으로 50.0mpg, 국내 기준으로 환산하면 21㎞/ℓ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니로'의 가격은 2317만~2741만원을 책정했다. 티볼리 에어, QM3와 겹치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여기에 하이브리드 차량에 취득세(최대 140만원), 공채 감면, 정부 보조금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구매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기존 디젤 SUV보다 낮은 가격에 첨단 사양, 친환경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은 충분히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