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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오너리스크'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공격 배당 눈길

  • 2020.03.09(월) 15:28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배당금 전년비 각각 15%·20%↑
국민연금 배당 확대 압박 영향...오너 일가도 수혜
횡령·배임 혐의 조현식·조현범 형제, 각 77억, 67억 받아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핵심 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공격적 배당 정책이 이목을 끌고 있다. 수익성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한국타이어는 배당금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도 5년만에 배당 확대에 나섰다.

배당 확대는 기업이 주주들과 이익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주주 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경우 조양래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배당 확대 수혜가 이들에게 집중되는 구조다.

실제 이번 배당을 통해 조 회장의 두 아들인 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도 각각 수십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들은 현재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5429억원과 412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2.7%, 22.3% 감소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된 데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수입 타이어 비중을 늘린 게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핵심 계열사의 부진은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영업이익은 1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21.3% 줄어 들었고, 당기순이익도 1550억원으로 같은 기간 28.1%나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의 배당 정책은 오히려 공격적이다.

먼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2019년 결산 배당 관련, 보통주 1주당 350원을 현금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부터 줄곧 300원씩 배당한 이래 5년 만의 인상이다.

한국타이어도 보통주 1주당 550원으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그간 한국타이어는 '국내 타이어 업계 1위'의 시장 지위에도 불구하고, 배당 정책에 유독 박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던 시절에도 배당성향은 늘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런 한국타이어가 달라진 건 2018년부터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주당 400원이던 배당금을 2018년 450원으로 올렸고,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550원까지 끌어 올렸다. 배당성향도 2017년 8.16%에서 2019년 16.52%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배당 성향은 순이익중 현금 지급할 배당 총액을 말한다.

두 회사의 공격적 배당 기조는 국민연금 등 외부 압박에 기인한다. 국민연금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7.42%)과 한국타이어(8.08%)의 지분 5% 이상을 보유 중인 주요 주주다.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도입한 이후 주주 이익을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타이어 등 저배당 기업을 대상으로 배당 압박에 나서는 중이다.

이달 초에는 한국타이어의 지분 보유 목적을 종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 본격적인 주주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일반투자는 정관 변경이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경영권 참여가 가능하다.

이는 오너리스크에 빠진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오너 일가에겐 최악의 '경우의 수'다. 현재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는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이다. 조현범 대표는 구속 수감된 상태다.

자칫 실형 선고로 경영 공백이 길어질 경우 국민연금 등의 주주행동을 통해 오너 일가의 지배권이 흔들릴 수 있다. 현재로선 국민연금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이행하는 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배당 확대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배당확대의 수혜는 오너 일가도 받는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만 해도 조양래-조현식-조현범 세 부자의 지분이 62.2%에 달한다. 배당을 통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은 77억원, 두 아들은 63억원씩 가져간다.

한국타이어는 최대주주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는 가운데 조 회장은 39억원, 장남 조현범 부회장은 14억원, 조현식 대표는 4억 등을 받게 된다.

현재 회사자금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두 형제는 이들 두 회사에서만 각각 77억원, 67억원의 배당을 가져가게 된다. 여기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른 계열사 배당금이 합해질 경우 총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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