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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에 파운드리까지…SK하이닉스 '덩치 키우기'

  • 2021.06.16(수) 18:03

인텔 낸드 인수…미국·유럽·한국·대만 등 승인
파운드리 본격화에 중간지주 M&A 기대감도

반도체 업계에서 D램 '절대강자'로 꼽히는 SK하이닉스가 다른 사업으로 덩치를 키우는 작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낸드플래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인텔 낸드 사업 인수는 각국 규제당국의 잇따른 승인으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파운드리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는데, 모회사 SK텔레콤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을 추진하면서 관련 인수·합병(M&A) 기대감도 커졌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5부 능선 넘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유럽연합 집행부 EC(European Commission) 반독점 심사기구로부터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승인받은 데 이어, 최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대만 공평교역위원회(FTC) 승인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90억달러(약 10조1500억원)에 인텔 낸드 사업을 인수하기로 계약하고, 세계 주요 8개국의 반독점 심사를 받아왔다. 미국의 경우 작년 말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올 3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받았다.

이제 남은 곳은 중국과 영국, 싱가포르, 브라질 등 4개국이다. 5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미국 규제당국과 유럽 EC의 허들을 넘은 사례를 볼 때 다른 나라의 평가도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한국 공정위의 경우 상세한 이유를 들면서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공정위는 낸드 플래시와 솔리드스테이트 드라이브(SSD), D램 시장을 중심으로 경쟁 제한 가능성을 심사했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및 SSD 사업 부문(중국 다롄 공장)을 양수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인텔과 SK하이닉스가 낸드·SSD 시장에서 경쟁 관계이므로 수평 결합인데, 낸드와 D램은 SSD 제조에 사용되므로 수직 결합이기도 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낸드와 SSD 시장에서 양사의 합계 점유율이 높지 않고 30% 이상을 점유한 1위 사업자 삼성전자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는 32.9%의 삼성전자였다. 이어 키옥시아(19.5%), 웨스턴디지털(14.4%),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11.2%), 인텔(8.6%) 순이다. 

또한 이런 주요 경쟁 사업자들이 낸드와 SSD를 모두 생산하고 있어 하이닉스-인텔에 대한 공급 의존도가 낮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물론 SK하이닉스가 D램 시장에선 점유율이 30%에 육박해 세계 2위이지만, 삼성·마이크론 등 다른 SSD 제조사들도 D램을 공급하거나 자체 조달하고 있어 구매선 봉쇄 가능성도 적다고 봤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중국은 변수?

SK하이닉스가 이 같은 각국 규제당국의 심사를 연내 넘어서면 낸드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증권가는 SK하이닉스의 낸드사업이 분기 기준으로는 올 연말, 연간 기준으로는 내년이면 흑자를 작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관련기사 : ②'낸드도 장타 갖췄다. 방향성만 잡으면…'(2월1일)

다만 중국 당국의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일정 가운데 SK하이닉스가 미국 현지에 1조원가량을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한 것이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삼성·SK뿐만 아니라 대만 기업의 자국 투자를 유도하면서 중국을 자극 중이다.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규제당국 중 한 곳이라도 양사의 결합을 승인하지 않는 경우가 나오면 이번 인수는 무산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국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에 선을 그었다.

중국이 특정 기업의 결합에 반대할 특별한 이유나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주요국 규제당국이 판단한 인텔과 SK하이닉스의 시장 지위·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면 기존과 전혀 다른 판단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SK는 인텔의 다롄 공장을 인수하는 것이므로 오히려 중국이 이를 반길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한 SK하이닉스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중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중국 정부에는 '당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파운드리 확대 M&A 기대감도 '솔솔'

SK하이닉스는 낸드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정부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파운드리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2배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내 설비증설과 M&A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해 화제를 모았다.

빠른 시간 내 성과가 나타나는 M&A에 시장의 기대감이 쏠리기 때문이다. 특히 박 부회장은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뿐 아니라 2017년 일본 키옥시아(당시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사업 인수계약을 주도하는 등 초대형 M&A 사례만 모아도 경력을 가득 채우는 인물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최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하는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도 M&A에 대한 기대감을 모은다. SK하이닉스 관련 M&A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던 박 부회장이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품는 중간지주 격의 신설 투자회사 대표를 맡기로 하면서다.▷관련기사: '인적분할' SKT…박정호, 하이닉스 품는 신설법인행 유력(6월9일)

물론 SK텔레콤이 예정대로 분할해도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그룹 지주회사 SK㈜의 손자회사다. 그래서 SK하이닉스가 직접 M&A에 뛰어들기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현행법에 따라 손자회사는 피인수 기업의 지분 100%를 사야 해 M&A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금 부담은 분명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하지만 신설 투자회사를 통해서는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가 날 법한 회사들과의 M&A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설 투자회사는 국내외 파운드리·팹리스 사업자 인수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이종 기업과의 M&A에도 나설 수 있다"며 "투자 분야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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