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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①천막 친 HMM노조 "파업, 우리도 싫다"

  • 2021.08.27(금) 16:53

본사 로비서 만난 김진만 육상노조 지부장
"약속 어긴 건 사장, 감정 상할 수밖에 없다"
"MZ세대 직원 불만 더 커…파국은 원치 않아"

지난 25일 HMM 노조가 본사 1층 로비에 천막을 설치했다. 45년간 무파업을 이어온 HMM 노조가 이런 쟁의를 벌이는 이유는 임금 때문이다. 6~8년간 임금이 동결된 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금 120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운업의 '반짝 호황'을 경계하는 사측은 '임금 8% 인상, 격려·장려금 500%'로 대치하고 있다.

노사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자 노조는 파업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지난 26일 천막에서 김진만 육상노조 지부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HMM 본사 1층 로비에 설치된 천막. /사진=나은수 기자

- 내부 분위기가 어떤지 궁금하다.

▲ 직원들의 자존심과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그냥 파업하자'라고 하는 조합원도 많다.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왕서방이 번다. 예를 들어 수출대란에 임시선박을 투입 중인데 관련된 일은 모두 직원이 한다. 근데 이와 관련된 포상은 해양수산부 등이 받았지 우리가 받은 건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조합원의 근로의욕이 높을 수가 있겠나.

두번째는 2019년 배재훈 HMM 사장이 취임했을 때 한 약속때문이다. 흑자 영업이익을 기록하면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번이 아니다. 신년사, CEO(최고경영자) 메시지 등을 통해 계속 강조했다. 근데 작년 흑자 전환을 하니 돌아온건 임금인상률 2.8% 찔끔 인상이었다. 조합원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행동이다. 

회사와 지난 2011년부터 어려운 시기를 같이 보냈다. 2017년 채권단이 들어왔을 때 용선료 인하, 채권자 동의서, 얼라이언스 가입을 요구했다. 이런 조건을 맞추는 건 직원들에게 굉장히 어렵다. 그래도 직원들이 고생한 끝에 이 조건을 다 맞추면서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다.

- 감정적인 문제가 커 보인다는 얘기로 들린다.

▲ 어제(25일)부터 직원간담회를 통해 조합원 의견을 듣고 있다. 조합원의 불만 목소리가 상당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HMM 직원에게 '쌀독에 든 쥐'라 표현했었다. 사측 역시 안일한 태도를 취하는걸 보면 조합원의 분노는 당연하다. 조합원에게 '노조 측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하면 파업을 하겠다는 직원도 많다.

특히 공정을 중요시하는 MZ세대 생각이 그렇다. 지부장으로서 합의안을 찾기 위해 '너무 세게 나가지 말자'는 말을 하면 '왜 지부장은 회사랑 쉽게 타협하려 하냐'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정도로 불만이 많다.

- HMM은 아직 채권단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적자금만 3조원 넘게 투입됐다.

▲ 지금 회사가 보유한 현금을 고려하면 공적자금(영구채)의 상당 부분은 갚을 수 있다. 하지만 사측은 영구채를 갚으면 자본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 갚지 않고 있다. 보통 해운사의 부채비율은 200% 수준이다. 선박을 사지 않고 리스해서 부채비율이 높다. 근데 HMM은 그보다도 낮은 140% 수준이다.

작년과 올해, 선박 20척을 리스했는데도 부채비율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연말이 되면 이 비율은 더 떨어질 거다. 영구채 이자율이 3% 정도인 것으로 안다. 현재 회사가 현금을 활용해 3조원 중 1조원만 갚아도 이자 300억원은 줄일 수 있다. 이 이자만 절감해도 임금 인상 30%가 가능하다.

- 사측은 아직 경영정상화가 안 됐단 이유로 노조 측의 제안이 무리라고 한다.

▲ 채권단이 들어오면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투자를 많이 해 비용을 낮춰야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채권단의 영향력이 있기 전부터 회사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자산매각 등을 통해 체질개선을 이미 해놨기 때문에 투자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경영진단을 바탕으로 HMM은 선박 발주를 늘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췄다.

과거 어려웠던 시기에 HMM의 운임료가 100원이면 경쟁사는 50원 수준이었다. 지금은 우리가 50원이라면 경쟁사가 70원 수준이다. 이젠 다른 회사와 가격으로도 우위에 있을 만큼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 HMM이 중견 해운사보다 급여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 10년 전 현대상선(현 HMM)의 임금이 100이라 하면 고려해운, 팬오션 등 중견 해운사가 80~90 수준이었다. 근데 이들이 120을 가는 동안 우리는 100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은 이에 걸맞은 임금인상률을 제시했거나 구체적인 임금 인상 계획안을 공유했어야 했다. 근데 수출기업이 어렵다, 정상화가 안됐다는 등 상황을 모면하려고 한다. 그런 행태가 직원들을 화나게 한다.

지난 7월부터 주간 영업이익이 2000억원 수준을 기록하는 걸로 안다. 작년 회사 연간 인건비가 949억원이다. 임금 2배를 올려도 1주일 영업이익에 못 미친다. 노조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다.

- 서로 입장차가 크지만, 노사 모두 파업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노력하는 걸로 보인다.

▲ 우리 조합원도 파업을 하면 전방·후방산업 이런 차원이 아니라 그냥 전체적인 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안다. 그래서 이 파업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한다. 파업이 목적이 아니다. 우리가 청와대에 가고 국회까지 왜 가겠나. 노조도 파업이라는 파국으로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거다. 그래도 임금인상을 위한 투쟁은 계속 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24일엔 해상노조와 공동투쟁위원회를 발족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해상노조와 협력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투쟁방법을 생각해나갈 것이다.

파업을 위한 찬반 투표를 벌이고 있는 노조의 지부장이 "파업을 어떻게든 막겠다"고 말한 것이 아이러니했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서 국내 유일의 원양 컨테이너 운송사가 멈추면 경제가 통째로 마비된다는 것을 그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회사 측은 '3주간 파업'이 현실화되면, 피해 규모가 5억8000만달러(676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물류 대란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 규모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벼랑 끝에 서 있는 노조와 한국 경제가 위태로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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