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랩셀과 GC녹십자셀이 합병을 결정했습니다. 지난 13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양사는 합병안을 승인했습니다. 두 회사의 역량을 합해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은 합병 후 '지씨셀(GC셀)'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11월 1일 출범합니다.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은 '세포치료제'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세포치료제는 살아 있는 세포를 체외에서 증식하거나 선별해 세포의 생물학적 특성을 바꾼 의약품입니다. 적용 범위가 넓고 난치성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어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힙니다.
다만 세포치료제 중에서도 두 회사의 핵심 역량은 조금 다릅니다. 녹십자랩셀은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 개발에 강점을 지닌 기업입니다. NK세포는 원래 갖고 있던 면역세포를 통해 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선천면역세포'입니다.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해 재발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녹십자셀의 주요 사업은 '면역세포(T세포)' 치료제입니다. T세포는 암세포나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대응하는 항체를 후천적으로 생성, 방어하는 후천면역세포입니다. 후천면역세포는 항원을 특이적으로 구분하고 기억해 강력한 공격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은 이번 합병을 통해 NK세포와 T세포 융합 물질을 개발, 글로벌 세포치료제 분야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생각입니다. 녹십자랩셀의 CAR-NK 세포치료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미국 법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아티바)를 통해 다국적 제약사 머크(MSD)사에 약 2조9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하지만 T세포 파이프라인이 부재하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양사가 합병하면 T세포부터 CAR-NK에 이르기까지 세포치료제 분야의 전 영역에 걸친 파이프라인 확보가 가능하다는 구상입니다. GC셀이 출범하면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은 20개, 특허는 40여 개에 달할 전망입니다.
여기에 본격적으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진출도 선언했습니다. 세포치료제 분야의 CDMO는 다른 의약품보다 관리가 까다롭고 생산 노하우도 필요합니다. 게다가 세포치료제 분야의 CDMO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생물학제제의 평균 아웃소싱 비율은 35%에 불과한 것에 비해 세포치료제의 아웃소싱 비율은 65%에 달합니다.
현재 녹십자셀은 세포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의약품의 위탁생산이 가능한 대량 설비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LC'를 통해 세포치료제 공정·생산 경험과 노하우도 보유하고 있고요. 국내외 업체들의 유전자 치료제와 줄기세포 치료제의 전임상 및 임상 시료 CDMO도 맡고 있습니다.
녹십자셀의 CDMO 역량에 녹십자랩셀의 공정 기술을 더해 CDMO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CDMO 사업은 두 회사의 외형을 키우고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CDMO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세포치료제의 연구개발(R&D)에 필요한 기반을 다질 수 있습니다.
GC셀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세포치료제 기업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녹십자랩셀은 아티바를 통해 미국 임상을 진행하고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한 경험이 있죠. 녹십자셀은 해외에서 개발, 제조, 유통이 가능한 자회사 '노바셀'을 보유하고 있고요.
이득주 GC녹십자셀 대표는 "합병을 통해 세포치료제 사업과 관련해 양사에 분산돼 있던 특화 역량을 결합해 풀밸류체인(Full Value Chain)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회사가 힘을 모아 외형 성장을 꾀하고, 글로벌 세포치료제 기업으로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