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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조 투자' TSMC, 추격 나선 삼성…반도체 경쟁 '후끈'

  • 2022.01.19(수) 17:36

시장 1위 TSMC, 최대 규모 투자계획 '초격차'
2위 삼성 향한 견제구…독주 체제 형성 목표
삼성 3나노 공정 앞서, 美 2공장 건립 본격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투자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일반적으로 향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설비 투자는 향후 시장 성장세를 전망할 수 있는 일종의 선행 지표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반도체 생산설비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TSMC는 올해 설비 투자를 지난해보다 무려 3분의 1 이상 늘리기로 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추격을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굳히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도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차기 공정에서의 기술 우위를 확보하는 한편, 미국 제 2반도체 공장 건립을 위한 행정 절차도 본격화했다. 

TSMC 반도체 공장 전경./사진=TSMC 제공

올해만 '52조' 투자…TSMC의 강수 

19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설비투자를 400억~440억 달러(47조6500억원~52조4200억원)로 늘리겠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 설비투자 금액인 300억달러보다 대폭 늘어난 수치다.

작년 초 설비투자 계획을 280억달러로 발표했다가 실제 금액이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400억달러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TSMC는 매년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149억달러 수준이었으나 3년만에 3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아직 올해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최소 45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으로 29조9000억원의 반도체 관련 투자를 집행했고 평택 4공장과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 계획까지 고려한 추정치다. 이를 감안해도 TSMC 투자 계획에 못 미친다.

TSMC는 향후 성장성을 고려하면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금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웨이저자 CEO는 "우리는 더 높은 구조적 성장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공급망에서 반도체 산업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5G와 HPC 관련 메가트렌드는 다년간 이어져 완만한 볼륨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 팹 운영과 공급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원가 개선에 힘써 53% 이상의 마진을 달성하겠다"며 "이는 설비 투자 부담이 커져도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승부는 '3나노'에서

업계에서는 TSMC가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것은 3나노 등 초미세공정 개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시장조사기관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3.1%로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17.1%로 2위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점유율 측면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를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5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전세계에서 5나노 공정을 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5나노·3나노 등 수치는 반도체 칩의 회로 선폭 규격을 뜻한다.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3나노 기술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 TSMC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 하반기 3나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는 "(3나노 공정의) N3의 기술 개발은 궤도에 오른 상태"라며 "올해 하반기 생산을 시작해 2023년부터 이익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3나노 기술이 도입되면 가장 앞선 파운드리 기술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삼성, 美 신규 공장으로 발판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선 올 상반기 차세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의 3나노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GAA는 기존 핀펫(FinFET) 기술보다 칩 면적은 줄이고 소비 전력을 감소시켜 성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또 2030년까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총 17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바 있다. 2019년에 발표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의 133조원에서 38조원을 더한 것이다.

총알은 충분히 확보돼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삼성전자의 순현금 규모(현금과 현금성 자산 등에서 차입금 등을 제외한 것)는 101조원 수준이다. 지난 2분기와 비교해도 7조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투자 여력은 충분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뉴스룸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올 상반기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착공하는 신규 파운드리 공장도 그 일환이다. 총 투자 규모는 20조원 수준으로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업계에서는 이 공장이 현재 건설 중인 평택 P3 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테일러시는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신공장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일러 시의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삼성 반도체 신공장 부지를 병합하고 시 경계에 이를 포함하는 조례를 승인했다.

테일러시에 세워지는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5세대 이동통신(5G), HPC(고성능컴퓨팅),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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