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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깅의 미래③]루나 사태후 규제만 강화될까 우려

  • 2022.05.27(금) 16:55

전부터 나온 '코인런' 우려에도 투자 계속
미국 연준부터 금융당국까지 규제 목소리

'루나 사태'가 지난 한 주 가상자산 업계를 휩쓸었습니다. 개당 1달러로 가격이 고정(페깅)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가격 유지에 실패하면서, 다른 가상자산 가격이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페깅의 미래에서 스테이블 코인의 현재와 전망을 쉽게 풀겠습니다.

"스테이블 코인 이용자를 보호하고 코인런(코인 보유자 대거 이탈)을 막기 위해 발행사가 금융기관 수준의 감독과 규제를 받고 보험에 가입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미국 재무부가 발표한 스테이블 코인 보고서(PWG Stablecoin Report)에 담긴 내용이다. '루나 사태'가 일어나기 6개월 전이다. 일각에서 이번 루나 사태를 두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대표 국산 코인으로 불렸던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폭락하면서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본법 제정 등 규제 마련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루나 사태를 거론하며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원화 거래소 '상폐'…당국은 규제 카드

국내에서 원화로 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5개 거래소가 루나의 거래 지원을 중단(상장폐지)했다. 국내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셈이다. 고팍스와 업비트, 빗썸에 이어 코빗과 코인원이 지난 25일 상장폐지를 발표하면서 루나는 국내에서 더 이상 원화로 사고팔 수 없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근본적인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는 코인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분류, 각 코인의 성격에 맞춰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형 코인은 실물 자산을 지분처럼 나눠 일종의 주식처럼 사용하는 코인으로,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해당 코인을 규제하기로 했다.

비증권형 코인은 결제 등에 사용된다. 스테이블 코인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등 일반적으로 이름을 알린 대부분의 코인이 해당한다. 금융위는 계류 중인 법안 등을 바탕으로 코인의 발행과 상장에 더해 보험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기관도 나섰다. 마땅한 관련 법이 없어 피해 사례 조사 등에 그칠 수도 있다던 우려와 달리, 검찰이 권도형 테라폼랩스 CEO에게 사기와 조세포탈 혐의를 물을 수 있는지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사이버수사과를 통해 테라폼랩스의 횡령 정황을 두고 조사에 돌입했다. 테라폼랩스 법인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가 횡령한 것으로 보인다는 신고를 받아 사실관계를 밝히고 있다.

전부터 나온 우려 '코인런'

사실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은 전부터 거론됐다. 2019년 메타(페이스북)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 디엠(리브라)이 대표적이다. 메타는 당시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우버, 이베이, 스포티파이, 보다폰 등 글로벌 기업과 해당 코인을 발행하려 했다. 여러 제휴처를 갖춰 범국가적인 화폐로 떠오를 것이란 기대까지 받았다.

하지만 여러 국가에서 디엠이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사익 추구에 사용될 수 있는데다,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여러 국가의 중앙은행이 디지털 형태로 만든 법정화폐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연구에 나선 것도 디엠의 출시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페이팔, 보다폰 등 일부 회원사는 연달아 디엠 협회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는 프로젝트 이름을 기존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바꾼 뒤 금융 당국의 우려를 반영해 새 운영 방침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해 메타가 디엠 매각에 나서며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됐다.

실제로 코인런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스테이블 코인 '아이언 티타늄'은 발행사 아이언 파이낸스가 충분한 지급 준비금을 갖추지 못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아이언 티타늄 보유자들이 스테이블 코인을 대량 매도하면서 코인런이 일어났고, 아이언 티타늄의 가격은 무너졌다.

'시장 죽이기' 피해 규제책 마련해야

이 같은 전례에도 루나 사태가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지급 준비금 의무화나 보험 가입 등 투자자 보호정책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산자산특별위원장은 지난 23일 세미나에서 "테라 사태는 입법화를 서두를 요인이 됐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고 단기적으로 법적인 보호가 필요한 것은 특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해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옐런 역시 루나 사태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만들고 있는 새 법안에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며 "국회는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고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과도한 규제로 가상자산 산업계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부터 업권법 등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있었는데, 루나 사태로 산업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규제가 강화될까 우려된다"며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지침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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