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TSMC는 급성장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앞세워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노리고 있고, 삼성전자는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TSMC를 앞지르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TSMC, 7월 이어 8월도 최대 매출
14일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8월 TSMC의 매출은 2180억 대만달러(TWD)로 전년동기대비 58.7%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 월간 매출 기록이다. 눈에 띄는 것은 가파른 매출 성장 속도다. 지난 7월 TSMC의 매출은 작년동기대비 50%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었다. 지난 7월에 이어 한 달만에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이었던 애플이 TSMC로 넘어가면서, TSMC는 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등 공정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달러 강세(대만달러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도 실적 잔치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매출 호조세에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오는 3분기 TSMC의 매출이 직전분기대비 11% 늘어난 20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매출 전망치는 183억달러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탈환했는데, 올해 자칫하면 다시 바뀔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1등 아닌 내용적 1등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을 키우기 위한 대규모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경기도 화성캠퍼스에서 3나노 파운드리 제품을 세계 최초로 출하하며, TSMC보다 빨리 3나노 양산에 성공했다. 파운드리는 '가동 경험의 차이'가 곧 '기술력의 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술을 빨리 개발해 먼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장이다.
목표는 파운드리 시장 1위다. 삼성전자는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를 출범하면서 2030년 파운드리 시장 1위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0%대, 삼성전자가 10%대로 격차가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단숨에 좁히는 승부수'인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GAA)가 적용된 3나노 양산에 돌입하면서, TSMC를 추월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DS부문장 경계현 대표이사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어떻게 (파운드리) 1등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선단 노드 선점이나 경쟁사의 주요 고객을 확보하는 식의 방법이 있다"며 "전체 매출 1등이 아니라 내용적인 1등을 달성하는 방법 등을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