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지난 2분기 실적이 악화했다. 전기차 캐즘이 지속, 그 여파가 배터리 업계를 넘어 양극재·전구체 등 소재 업계까지 미친 탓이다. 리튬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영향도 컸다.
에코프로는 전방산업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극재 생산능력 하향도 고민하고 있다. 이에 필수 투자는 이어가는 대신 전반적으로 속도 조절을 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 조정계획은 하반기 중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엠도 주저앉았다…캐파·투자 브레이크 거나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올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546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로써 에코프로는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제품 판매가 줄고 리튬 등 재료비가 증가하면서 전기 대비로도 적자 폭이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6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7.2% 감소했다. 양극재 판매단가 하락으로 전기 대비로도 15% 가량 줄었다. 역래깅효과와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매출 및 수익성이 악화했다.
박재하 에코프로 경영관리본부장은 "원재료 가격 변화에 민감한 배터리 소재 사업 특성상 상반기에 낮아진 판매 가격 대비 고가의 원재료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수익성 관리에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말했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 실적도 부진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2분기 매출 8095억원, 영업이익 39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57.5%, 96.6% 축소된 규모다. 전기 대비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6.5%, 41.8% 줄었다.
친환경 토털 솔루션 기업 에코프로에이치엔은 매출 468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각각 17.2%, 67.9% 감소한 수치다. 전기 대비로 매출은 9.1%, 영업이익은 50.9% 감소했다.
전구체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매출 667억원, 영업손실 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76.9% 줄었고 수익성도 악화했다. 다만 에코프로 4형제 중 유일하게 전기 대비 수익성 개선을 이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원·달러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전기 대비 영업손실 규모가 130억원 가량 줄었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에코프로는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캐즘에 대응해 중장기 양극재 생산능력 속도 조절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잇단 중저가형 전기차 출시에도 불구, 캐즘 현상이 수년간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장우 에코프로비엠 경영지원본부장은 "최근 중저가형 전기차 출시가 이어지고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와 변동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 하향 및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면서 "투자 규모 조정 관련 검토가 확정되는 대로 하반기 중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필수 투자는 그대로"
다만 캐즘 이후 시장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필수 투자는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내년 양산 예정인 전구체 공장(CPM3·4공장) 등 국내 설비 증설을 예정대로 진행하고 외부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격전지가 된 유럽 시장 내 투자도 지속키로 했다. 에코프로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헝가리 데브레첸에 연산 5만4000톤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에코프로는 최근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을 통해 약 1조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 헝가리 공장 건설에 따른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니켈 등 주요 광물 자원 확보를 위한 지분투자 등을 통해 배터리 소재 생태계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유럽과 북미 등 권역별 규제에 따른 고객사의 현지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며 "하이니켈 같은 프리미엄 양극 소재부터 고전압 미드니켈, 리튬인산철(LFP) 등 중저가 양극 소재까지 복수의 신규 업체들과 제품 공급 및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타깃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다변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친환경 정책이 활발해지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수요가 늘면서 ESS가 새로운 수요처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에코프로비엠의 전체 양극재 판매량은 전기 대비 3.6% 감소했다. 하지만 ESS 양극재 판매량은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원가혁신을 통한 내실 경영을 추진함과 동시에 자원 확보, 고객 및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