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이하 MBK)·영풍이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인상한다. 경영권 분쟁 '쩐의 전쟁'이 본격화 것이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거래일 연장 없이, 가격 조정이 가능한 마지막 날 전격적으로 공개 매수가 인상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번 가격 인상은 기존 공개매수가 66만원에서 13.63% 인상된 것으로, 이는 고려아연 상장 이래 최고가인 67만2000원보다 11.60% 높은 수준이다. 공개매수 직전일 종가인 55만6000원과 비교해도 34.89%나 높다.
공개 매수가 전격 인상
MBK·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한 이유는 주주들이 매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MBK·영풍이 인상된 가격으로 최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2조1332억원에서 3064억원이 추가된 2조4396억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영풍은 지난 25일 MBK의 특수목적법인(SPC)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 3000억원의 자금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위한 자금 조달이다. MBK·영풍 연합이 경영권 장악을 위해 '영끌'에 나선 셈이다.
MBK·영풍은 이번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의 지분을 최대 14.46% 확보할 계획이다. 공개매수 성공 시 MBK와 영풍은 총 47.59% 지분을 갖게 된다. 이는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우호 지분인 33.60%를 압도하는 수치다.
영풍 관계자는 "주주 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을 통해, 특정 주주가 아닌 고려아연의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챙기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윤범 회장 대응 전략은?
MBK·영풍에 맞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대항 공개매수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을 조달, MBK·영풍의 경영권 장악을 저지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한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 대상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다. 국가 핵심 기술로 인정받게 되면 해외 기업에 고려아연이 매각될 경우, 정부의 승인이 필요해 MBK의 경영권 장악에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MBK·영풍의 공개매수 종료일이 내달 4일로, 현재 남은 거래일은 5일뿐이다. 이 기간 동안 최 회장이 자금 조달에 성공해, 대항 공개매수 제안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최 회장이 더 높은 공개매수 가격을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진과 핵심 기술진, 그리고 노동조합 등 근로자들은 다시 한번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차원에서 진행되는 공개매수가 인상을 강하게 반대한다"며 "이번 M&A에 더 많은 돈을 쓸수록 고려아연의 핵심 인력과 기술, 자산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성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