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계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시대 개막과 함께 `건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하며 더 건전한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놨지만, 최근의 사태는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이 거듭하고, 한단계 성숙해지는 과정일 수 있지만 자칫 중국의 실패는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주 글로벌 마켓을 아연실색케 했던 중국의 신용경색 위기는 어느정도 일단락되며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모양새다. 시중 금리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도 고자세를 유지했던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주 태도를 바꿔 유화성 발언을 지속하며 시장을 진정시켰다.
최근 2주간의 신용경색 사태는 중국이 안고 있는 또다른 문제를 보여줬다.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것은 물론 정책당국의 서툰 대처로 중국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中 신용경색 그 2주간의 전말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한달간 벌어진 중국 신용경색 과정에서 중국 정책당국의 안일한 대응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WSJ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이미 지난달(6월) 초부터 중국 은행들이 그림자 금융에서 건전한 대출로 자금을 선회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고 은행간 자금 시장에서 자금 흐름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우려는 19일 클라이막스에 다다른다. 중국 은행들이 6월 초순인 열흘 간에 걸쳐 1조위안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70% 가량은 단기채로 구성됐고 은행들의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는 그림자 금융으로 파악됐다.
인민은행은 은행들이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기대감에 앞서 대출을 늘린 것으로 판단했으며 문건에서는 구체적으로 씨틱은행과 민생은행, 핑안은행 등 개별 은행들이 문제 은행으로 언급되기도 했다.
고삐 풀린 신용 증가세를 잡기 위해 유동성 긴축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판단한 인민은행은 돈줄을 더욱 바짝 죄기 시작했다. 같은 날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 책임자인 장 샤오후이는 자금시장에 긴축은 물론 통화완화 또한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고 하루 뒤 인민은행의 결정은 국가발전위원회에서 승인된다.
하지만 당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시장을 강타하고 일부 해외 자본이 중국을 이미 빠져나가고 있을 때였고 결국 이 같은 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중국 매체에서는 중국은행(BOC)의 부도설이 보도되기도 했다. 중국은행이 이날 오후 자금부족에 빠지면서 한시간 반 가량 금융거래가 중단됐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 정책당국은 `신용경색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그러면서도 국가위원회는 유동성 공급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지속하겠지만 우호적인 차입자에게 빌려주길 원한다는 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을 안정시키는게 우선순위는 아닌 것으로 비쳤고 부양 기대감을 꺼뜨렸다. 인민은행 또한 자금을 공급하면서 "자금은 많지만 현명하게 쓰라"고 경고했다.
결국 이런 조치는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24일 중국 증시는 4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결국 26일에서야 국가위원회 회의에서는 "당국이 시장 기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고삐를 쥐고 풀어야 할 시기를 놓치고 화만 키운 셈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대비 국내 부채 추이(왼쪽). 붉은색은 인민은행 추정, 노란색은 노무라 추정.
◇ 서툰 대응·시장소통 능력 부족 드러내
결국 시장에서는 2주간의 신용경색 사태를 인민은행의 굴욕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용 증가세를 잡기 위해 유동성 긴축이라는 정책을 들고나왔지만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속출했기 때문이다.
중국 전문가인 에스와르 파사드 코넬대 교수는 "중앙은행에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의사소통이 명확치 않으면서 선량한 정책 의도가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노련한 미국 연준조차도 쉽지 않은 만큼 중국의 경우 기대심리를 관리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은 시장의 투기적인 태도나 언론의 추측보도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지만 인민은행과 이를 감독하는 정책당국의 서툴고 어색한 조치 역시 이번 혼란에 한몫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험부족으로 그들의 조치를 시장이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해 예측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중국 4대 은행인 중국은행(BoC)의 자금 지급불능설이 돌자마자 금융 부문을 맡고 있는 마카이(馬凱) 부총리는 진상조사를 지시했지만 조사의 중심은 루머의 출처 색출에만 집중됐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공산당중앙위원회 선전부는 미디어에 유동성 경색이나 부족 등의 단어를 쓰지 말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