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기본원칙 4가지는 장기투자, 분산투자, 저비용투자, 적립식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원칙을 새로운 타깃데이트펀드(TDF)에 녹여냈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자산운용사들의 연금상품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자체 개발한 투자전략을 통해 운용하는 TDF를 출시하고 퇴직연금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새롭게 내놓는 TDF는 저위험·저비용에 초점을 맞춰 안정적인 장기투자를 위한 EMP(ETF Managed Portfolio) 전략으로 운용할 계획이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6일 서울 이태원 폴스앵커 와인마켓에서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배 대표는 "명품 와인은 장인의 정교한 솜씨가 담긴 숙성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는데 TDF도 이와 마찬가지"라며 "한투운용의 정교한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담아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익률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TDF는 투자자가 설정한 목표 시점(빈티지)에 맞춰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펀드다. 장기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오랜 기간 숙성이 필요한 와인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는 낮은 위험, 낮은 회전율, 낮은 비용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저비용 투자상품인 ETF를 주된 투자수단으로 삼은 이유다.
실제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2060 빈티지의 합성 총보수·비용은 퇴직연금 온라인 가입자 (C-Re)기준 0.6050%다. 기존 한투운용의 TDF인 알아서 TDF 빈티지 2050(C-Re)의 합성 총보수·비용(1.1255%)과 비교하면 비용을 거의 절반이나 줄인 셈이다.
투자자산은 한투운용이 자체 개발한 분석 데이터인 '장기 자본시장 가정(LTCMA·Long Term Capital Market Assumption)'을 토대로 구성했다.
사측은 LTCMA에 대해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시장에 대한 가정에 근거해 40년 이상의 경제지표를 분석한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경기의 상승과 하락이 반복하는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특정한 시기의 변동성이 미래 기대수익률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다.
한투운용의 LTCMA에 의하면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가장 극대화되는 자산구성 방식은 미국 성장주와 국내 채권을 조합하는 것이다.
한국투자TDF알아서ETF포커스펀드 운용역인 서재영 한투운용 멀티에셋운용부장은 "기계적으로 모든 자산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위험조정수익률이 특히 우수한 자산군을 엄선해 분산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상품은 다른 TDF와 다르게 국가별 자산 분산이 적게 이뤄진 점이 특징이다. 미국 외 선진국, 이머징주식 등 해외주식과 국내 주식, 해외채권 및 국내 채권 등에 자산을 고르게 분배하는 대신 미국 주식과 국내 채권에 대부분 투자한다.
목표 시점이 가장 많이 남은 2060 빈티지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미국 성장주 ETF에 42.6%, 미국 가치주 ETF에 24.3%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외 선진국과 이머징 주식에 투자하는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채권자산의 경우에도 국내 채권은 24.1%의 비중으로 투자하지만 해외채권 비중은 전무하다.
한투운용은 이번 상품 출시를 위해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도 자체 개발했다. 글라이드패스는 투자자 생애주기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일종의 설계도면이다. 은퇴 시점을 목표로 운용하는 TDF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힌다. 한투운용은 생애주기별 인적 자본 분석을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최적화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체 개발 글라이드패스 관련 발표를 맡은 임효진 한투운용 멀티에셋운용부 매니저는 "사람의 소득 능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인적 자본이 줄어든다"며 "이를 금융자산으로 보완할 수 있도록 리스크까지 고려해 정밀하게 글라이드패스를 제작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