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압로봇 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기술특례 절차를 통해 코스닥 상장의 문을 두드린다. 유압로봇은 전동로봇에 비해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어 고난도 산업환경에서 활용 가능하다. 유압로봇의 제조 라인업을 모두 갖춘 국내 기업은 케이엔알이 유일하다.
다만 영업손실이 이어지는 만큼 실적 안정이 과제다. 회사는 비용 절감을 통해 내년 영업이익 95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성대 공학박사 3인이 만든 로봇기업
케이엔알은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김명한 대표이사를 필두로 김철한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류성무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성대 공학박사 3명이 모여 2000년에 설립한 회사다.
처음부터 전동로봇이 아닌 유압로봇을 공략했다. 유압시스템과 전동시스템 정밀제어 기술을 바탕으로 시험장비와 유압로봇을 만들어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두산중공업, 한전, 한국자동차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이 주요 고객사다.
케이엔알의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시험장비 개발·제조가 50.5%으로 가장 많다. 시험평가 용역서비스와 유압로봇 시스템은 37.5%, 1.1%씩을 차지한다.
케이엔알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압로봇 핵심 부품 풀라인업을 갖춘 곳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을 전개한 곳은 드물다.
유압로봇은 전동식 협동로봇에 비해 큰 힘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 유리하다. 주로 철강, 조선, 원자력 발전소, 우주항공 등 무거운 물체를 정밀하게 다뤄야하는 산업현장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험지 등 열악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장점이 있어 다족 보행 로봇과 휴머노이드에도 활용한다.
김명한 대표사는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전동시스템을 적용한 로봇은 가격효용성을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반면 유압로봇시스템은 환경변수가 심한 환경에서 사용한다"며 "철강, 방산, 원자력, 우주항공산업 등 분야에서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기술력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역동적이고 강인한 이미지를 가진 본연의 로봇을 제작하려면 유압시스템을 적용해야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널뛰는 수주 실적…'비용 절감' 과제
기술특례로 상장에 도전하는 케이엔알에 실적은 뼈아픈 지점이다. 프로젝트 수주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로 꼽힌다.
케이엔알은 지난 2022년 매출액이 전년대비 3.6배 뛰고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했는데, 이는 대만 가오슝 철도기술연구인증센터(RTRCC)에게 철도시스템 시험장비를 납품한데 따른 것이다.
반면 작년 가결산 매출액은 214억원으로 전년대비 58%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8억원, 39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신규 기업 진입으로 수주 경쟁이 심화되거나 제품원가가 상승하는 경우, 수익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케이엔알의 매출원가율은 2020년 50.91%, 2021년 71.25%, 2022년 78.32%로 계속 오르고 있다.
회사는 그간의 기술 선투자와 소재 가공 내재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케이엔알 관계자는 "시험장비를 발주받아 제작하는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연구개발 선투자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설비 부품을 만들기 위해 소재 가공이 복잡해 가공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자체적으로 가공설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내년 매출액을 482억원, 영업이익을 95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대만 RTRCC의 추가 수주도 미래 수익원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하반기 1.5차, 2차 수주를 통해 향후 700억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2026년 매출액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케이엔알은 몸값을 추정하기 위해 피어그룹으로 삼익 THK, 오리엔탈정공, 세진중공업을 선정했다. 이들의 평균 PER 37.8배에 2025년 예상 순이익을 곱해 주당 평가액을 1만6029원으로 계산했다. 여기에 31.4~43.9%를 할인해 공모가 희망밴드를 9000~1만1000원으로 산정했다.
회사는 지난 16일부터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은 26~27일이다. 상장 공모 주식수는 201만주이며 상장 후 전체 주식수는 1086만주다.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주식 수의 33.4%에 해당하는 363만주다. 예상 시가총액은 978억~1195억원이다.
김명한 대표 등 창업자 3명은 상장후 3년간 지분을 팔지 않기로 했다. 김 대표는 18.26%의 지분을 가진 1대주주이며 류성무 CTO와 김철한 CMO가 각각 11.26%, 5.87%의 지분을 보유중이다. 임원 12명도 2년간 매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의무보유기간이 1년이지만, 이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은 총 48.26%다.
프리IPO 단계에서 투자에 참여한 유진투자증권, 시너지아이비투자 등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16.63%다. 이들은 1~3개월간 지분 매각이 제한된다.
케이엔알은 이번 IPO로 최소 18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136억원은 본사 확장 이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밖에 연구개발, 프로젝트 운영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