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에 외부감사 '주기적 지정'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원래는 주기적 지정제 기본 루틴이 '자율선임 6년+감사인지정 3년'이었는데, 앞으로는 밸류업 우수기업으로 선정될 경우 '자율선임 9년+감사인 지정 3년'을 적용받게 된다.
당국이 공개한 평가기준에서 따르면, 감사위원을 2명 이상 분리선출 할 경우 지정 유예 혜택을 받기 유리하다. 다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에 대한 반감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유예 혜택이 밸류업 참여 유인이 될 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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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우수기업은 감사인 자율선임 6년→9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1일 회계‧감사 지배구조 우수기업에 대한 주기적 지정 유예방안을 발표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정부가 2018년 11월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신외감법(개정 외부감사법)의 핵심 축이다. 이 제도 시행으로 기업들은 6년 감사인을 선임하고, 이후 3년 동안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감사인을 지정받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5월부터 회계업계‧경영계‧유관기관‧학계가 참여하는 관계기관 TF를 만들어 주기적 지정제 적용을 완화해주는 인센티브를 검토해왔다. 이후 10월 회계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밸류업 우수기업에 주기적 지정제를 3년간 유예해주는 안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고, 연말 세부적인 평가 기준 및 절차를 확정했다.
앞으로 회계‧감사 관련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선정시 자율선임 기간이 6년에서 9년으로 늘어난다. 2017~2019년 정부로부터 감사인을 지정을 받은 후 2020~2025년까지 자율선임하는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 기업은 2028년까지 3년 더 감사인을 자유롭게 선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태현수 금융위 회계제도팀장은 "기업들이 주기적 지정제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번에 주기적 지정 제도 자체를 합리적으로 완화해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태 팀장은 "기본적으로 주기적 지정제의 큰 틀은 유지하되, 회계 감사 관련 지배 구조가 우수한 기업은 6년이 아닌 9년간 자율 선임을 하고 이후 감사인을 감독 당국에서 지정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며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도록 유도하려는 것이 정책의 기본 취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 감독규정 변경 작업을 마친 후, 6~7월 중 기업들로부터 신청을 받는다. 그리고 3분기 신청 기업들에 대한 평가를 거쳐 2026년부터 선정된 기업에 유예 혜택을 적용할 예정이다.
상장사 749곳이 유예 혜택 신청가능
지정 유예 헤택을 받고 싶은 기업은 스스로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면 민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유예대상을 확정한다. 평가위원회는 금융위와 금감원, 한국ESG기준원, 한국회계학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상장협의회, 코스닥협회의 추천을 받아 꾸려질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지정유예 혜택은 2025년부터 2027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그 이유는 2027년 주기적 지정제를 원점 재검토하는 시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태 팀장은 "주기적 지정제 도입 이후 첫 감사인 지정을 받은 기업이 두 번째 지정을 받는 시점이 2029년에 돌아온다"며 "이를 감안했을 때 제도를 원점 재평가를 하고 제도를 개선하는데 한 1~2년의 시간이 걸리므로 지정 유예는 2025~2027년까지 3년간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운영기간 중 유예 대상으로 선정되고 아직 감사인 지정 시기가 도래하지 않았더라도 인센티브를 보장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2020~2022년 주기적 지정 이후 2023~2028년 자율선임을 하는 기업이 2025년 지정유예 기업으로 선정되면 2029~2031년에 자율선임 혜택을 보장받는다. 혹은 2023년까지 자율선임을 한 후 2024~2026년 주기적 지정을 받아야하는 경우, 2026년까지 지정감사를 마친 다음 2026년부터 2035년까지 9년간 자율선임 혜택이 주어진다.
주기적 지정유예를 신청할 수 있는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신외감법이 시행된 이후 1년 이상 지정감사를 받은 적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 중 749곳이 유예 혜택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 3년동안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은 곳이어야 한다. 횡령·배임, 외부감사법, 자본시장법 중 불공정거래나 공시의무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경우 신청을 할 수 없다. 감사의견 한정·부적정·의견거절을 받았거나, 회계부정 우려가 있어 감리를 받는 중인 경우에도 신청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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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선출이 가장 큰 배점…금융위 "당락 결정짓지 않아"
혜택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은 절대평가다. 총 1000점 만점 중 800점 이상의 커트라인을 충족하면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평가기준은 △감사기능 독립성(300점) △감사기구 전문성(200점) △감사 지원조직 실효성(250점) △감사인 선임절차 투명성(150점) △회계투명성 확보 노력(100점)으로 구성한다.
이중 가장 큰 점수 분포를 차지하는 것이 '감사기능 독립성'의 평가지표인 분리선출이다. 분리선출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는 제도로, 분리선출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의결권 3%만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받는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훼손을 이유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융위 평가표에 따르면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출하는 기업엔 100점을 부여하며, 2인이상을 분리선출하는 기업엔 200점을 준다.
태 팀장은 이와 관련 "감사위원을 1인이상 분리선출하면 100점은 기본적으로 받는다"면서도 "배점이 가장 크긴 하지만 그것 하나로 당락이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점을 받은 기업 중 상당수가 주기적 지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며 "당락을 좌우하는 특정 지표를 하나로 꼽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감사위원회 전원의 사외이사 구성여부와 사업연도 개시 전 외부감사인 선임도 독립성 평가 지표로 들어간다.
회계투명성 확보 노력은 정성평가 항목으로, 법상 의무가 아니지만 감사위원회 구성·운영, 내부회계관리제도 또는 회계시스템 고도화 등 회계투명성제고를 위해 회사가 한 노력을 종합적으로 평가받는다. 이 항목은 평가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자산규모 별로 차등적용된다.
위 평가 지표 외에도 거래소에서 밸류업 우수기업 표창을 받거나, ESG기준원의 지배구조 평가에서 'A+'~'S'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50점 가점을 부여한다. 다만, 금감원의 감리착수 가능성이 높거나, 지배구조 부분 평가 결과 하위 50%에 해당할 경우 가점 적용에서 제외된다. 위법, 부당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최대 50점 감점 사유가 발생한다.
태 팀장은 "TF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750개 기업 중 5~10%인 35~40개 기업이 지정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80곳은 노력에 따라 지정유예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회계업계와 경영계가 모두 만족할만한 혜택으로 이끌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합격점을 줬다. 태 팀장은" 회계업계와 기업계가 협의대로 2027년에 주기적 지정제를 원점에서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에 3년 유예가 적당하다고 합의했다"며 "면제보다는 작은 혜택일 수 있겠지만 (만일 면제혜택을 줬다면) 수혜대상 범위은 훨씬 더 좁혀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