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큰 위험 확실히 관리"...단일 레버리지 사태로 드러난 금투협회장의 공허한 취임사

  • 2026.08.19(수) 07:30

[구멍난 금투협 자율규제]
미국은 업계 이익 vs 자율규제 구분해 투자자 보호 적극 나서
한국은 금투협이 모두 담당...레버리지 사태서 이해상충 노출
금투협 자율규제 권한은 투자자보호 수단인데 사후약방문만
큰 위험 적극 관리 강조한 황성엽 회장 취임사 몇달새 공수표

“레버리지형 또는 인버스형 상장지수상품(ETP)은 고유한 위험요소를 수반하는 복잡한 투자상품입니다.”

미국 금융투자업권 자율규제기구인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2022년 7월28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투자자 안내문에서 강조한 문구다. 이 안내문은 같은 해 7월14일 미국에서 첫 번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등장한 것을 겨냥해 나왔다. 

미국 증권업계 자율규제 기구인 금융산업규제기구(FINRA)가 2022년 7월28일 투자자 대상으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위험성을 알린 안내문. 앞서 2022년 7월14일 미국 최초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했다. /사진=금융산업규제기구 홈페이지 캡쳐.

FINRA는 2009년 레버리지 ETF의 위험성을 고객에게 제대로 알리고, 관련 심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든 후 지금까지 제재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2012년에는 씨티그룹·모건스탠리·UBS·웰스파고에 730만달러 이상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대형 금융회사도 예외가 아님을 입증했다. 올해도 아르카디오스캐피탈이 온건투자형 고객에게 레버리지 ETF를 팔고 상품 장기 보유 여부를 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금 2만5000달러를 부과하고 고객에게 약 2만달러를 배상할 것을 명령했다.

FINRA는 미국 증권사를 회원사로 두는 민간 기구다. 그런데도 레버리지 ETF 문제에 엄격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배경으로 미국이 1929년 대공황을 겪은 뒤 투자자 보호 방식으로 자율규제 강화를 선택한 점이 꼽힌다. FINRA는 1939년 출범한 자율규제 단체 전미증권딜러협회(NASD)를 전신으로 뒀다. 그 뒤 2007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규제 관련 조직을 통합하면서 FINRA가 됐다. 미국 자율규제기관이 한국 금투협과 다른 근본적 이유

현재 미국에서 FINRA는 자율규제와 분쟁조정을 맡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은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가 담당한다. 이 때문에 FINRA는 레버리지 ETF처럼 회원사의 이익이 걸린 상품과 관련해서도 투자자 보호에 온전하게 집중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투자업권 단체인 금융투자협회는 미국이 두개 기관에 확실하게 분리하고 있는 기능(금융투자회사에 대한 자율규제 vs 금융투자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입법 로비)을 모두 수행한다.

올해 한국 자본시장에 첫 등장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반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자본시장을 뒤흔든 동안 금융투자협회는 과거 FINRA와 달리 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이를 놓고 업계 이익 대변과 투자자 보호의 이해상충 문제에서 금투협이 자유롭지 않은 한계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올해 1월말 도입 추진에 속도가 붙은 끝에 5월27일 상장했다. 그동안 금투협은 사전교육 전담 외에는 눈에 띄는 행보나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일반 투자자 대상의 안내도 사전교육 시작 당시 보도자료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리스크가 높은 점을 감안해 투자자 보호 장치의 일환으로 사전교육을 도입했다"고 소개한 정도에 그쳤다. 금융위원회가 5월 두 차례 내놓은 투자자 경고문에 금투협이 언급됐으나 말 그대로 이름을 함께 올린 수준이었다. 

물론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전교육에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위험성 설명이 자세히 들어갔지만, 이 교육은 최근 개편 전까지는 투자자가 내용을 제대로 듣지 않아도 수료할 수 있는 등 허점이 많았다. 또 금투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요건인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 가이드' 및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전교육'에 각각 4000원씩 수강료를 받았고, 이를 통해 거둔 수강료 수입이 약 3개월간 45억~5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단독]삼전닉스 레버리지, 운용사만 돈 벌었다? 진짜 '잭팟'은 금융투자협회(2026년 8월12일)

반면 FINRA의 일반 투자자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은 무료다.  

업계 이익 대변vs투자자 보호 이해상충 또 노출한 금투협

금투협은 지난 2월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자산운용사 19개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출시 의향과 희망 시점, 기초자산 등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운용사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의 쏠림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러한 업계의 우려가 어떤 과정을 거쳤기에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단일 레버리지' 황성엽 책임론, 왜 커지나…업계도 투자자도 못 지킨 금투협(2026년 8월18일)

금투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시간 분산 같은 실질적 자율규제를 지난달 29일에야 결정했는데,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시장을 휩쓸고 정부에서 보완방안을 발표한 뒤에 나온 '사후약방문'이다.

금투협은 금융위원회가 관리·감독하는 금융 관련 협회 중 유일하게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 직접적인 역할을 위탁받은 곳이다. 금투협이 2009년 출범했을 때 정부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표준약관 및 표준투자권유준칙 제정과 약관·투자광고 심의, 투자권유대행인의 등록 및 자격 관리 같은 중요한 업무를 금투협에 넘겼다.

금투협은 협회 목적을 ‘회원 상호 간의 업무 질서 유지 및 공정한 거래를 확립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며 금융투자업의 건전한 발전의 기여’로 명시하고 있다. 자율규제 권한은 여기서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중요성을 지닌다. 금투협에서 자율규제를 맡는 자율규제위원회 위원장도 금투협 규정상 이사회 필수 구성원일 정도로 위상이 높다.

그런데도 금투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관련해 문제가 극에 달하고 정부가 움직이자 뒤늦게 투자자 보호 조치에 나섰다. 오히려 앞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관련한 투자자 손실과 증권사 이익쏠림을 지적하자, 하루 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은 ‘오해’라고 해명하면서 업계 이익 대변에 무게를 더 싣는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관련기사: 금감원장 '레버리지' 경고, 다음날 '시각차이' 언급한 금투협회장(2026년 6월24일)

금투협이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자본시장 현안에서 늑장 대응에 나선다는 비판은 이전에도 종종 나왔다. 한 예로 2019~2020년을 뒤흔들었던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있다. 

당시 국내 헤지펀드 1위 운용사였던 라임자산운용은 2019년 10월 펀드 환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그 뒤 알펜루트자산운용, JB자산운용, 디스커버리자산운용,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젠투파트너스가 펀드 환매 중단이나 연기를 줄줄이 발표했다. 연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2020년 6월 사모펀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동안 금투협은 협회 차원에서 눈에 띄는 대책을 내놓지 않다가, 2020년 7월23일 사모펀드 관련 준법감시인 교육 강화 및 불완전판매 근절, 운용사 현장조사를 담은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때도 회원사 징계는 없었기에 지나치게 원론적 대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황성엽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올해 1월 2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사진=금융투자협회

큰 위험 확실히 관리한다던 취임사...공허한 외침으로 돌아와

올해 금융투자협회장이 된 황성엽 회장은 취임사에서 “작은 규제는 과감히 풀고 큰 위험은 확실히 관리하는 강단 있는 규제 철학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사태에서 보여준 황성엽 회장의 행보는 '큰 위험을 확실히 관리하는 강단있는 철학'과 거리가 멀었다. 취임한 지 몇달이 지나지 않아 공허한 외침으로 확인된 것이다. 취임사 내용의 대부분은 자본시장 파이 키우기 같은 회원사 이익 대변의 성격이 훨씬 강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황성엽 금투협회장 "문제 해결하는 협회…당국에 목소리 내겠다"(2026년 1월2일)

이런 상황에서 자율규제와 투자자 보호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게 하려면, 자율규제와 업계 이익 대변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기능을 지금처럼 금투협이 모두 담당하는게 아니라 미국처럼 두개의 기관이 나눠서 전담하는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 모델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다는 한국 금융시장 규모와 제도적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현재의 이해상충 논란을 생각하면 FINRA 같은 별도의 자율규제 기관 도입은 장기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