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한 황성엽 회장이 내세운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는 '자율규제 기능 강화'였다. 정부의 직접 규제에 앞서 금융투자업계 스스로 위험을 관리해 규제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황 회장 취임 첫해 자본시장을 뒤흔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사태에서는 정작 자율규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투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서 중심부에 있었다. 상품 출시 전 금투협 회원사인 자산운용회사들을 대상으로 출시를 희망하는 단일종목레버리지 ETF에 관한 수요 조사를 진행했고, 출시 전부터 개인투자자 의무교육도 맡았다. 시장 과열 이후에는 증권·자산운용사와 후속 대책 논의에도 참여했다.
직접 상품을 인가하거나 상장을 막을 권한은 없지만 업계 의견을 정책당국에 적극 전달하고, 투자자보호를 위해 위험한 상품·영업 관행에 자율규제 기능을 발휘해 브레이크를 걸 위치에는 있었던 셈이다. "삼전·하닉만 원한 곳 3곳뿐"…금투협 뭐했나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2월 금융위원회 요청에 따라 19개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의향과 희망 시점, 기초자산 등을 조사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을 기초자산으로 희망한 운용사는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운용사들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10개 종목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12대 국가전략기술 테마 대표 종목 등을 폭넓게 제안했다. 출시 시점도 3분기와 4분기 등으로 분산 제시했다. 특정 종목에 상품이 집중될 경우를 우려해 "ETF 시장이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다. 지난 5월 27일 8개 자산운용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 집중된 레버리지·인버스 ETF 16개를 동시 상장했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임원은 "두 기초자산으로만 레버리지가 나온 건 재앙에 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대만은 TSMC가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아람코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특정 종목에만 레버리지 상품을 집중시키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금투협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관련, 누구보다 먼저 업계 수요를 확인한 조직이었다. 그럼에도 업계의 우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책에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38년 증권맨 황성엽, "몰랐다면 무능, 알았다면 방치"
황성엽 회장의 공약을 떠올리면 책임론은 더 커진다.
황 회장은 지난해 차기 협회장을 뽑는 선거 당시 자율규제 기능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 확인되는 투자자 보호 장치는 사전교육과 기본예탁금, 임직원 매매 제한 등에 머물렀다. 특정 종목 쏠림을 적극 막거나, 운용·판매 과정에서 회원사가 따라야 할 별도의 위험관리를 위한 행보나 발언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사태가 커진 뒤 황 회장의 대응 역시 책임론에 불을 지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ETF는) 투자자 실익이 없고 증권사 배만 불린다.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반성하고 후회한다"며 수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찬진 원장 간담회 다음 날 황 회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약간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배불린다고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고 언급했다.
▷관련기사: 금감원장 '레버리지' 경고, 다음날 '시각차이' 언급한 금투협회장(2026년 6월24일)
금융당국 수장이 공개적으로 사전 대응 부족을 인정한 이후에도 자율규제기능을 담당하는 금융투자협회 수장은 회원사의 입장부터 설명한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장에 '드러누웠어야 했다'고 발언했는데, 황 회장은 차라리 그 자리에서 차라리 드러누워서라도 단일종목레버리지 ETF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출신 협회장이 이런 상품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1987년 신영증권에 입사해 사원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른 38년 경력의 자본시장 전문가다.배불리는건 오해라더니…금투협은 50억 특별수입
황 회장의 "증권사만 배불리는 것은 오해"라는 발언은 이후 확인된 금투협의 교육 수입과 맞물리며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비즈워치가 금융투자협회와 국회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금투협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관련 의무교육으로 벌어들인 수강료 수입은 45억~57억원 수준이다.▷관련기사: [단독]삼전닉스 레버리지, 운용사만 돈 벌었다? 진짜 '잭팟'은 금융투자협회(2026년 8월12일)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출시한 8개 운용사가 8월 3일까지 거둔 운용보수(약 39억원)보다 많다.▷관련기사: [단독]'단일종목레버리지' 삼성운용 승자 독식...운용수익 미래에셋의 6배(2026년 8월5일)
증권사만 배불렸다는 시각은 오해라는 황 회장의 발언은 금투협의 일회성 특별 수입과 오버랩되면서 역설적으로 '오해한게 맞다. 금투협도 배불렸다'는 반응이 나온다.
물론 교육 수입과 자율규제 실패를 직접 연결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융투자업계가 시장 과열의 책임론에 휩싸이고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떠안는 동안 금투협은 책임론에서 비켜선 가운데 수십억원의 교육 수입이 남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황성엽 회장 책임론이 커지는 이유는 그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직접 허가해서가 아니다. 상품을 막을 권한은 없었더라도 적극 우려를 전달할 위치에는 있었고, 바로 그런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협회장이 됐기 때문이다.
결국 황성엽 회장에게 돌아가는 질문은 하나다. 자율규제 강화를 공약한 협회장으로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란 고위험 상품, 그것도 특정업종에 집중된 상품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져 시장을 흔들 때 무엇을 했느냐다. 업계의 우려는 왜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고, 투자자 보호 장치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이 대거 동시 상장한 지난 5월 27일 황 회장은 부동산신탁사와 실물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대표단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었다. 당시 대표단은 인도네시아 신수도 개발 사업과 현지 부동산·디지털 인프라 투자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금투협은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