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이라도 생활에 필요한 물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공급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도법 제12조는 '수도사업자는 수도사업을 경영하는 경우 합리적인 원가산정에 따른 수도요금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수도요금 생산원가 지역별 큰 편차'라는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1톤(1m³)당 전국 수도요금은 최대 3.2배 차이가 납니다.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같은 양의 물을 사용해도 내야 하는 요금이 다른 것이죠.
그렇다면 수도요금은 어떻게 결정하고 지역별로 요금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전기요금 동일요금 vs 수도요금 다른요금
수도요금과 달리 전기요금은 전국 모든 지역이 동일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관계자는 "한국전력이 전국에 지점을 세우고 동일하게 전기를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기요금의 체계를 보면 한국전력이 계량기를 통해 가정용, 산업용 등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체계입니다. 용도별 가격 차이는 있어도 지역별 요금 차이는 없습니다.
반면 상수도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164개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상수도에 댐과 보, 광역상수도를 통해 물을 공급하고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자원공사로부터 물을 공급받는 지자체들은 조례로 수도요금을 결정합니다.
송옥주 의원실이 환경부로터 받은 지난 2016년 기준 지역별 수도요금 현황에 따르면 1톤당 전국 수도요금 평균은 703.4원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특별시는 572.11원, 부산광역시는 770.26원, 광주광역시는 622.35원 등 입니다. 지자체별로 요금을 결정하는 구조여서 똑같은 양의 물을 쓰더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집니다.
◇ 수도요금, 지자체 조례로…거리·인구밀도 등 고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7개 시·도 자치단체 중 1톤당 요금이 가장 비싼 지역은 전라북도로 914.27원입니다. 반면 1톤당 가장 요금이 싼 곳은 대전광역시(529.88원)입니다.
지자체별로 요금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가장 비싼 전북과 가장 싼 대전의 물값이 톤당 400원이나 차이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지역별로 물 생산원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 생산원가는 취수원 개발의 용이성, 취수원과 물 공급지역과의 거리, 수돗물 생산시설의 규모, 정수처리비용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해 수도법 제72조에 따라 조례로 요금을 결정하는 것이죠.
인구밀도 역시 물 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지난해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996만명이고 이들은 수도요금으로 1톤당 572.11원을 냅니다. 반면 인구가 185만명에 불과한 전북은 수도요금이 914.27원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습니다. 인구밀도가 낮을수록 급수지역이 넓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환경부 수도정책과 관계자는 "인구밀집도가 높아 대형정수장을 쓸수록 원가는 낮아지고 설치에 필요한 관로길이도 짧아진다"며 "강원도 등 농어촌으로 갈수록 관로길이가 길어져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시·군 단위까지 살펴보면 전국에서 가장 수도요금이 낮은 곳은 경상북도 청송군으로 437원입니다. 반대로 수도요금이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 평창군으로 1389원입니다.
경북 청송군이 인구밀도가 낮은 지방도시임에도 요금이 저렴한 것은 수질이 좋고, 수도요금 인상도 없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청송군의 원가(1151원)대비 요금(436.8원)은 37.9%에 불과합니다. 같은 경북 지역인 청도군은 원가가 1001원으로 청송군보다 싸지만 수도요금은 821.71원으로 청송군의 약 2배입니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송 지역 물은 워낙 수질이 좋은 1급수라 관리에 특별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또 주민부담으로 인해 지난 2015년 요금인상 이후 수도요금을 동결한 것도 수도요금이 저렴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 수도요금, 생산원가보다 공급가격 더 낮아
지자체별 요금 차이도 있지만 수도요금은 생산원가보다 공급요금이 더 저렴하다는 점도 특이한데요.
수도요금 체계에서 생산원가와 요금의 관계를 따질 때 '현실화율'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현실화율은 수도요금이 원가와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생산원가와 공급원가가 같다면 현실화율은 100% 입니다.
서울시의 수도요금은 1톤당 572.11원이지만 생산원가는 697.2원입니다. 부산시 수도요금도 770.26원이지만 생산원가는 908원으로 원가보다 요금이 137.74원 더 저렴합니다. 17개 시·도 중 14개 지역은 생산원가보다 공급요금이 더 저렴합니다. 현실화율이 100% 미만인 셈이죠. 대구·인천·울산시 3개 지자체만 생산원가보다 공급요금이 더 높은데요.
대구·인천·울산시의 생산원가가 높은 이유는 환경부가 매년 발간하는 상수도 통계에서 공업용수를 포함해 집계하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수도정책과 관계자는 "상수도 통계는 상수도 전반에 대한 통계를 내기 때문에 공업용수를 제외하지 않는다"며 "공업용수를 제외하면 가정용은 전국 모든 지역이 생산원가보다 요금이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장경제 원리로 따지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파는 것은 '밑지는' 장사입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지차제가 수도요금을 생산원가보다 싸게 책정하는 이유는 국민 누구나 사용하는 공공 필수재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요금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요금으로 지정돼 정부의 규제를 받습니다. 공공요금 적용을 받는 대상에는 물처럼 공공성과 공익적 성격이 강해 가격이 오를 경우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상품이나 서비스가 해당합니다.
물이 공공재인 만큼 생산원가보다 싼 수도요금을 받아서 발생하는 적자분은 국비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으로 메우고 있습니다.
환경부 수도정책과 관계자는 "수도요금을 해외와 비교하면 일본이 우리나라의 1.7배, 유럽이 3~4배 수준"이라며 "지자체에서 현실화율을 높이려 하지만 주민들에게 바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