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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날]⑥“인구 잠재력의 절반만 활용해서야…”

  • 2019.03.07(목) 17:35

한국에 상륙한 '여성할당제' 해외사례 살펴보니
발원지 노르웨이는 초강력법안...미국에선 벌금제 채택
스페인·네덜란드 자율규제 성격...말련·인도·일본도 도입

현재 국회에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특정 성(性)의 이사가 이사회 정원의 3분의2를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바꿔말하면 이사회의 3분1을 여성으로 구성해야한다는 것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다.

이른바 '여성이사(임원)할당제' 도입을 담은 이 법안은 한국에선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활발히 논의되어왔고 실제로 적지않은 나라들이 적용하고 있는 법안이다.

민간기업에 여성할당제를 가장 먼저 법제화한 곳은 노르웨이다.  2003년 여성할당제 도입을 발표한 안스가르 가브리엘셀 노르웨이 경제부장관은 ""기업 이사회가 전체 인구의 잠재력의 절반만 사용할 수는 없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노르웨이의 여성할당제는 ▲이사회 정원 2~3명이면 반드시 남녀 각각 1명 이상의 이사를 두고 ▲4~5명이면 남·녀 각각 2인 이상 ▲6~8명이면 남·여 각각 3인 이상 ▲9명 이상이면 남·여 각각 40%의 이사를 두도록 하는 내용이다.

노르웨이는 2003년 유한책임회사법을 개정해 이러한 여성할당제를 도입했는데 처음에는 국영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했고, 2006년 민간기업으로 확대했다. 민간기업에는 2년 경과기간을 주고 2008년까지 할당비율을 맞추도록 했다.

노르웨이는 할당비율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경고, 벌금에 이어 최종적으로 해산 또는 상장폐지까지 가능도록 초강력 조치를 취한 것이 특징이다. 강력한 패널티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제도도입 초기인 2004년 노르웨이의 여성임원비율은 25%였으나 2006년 36%로 높아졌고 민간기업까지 확대적용한 2008년에는 42%로 올라섰다. 노르웨이에선 새로 설립하는 회사는 법인 등기때부터 이사회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기 때문에 현재 전세계적으로도 여성할당제가 가장 완벽하게 자리잡은 나라로 꼽힌다.

노르웨이에서 시작한 여성할당제는 이후 핀란드(도입연도 2014년), 아이슬란드(2006년), 스페인(2007년), 네덜란드(2010년), 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2011년), 독일(2015년) 등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다만 노르웨이가 채택한 강력한 패널티 정책까지 함께 전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나라들은 할당비율은 제시하되 패널티 보다는 인센티브 또는 할당비율을 준수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 자율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스페인과 네덜란드다.

스페인은 상장회사와 임직원 250명 이상인 기업에게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채우도록 했지만, 불이행시 벌칙을 주진 않는다. 대신 이행한 기업은 정부와의 계약때 우선권을 제공하는 당근책을 쓰고 있다. 네덜란드도 30%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준수하지 못할경우 패널티보다는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의 사례도 흥미롭다. 2013년 독일에선 야당 사민당(SPD)이 제안한 여성임원할당법안이 연방하원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연방하원의 다수를 차지한 정당은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이었다.

전세계에서 대표적 여성리더로 손꼽히는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이 여성할당제를 통과에 미온적이었다. 그 이유는 친기업성향의 자민당(FDP)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보다 유연한 제도 주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안 부결 사태이후 기민당 내부에서 갈등이 증폭됐고 결국 진통끝에 메르켈의 기민당은 기존 입장을 바꿔 여성임원할당제를 채택했고 이후 대연정을 통해 임직원 2000명 이상의 상장기업는 감독이사회의 30%를 여성으로 채워야하는 할당제를 도입했다.

독일의 감독이사회는 우리나라의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다만 독일은 임직원 2000명 이하 기업은 비율을 강제하지 않고 자율적인 임원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캘리포니아주가 여성할당제를 시행중이다.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상장회사는 올해말까지 여성이사를 1명 이상 임명하고, 2021년말까지 이사회규모가 4명이하면 최소 1명, 5명이면 최소 2명, 6명이상이면 최소 3명의 여성 이사를 둬야한다.

위반시 벌금이 부과되는데 최초 위반시 10만달러, 두번째부터는 30만달러를 낸다. 벌금 액수를 떠나 평판 위험이 작동한다.

아시아에선 말레이시아가 대기업 이사회내 여성 30% 할당제를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 일본이 시행중이다. 일본은 2015년 여성활약추진법을 제정해 여성관리직 비율 30%, 여성이사비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이사가 없는 상장사는 그 이유를 주주에게 설명해야하는 기업지배구조지침도 있다.

노르웨이에서 시작해 일본까지 건너온 여성할당제의 취지는 경제활동에서 양성평등을 추구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노르웨이처럼 기업에게 강제적으로 할당비율을 준수하도록 하는 나라가 있는 반면 인센티브 또는 설명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보다 유연한 정책에 방점을 두는 곳도 있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관련 논의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참고해볼만한 내용이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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