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은 이미 선분양이 중심인 시장에서 '선선분양'으로 수요를 분산해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고 한 건데 (정부가) 공급을 많이 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면피' 성격이 더 크지 않을까요. 과거에 부작용이 많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는데…"
한 분양업계 관계자가 본청약 전환을 앞두고 공공택지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에 대해 보인 반응입니다. 최근 고양창릉S3블록, 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 당첨자 등이 본청약 전환을 앞두고 대출 상품과 분양가 인상 흐름에 반발한 것을 두고서죠.
'내일의 나'에게 줄 선물인데
사전청약은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다 사라졌던 제도입니다. 2009년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고양 원흥, 하남 미사 등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됐죠. 이후 구리 갈매와 부천 옥길, 시흥 은계, 하남 감일에도 사전청약을 통한 공급이 이뤄졌고요.
사전청약의 부작용은 당시부터 있었습니다. 하남 감일지구는 2010년 사전청약 이후 9년 만인 2019년에 본청약을 진행하기도 했죠. 결국 입주까지 하세월을 기다린 수분양자의 피해가 커지자 사전청약 제도는 폐기됐습니다.
되살아난 건 한참 뒤 정권이 바뀐 문재인 정부에서였습니다. 문 정부는 주택 공급 속도전을 강조하며 2021년 공공분양 아파트에 사전청약을 적용하기로 했죠.
▷관련기사: 9년만에 부활한 '사전청약제' 이번엔 꽃길 걸을까(2020년 5월12일)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는 공공택지에서의 민간 사전청약을 없앴으나 2023년까지 '뉴홈'이라는 이름의 공공주택 사전청약 물량을 대거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2024년에 공공주택 사전청약도 중단했죠. 당시 국토부는 "본청약을 진행하다 보니 제도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점들이 나타나 신규 시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사전청약, 안 되는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2024년 5월21일)
10여년이 지난 뒤 국토부가 꼽은 사전청약의 제도적 한계는 본청약 지연과 그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었습니다. 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했을 때 드러난 부작용만 재확인한 거죠. 최근에는 전용 대출 상품의 금융 조건까지도 달라져 혼란이 일었습니다.
결과는 잡음·혼란
고양창릉 S3블록은 윤석열 정부가 공공주택 브랜드 '뉴홈'을 내걸고 2022년 12월에 사전청약자를 모집한 단지인데요. 사전청약 당시 연 1.9~3.0%의 고정금리로 최장 40년간 5억원 한도로 담보인정비율(LTV)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고 청약 수요를 유인했죠.
해당 단지는 이 같은 전용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을 내세워 청약 수요를 흡수했고 3년 6개월 만에 본청약을 예고했어요. 그런데 전용 모기지 내용이 달라져 논란이 커졌죠. 본청약 입주자모집공고문에서 대출 한도는 4억원으로 줄고 LTV는 70%, 일반과 신혼, 신생아 등 각 디딤돌 대출 요건 충족에 따라 연1.8~4.5%의 금리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관련기사: [집잇슈]사전청약 사라진 뒤 불거진 당첨자 대출 속앓이(7월10일)
이에 대해 반발이 거세자 국토부와 한국주택토지공사(LH)는 정정 공고문을 냈습니다. 사전청약당첨자에게는 80%의 LTV를 적용해 최대 5억원 한도의 모기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죠. 다만 금리와 대출기간 등은 입주 시점에서 디딤돌 대출 조건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그러자 성남복정2지구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본청약 예정일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LH가 사전청약 당시 예고한 본청약 일정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추가 공사비와 금융 비용 등을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한준 전 LH 사장은 2024년 국감에서 "LH에서도 온전히 인상된 분양 가격을 피해자분들한테 돌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사전 청약자 입장에서 분양가를 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사전청약 단지의 예상 분양가가 본청약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령 남양주왕숙2 A3블록은 전용 84㎡ 기준으로 사전청약 추정분양가가 5억6330만원이었으나 본청약에는 7억3245만원으로 30%가 뛰었죠. 2021년에 사전청약을 받은 후 2024년 본청약을 예고했으나 올해 4월에나 본청약이 이뤄진 단지입니다.
공공의 역할, 예측할 수 있는 미래
이재명 정부는 주거 영역에서 공공의 역할을 키우겠다고 합니다. LH가 택지 장사가 아닌 직접 시행을 중심으로 운영하게끔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죠.
그런데 과거 정부 정책으로 공급한 공공분양 단지에 대출 조건을 사전청약 당시 안내했던 것처럼 해달라는 요구에는 뜨악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엄중한 시기라는 판단에 금리 조건을 과거처럼 한다는 건 현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죠.
전 정부 탓이 비일비재한 게 부동산 시장입니다. 사전청약으로 공급할 물량은 본청약 지연으로 다음 정부가 이어받아 분양할 수밖에 없으니 더 그렇죠. 다만 이번 사전청약 논란은 아쉬움이 더 큽니다. 시작부터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별다른 손질도 없이 갖다 쓴 거니까요.
이재명 정부가 주거 정책에서 '공공'을 강조한다면 책임감을 더 엄격하게 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거 영역에서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일은 정책의 신뢰성 기반 위에서여야 합니다. 대출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거나 세부 사항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는 문구로 슬쩍 넘긴다면 공공에 누가 의지할 수 있을까요.
결국 실수요자에게 예측할 수 있는 주거의 미래를 줘야 합니다. 시장은 학습효과에 익숙합니다. 정부도 과거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 하지 않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 부동산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 나가길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