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만나야죠. (중략) 그런데 저는 이제 볼 일이 별로 없어서…."
지난 3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안' 관련 브리핑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날 것'이라는 언급에는 힘이 없었고, '이제 볼 일이 없다'는 말에는 힘이 더욱 없었다.
배경은 간단하다. 그는 사실상 국토부 장관이 아닌 처지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홍지선 현 국토부 2차관을 새로운 국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관련기사: 국토장관 후보자에 홍지선 2차관…"주택 신속공급 기대"(2026년 8월30일)
당초 김 장관은 이번 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주택공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지난달 20일과 26일 두 차례 회동해 서울시내 주택공급 부지 등을 놓고 논의한 바 있다.
국토부는 서울시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용산공원 부지 등을 활용해 주택 공급할 것을 계획했으나, 서울시는 이에 반대하면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서울시가 제안한 탄천 부지를 검토해보겠다"며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하지만 재차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국토부 장관 교체가 예고되면서, 서울시내 주택공급 논의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와중에 다른 지방정부의 반발도 다시 점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난 3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일방적인 주택공급정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법무부의 세종 이전 계획 발표를 계기로 '경마공원 및 방첩사 부지 주택공급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재차 내고 있는 것이다.
신 시장은 "과천 지식정보타운, 과천과천지구, 주암지구, 갈현지구 등 현재 진행 중인 4개의 공공주택사업과 약속된 교통 및 생활 기반시설 조성을 최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무렵만 해도 '닥치고 공급', '속도전'을 강조했다. 국토부가 지난달 13일 내놓은 공급대책 명칭도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이었다.
국토부는 '8·13 대책'을 통해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일대,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경기 광주시 역세권 등을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2만7000가구 규모의 주택공급을 추진하고, 추가 7만30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주택지구도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공개할 계획이었다.
이런 공급은 청년과 신혼부부에 집중해 이들의 빠른 주거안정을 도모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이를 지휘할 국토부 장관 교체를 통해 정부 스스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셈이 되고 있다.
불필요한 마찰로 주택공급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피해는 그 대상인 청년과 신혼부부가 입게 된다. 다만, 소중한 보금자리를 급하다고 아무 곳에 아무렇게나 지어선 안 될 것이다. 정부의 장관 교체 카드가 공급에 속도뿐 아니라 질적 수준을 더하는 해법의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