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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서울우유, '우유 월급' 줄 만큼 어렵다고?

  • 2016.10.10(월) 15:08

문제는 대책없는 교육지원사업비 규모
우유품질개선 보다 新성장동력 찾아야

▲ [사진 = 서울우유 홈페이지]

 

서울우유는 지난해 '우유 월급'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경영난이 악화되자 직원들에게 우유로 월급을 지급했다는 논란이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월급으로 유제품을 샀다"고 해명했다. 사내 유제품 행사에서 직원들이 우유나 치즈 등 유제품을 10만~20만원, 일부 임원들은 200만~250만원 어치를 각각 구입했고 구매한 유제품 값이 월급에서 공제됐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회사 경영 상황을 걱정해 자발적으로 자사 유제품을 구입했다는 것은 미담이다. 그런데 업계 1위 서울우유는 진짜로 직원들이 월급으로 우유를 살정도로 어려울까.

 

직원들의 걱정과 달리 서울우유 경영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 1조6749억원과 영업이익 442억원을 달성했다. 물론 '우유를 물처럼 마시던 시절'과 비교하면 저조한 실적이지만, 경쟁업체에 비해 선방했다. 지난해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각각 364억원, 201억원에 머물렀다. 매출도 매일유업 1조5422억원, 남양유업 1조2150억원 수준이다. 서울우유가 여전히 규모와 내실 면에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것.

반면 당기순이익은 서울우유가 꼴찌다. 지난해 서울우유의 당기순이익은 9억원으로 남양유업(267억원), 매일유업(261억원)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왜일까.

 

이유는 바로 '교육지원사업비' 탓이다. 교육지원사업비는 조합원 농가들에게 목장 환경과 유질 개선 등을 위해 지급되는 돈이다. 실례로 올해 3월 서울우유가 출시한 '나 100%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조합원)에는 교육지원사업비가 집중됐다고 한다. 이는 '어려울 때 일수록 투자해야 한다'는 변치 않는 경영원칙일수도 있다. 또 서울우유는 주식회사가 아닌 조합 형태인 관계로, 수익이 나면 어떠한 형태로든 조합원 이익을 위해 쓰는 것은 이해된다.

 

서울우유 측도 "교육지원사업비는 그간 국내 낙농업 육성과 유질 개선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또 "주식회사는 수익이 나면 주주에게 배당하지만, 협동조합은 낙농업 육성과 품질개선 등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쓰고 있다"고도 했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저출산 등으로 국내 우유 소비가 급감하는 '비상 상황'에서도 교육지원사업비를 줄이지 않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교육지원사업비는 522억(2011년), 481억(2012년), 495억(2013년), 528억(2014년), 512억(2015년) 등 매년 500억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도 251억원이나 썼다. 이대로 하반기 까지 가면 올해도 5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지금 유업계가 처한 위기는 교육지원사업비를 높여 '품질 좋은 우유'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품질이 떨어져서, 맛이 없어서' 우유를 외면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사업 다각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는 분석이 일리있다. 서울우유가 그간 썼던 수천억원대의 교육지원사업비를 줄여 새 사업에 투자했다면, 직원들이 월급으로 우유를 사는 일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수 있다.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자발적으로' 직원 월급에서 회사 유제품을 샀지만, 회사는 가장 큰 비용 중 하나인 교육지원사업비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미래는 생각않고 당장 협동조합 '주인'인 조합원의 눈치만 보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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