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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집단대출 조이기…효과는 2년 뒤에나

  • 2016.11.24(목) 13:23

내년 분양 공고 아파트 잔금대출, 분할상환 적용
상호금융권도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

내년부터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잔금대출을 받으려면 소득을 증빙해야 한다. 또 거치식이 아닌 분할 상환 방식으로 원금과 이자를 처음부터 갚아야 한다.

농협과 신협, 축협 새마을금고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 등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정부는 24일 이런 내용의 8·25 가계부채 후속 조치 방안을 내놨다. 현재 은행권에서 시행하고 있는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을 집단대출과 상호금융 주담대에 적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다만 이번 대책에서도 LTV·DTI 규제 강화 방안은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달부터 금융사들이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DSR)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해 DTI를 대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그동안 집단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혀왔는데,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이런 조치를 내놨다.

집단대출이란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시공사나 보증기관의 보증을 토대로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을 금융사가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그동안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해 심사를 하지 않았다.

이번 방안은 내년 이후 분양 공고를 내는 아파트의 잔금대출에 적용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분양받은 사람들이 잔금대출을 받는 시점인 2년 뒤에나 나타날 전망이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내놔 당장 소비 위축 등 부작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 공고부터 적용

정부는 우선 내년 1월 1일 이후 분양 공고를 내는 아파트 집단대출 중 잔금 대출에 대해 처음부터 나눠 갚는 분할상환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당장 이자만 갚는 거치식은 1년 이내만 가능하다.

중도금 대출의 경우 보증부 대출인 데다가 상환 만기가 2년 6개월 정도로 짧아 나눠 갚는 것이 곤란해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과 보험, 상호금융사가 취급하는 모든 집단대출에 대해 이런 방안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분양권을 받은 사람은 2~3년이 지난 뒤 잔금 대출을 받을 때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 갚는 거치식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 자료=금융위원회

다만 1월 1일 이전에 분양권을 받는 경우 주택금융공사의 신상품(입주자 전용 보금자리론) 공급을 통해 분할상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기존 보금자리론은 DTI 60%가 적용되지만, 이 경우에는 80%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 상호금융권도 가이드라인 도입…매년 원금 30분의 1 갚아야

정부는 상호금융권에도 '맞춤형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상호금융권의 고객 특성을 고려해 농축수산물소득자료, 어가경제 통계자료, 소득예측모형을 활용해 소득을 추정한다.

다만 농어민 대출은 만기가 3∼5년으로 짧아 원리금 분할상환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매년 원금의 30분의 1만 나눠 내면 분할상환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이밖에 DSR을 대출심사와 사후관리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내에 시행한다. DSR은 대출심사 시 신청자의 기존 대출을 포함해 상환능력을 따지는 제도다.

금융사는 앞으로 차주의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자동차 할부까지 확인한 뒤 이를 대출 심사에 참고한다. 또 고부담 DSR 대출자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한다.

◇ 집단대출 적용 어렵다더니…뒷북 대책

이번 방안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본격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아파트 분양 뒤 잔금대출이 이뤄지는 2년 뒤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1300조원에 달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

결국 정부의 대책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당장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부작용이 지속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이미 2%대까지 떨어진 경제 성장률은 가계부채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그동안 집단대출에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이 어렵다고 수차례 강조했는데, 인제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은 것 역시 '오락가락'한 모습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상호금융을 비롯한 제2금융권 대출을 뒤늦게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대출을 조인 뒤 풍선효과로 질 나쁜 대출이 이미 빠르게 늘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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