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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DSR, 당신의 대출을 발가벗긴다

  • 2016.12.06(화) 09:58

모든 대출 원리금 상환액 산출해 대출 심사

"우리 은행에 연 4.5%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2000만원 있고, 신용 대출이 A 은행에 1000만원, B 저축은행에 500만원 있으시네요. 이 중에서 A 은행은 다음 달부터 갚으셔야 하고, B 은행은 내년부터네요. 소득이 3500만원이셔서, 1000만원 추가 대출은 어려우실 것 같고, 500만원을 분할상환으로 받으시죠."

이달 9일부터 금융회사들이 신규 대출이나 기존 대출의 만기연장 심사 때 DSR 즉 '총부채원리금상환액'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DSR이란 게 도대체 뭐고, 어떻게 적용한다는 걸까요? 쉽게 말하면 금융회사가 고객의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 스케줄 등 모든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을 통합적으로 산출한 후 소득과 비교해보고, 제대로 갚을 수 있는 경우에만 대출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동안 적용했던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원리금 상환액을 계산하지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에 대해서는 이자 부담만을 더해 산출했습니다. 다른 대출 만기가 언제인지, 이자는 얼마인지에 대한 정보도 없었습니다.

이 경우 기존 기타대출의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었습니다. 사실 거치식 대출과 만기 연장이 당연한 분위기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다른 대출을 언제부터 갚아야 하는지, 또 금리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금융사가 전반적으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이를 함께 고려한 DSR을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DTI의 경우 은행이나 보험사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적용하지만, DSR은 은행과 보험뿐 아니라 캐피털사 등의 신용대출까지 모두 적용하게 됩니다.

▲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가계부채 관리방안 후속조치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DSR에 대해서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한 번 알아볼까요?

소비자가 은행 창구에 가면, 은행 직원은 두 종류의 DSR을 확인합니다.


우선 오는 9일부터 적용하는 '실질 DSR'입니다. 이건 소비자가 실제 올해 갚아야 할 원리금을 계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본인의 대출이 이미 만기에 도달해 돈을 갚기 시작했다면 DSR이 높을 거고요. 5년 뒤부터 갚는다면 DSR은 5년 뒤에 높아질 겁니다. DSR이 높을 수록 본인의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여전히 만기가 남은 거치식 대출이 있는 소비자가 DSR이 낮을 거니, 당장은 더 유리하겠다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은행에는 또 다른 DSR이 있습니다. '표준 DSR'이라는 겁니다.

표준 DSR은 거칠게 설명하자면 본인의 모든 대출을 분할상환 형식으로 바꿔 부담을 측정해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5년 뒤 만기가 도래하는 거치식 대출을 올해부터 갚는 거로 가정해보는 겁니다.


정확하게는 업계의 평균 만기와 금리, 분할상환 대출 비율 등을 따져본 뒤에 계산하는 건데요.

어쨌든 이 방식을 따르면 본인의 대출이 당장 갚을 필요가 없는 '거치식'이라고 하더라도 '대출 상환 부담'이 크다는 계산이 나오게 됩니다.


'표준 DSR' 방식은 시중은행은 올해 2월부터, 지방은행은 5월부터 이미 적용해왔습니다.

엄격한 기준을 정해 대출을 제한하기보다는 대출 뒤 사후 관리 차원에서 참고 자료 정도로만 활용했기 때문에 소비자의 체감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은행은 이 두 가지 수치를 비교해가며 각자 자율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정부(금융위원회)가 DTI 60% 제한처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DSR을 적용하면 소비자는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다만 정확히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은행에 따라, 돈을 빌리는 소비자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치식 대출이 있는 경우 '실질 DSR'에선 별 영향을 안 받을 수 있지만, '표준 DSR'과 함께 적용하니 결국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은 기준이 모호하긴 합니다. 

두 가지 수치를 어떻게 비교해 활용할지, 각각의 수치를 어느 정도로 적용할지 등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예를 들어 실질 DSR이 40%고, 표준 DSR은 60%일 때 더 대출해줄 건지, 아닌지 등에 대한 기준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다만 DSR을 당장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더라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요즘처럼 계속 빠른 상태가 이어지면 나중에는 대출 여부를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나는 은행들을 주시하고 있으니, 속도 조절 차원에서라도 일부 소비자들의 과도한 대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앞으로 은행들이 내 대출 정보를 더 세세하게 알고 있고, 이를 참고하기 시작한 만큼 추가 대출을 받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하면 될 듯합니다. 본인의 대출에 대해 미리미리 '부담의 정도'를 관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대출이 필요하더라도, 기존 대출 탓에 거절될 수 있으니까요.



실제 정부는 각 은행이 고(高) DSR 대출자의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DSR 외에도 은행들은 이미 올해(수도권 2월, 지방 5월)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처음부터 원금을 갚아나가는 분할상환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원리금 분할상환 원칙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추가 대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관련 기사 ☞ 좁아지는 대출 문...세 가지 사례로 풀어보기

이래저래 앞으로 대출받기가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대출 갱신도 어려워질 수 있으니 본인의 빚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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