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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PF 딜레마]연착륙에 '촉각'…태영건설에 쏠린 눈

  • 2024.01.04(목) 07:10

금융당국, 연착륙 위해 금융지원 확대
태영건설 자구안, 채권단 판단이 변수
부동산 경기 살아야 PF 위험도 낮아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이 혼돈에 휩싸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제기돼왔던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현실이 된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시에 PF 시장 부실이 확산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태영건설이 마련한 자구계획이 금융당국과 채권단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서 워크아웃에도 변수가 생겼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야 근본적인 PF 부실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부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지원 확대 강조한 금융당국, 채권단 선택 변수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2023년 12월28일)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련 부처 회의(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감독원·KDB산업은행 등)를 열고 부동산PF·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PF 위험 노출금액(익스포져)이 금융사 총자산의 0.9%(4조5800억원) 수준이고 대부분 은행과 보험업권 등 손실흡수 능력이 양호한 상황이라 금융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시장 상황이 나아지기 쉽지 않아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거시경제금융현안 회의에서 현재 84조5000억원 규모의 시장안정조치 방안을 필요하면 추가해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태영건설 워크아웃]F4 "강한 자구노력 전제로 구조조정"(23년 12월29일)

관건은 태영건설의 자구안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대주주의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주채권은행(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었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태영건설 대주주들의 강도 높고 철저한 자구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며 "자구노력을 본 채권단의 협의와 협조, 이를 본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의 여러 채무 가운데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가 보증을 선 채무를 먼저 갚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태영건설 회생 의지에 대한 채권단의 의구심이 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 3일 태영건설 경영 상황과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채권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태영건설은 자구안을 발표했다. 자구안에는 계열사 매각과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 계열사 지분 담보제공 등이 담겼다. 관심을 모았던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등의 계획은 없었다.

워크아웃이 진행되려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75%가 동의해야 한다. 설명회에 참석한 윤세영 태영건설 창업회장은 "태영건설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으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채권단에 호소했다. 이날 태영건설 자구안을 바탕으로 채권단은 오는 11일 1차 협의회를 갖고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태영건설 자구안이 채권단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이 아닌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태영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정책금융기관 등의 태영건설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며 "협력업체와 분양계약자 등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은 가능하지만 당초 계획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정상화 유도와 함께 분양계약자 보호와 협력업체 신속 지원 등의 내용도 대응방안에 담았다.

금융 지원 넘어 분양률 높여야 

태영건설 워크아웃 진행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PF 시장 불안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진 것은 부동산 경기 악화와 고금리 기조 유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까닭이다. 

저금리 기간 대출을 활용한 내 집 마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동산 시장 열기가 확산되자 PF 사업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2년 전부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시장금리도 상승했고, 누적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부담으로 부동산 경기는 하향 안정화로 돌아섰다.

금융위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PF 대출금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원 가량 증가했다. 2020년 말(9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42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PF 시장 옥석 가리기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사업성이 있는 곳은 자금 지원을 통해 살리고 없는 곳은 구조개선이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사업장을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신용평가는 "PF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인 의지와 냉각된 시장 환경이 맞물리면서 사업 및 재무적 개선이 필요한 개별 건설사들과 PF 사업장에 대해 정부나 금융권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사례가 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PF 사업장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부동산 경기 회복이 관건이다. 주택 매입 등 부동산 수요가 되살아나야 PF 사업장의 사업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김명수 나이스신용평가 대표는 "시행사와 건설사는 분양가를 낮추고 금융사도 대주단 협의체를 통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규제일변도의 부동산 법제 환경을 정비하고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가계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구매를 멈추고 관망세로 돌아선 가계들이 매력적인 분양가와 금리조건, 여러 세제혜택을 통해 다시 매수세에 동참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선 부동산 거래량 회복을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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