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을 최소화하려면 금융 지원과 함께 부동산 경기도 회복돼야 한다. 분양 수익성이 개선돼야 PF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고금리와 함께 집값 상승에 대한 부담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는 얼어붙은 상태다. 부동산 시장에서 내놓는 올해 집값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이라 실수요자들도 쉽사리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정부 입장에선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을 위한 부동산 부양책을 시행하기 어렵다. 이미 1800조원이 넘은 가계부채에 빨간불이 켜진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야 PF 시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해법에 대한 시선은 달라 정부도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말에도 늘어난 가계부채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4094억원으로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다만 전달 대비 증가액은 2조238억원으로 증가 폭이 둔화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금리에 대한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화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2월부터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혼합형과 주기형 상품에도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금융 소비자들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1875조6000억원(2023년 3분기 기준, 한국은행)이 넘어선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변동형에서 고정형으로 가계대출 무게중심을 이동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구상이다. ▷관련기사: 스트레스DSR 내년부터 적용…2년 후 대출한도 1억 줄 수도(23년 12월27일)
금융당국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토교통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도입으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5억원까지 주택구입 자금을 대출해주고 조건을 갖추면 금리는 1.2%까지 낮아진다는 게 골자다. 이는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다. ▷관련기사: 1주택자도 1.6% '신생아특례대출' 갈아탄다(23년 12월27일)
금융권에선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지원 대상이 한정적이고 저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가계대출이 증가해도 금융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대출을 통해 주택 마련에 나서라는 대책인 만큼 금융당국과 주택당국의 정책 엇박자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부동산 거래 살아야 하는데…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PF 대출은 134조4000억원에 달한다. PF대주단 협약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작년 8월말 기준 187개로 이 가운데 주거시설이 114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지방 사업장이 절반 이상이다. 187개 사업장 중 103곳이 지방 소재이고, 주거시설도 114곳 가운데 68개 사업장이 지방에 있다.
금융당국은 PF 사업장 재구조화를 통한 사업성 제고와 이를 전제로 한 신규 자금 투입이 PF 시장 정상화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사업성이 없는 곳들은 정리를 진행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지방 PF 사업장은 금융권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상이다. 수도권에 비해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자금을 지원해 사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려면 사업성 여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지방 뿐 아니라 국내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야 한다는 게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선 금융권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경우 점차 증가 폭이 둔화되며 안정화 추세라고 자평했던 가계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라는 점에서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부실 우려를 키우지 않으면서도 부동산 거래를 회복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가계부채 심각성을 고려하면서도 PF 부실을 줄이기 위한 부동산 거래 회복을 위해선 법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상업용 부동산부터 거래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PF 시장이 회복되려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 경우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투기수요 유입이 아니라 상환 능력을 갖춘 실수요자 중심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