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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이라 괜찮아?]ELS '스크롤·확인' 누르면 뚝닥 가입되는데

  • 2024.03.25(월) 06:50

홍콩 ELS 사태 계기 비대면 채널 더 강화 예상
소비자 '이해'보다 '책임회피' 우선…뷸완전판매 소지
"상품 이해도 높이자니 비대면 번거로움 확대"

은행들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금융투자상품의 주요 판매 채널로 비대면 채널을 주 채널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비대면 채널의 경우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의 특성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판단이 될 경우에만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러한 은행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비대면 채널에서도 불완전판매는 여전히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은행들이 상품 가입 이전 마련해 놓은 '금융투자' 이해도를 측정하는 척도를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비대면'에서 불완전판매 없다는 이유

현재 주요 은행들은 비대면 채널로 모바일 뱅킹을 활용중이다. 모바일 뱅킹에서 금융투자상품 가입을 할 경우에는 '비대면' 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까다로운 사전 절차를 요구한다. 

공통적으로 은행들은 몇가지 질문 문항으로 금융소비자의 투자 성향을 파악한다. 통상 △안정형 △안정 추구형 △위험 중립형 △적극 투자형 △공격 투자형 등으로 구분한다. 

이후 각 등급에 따라 가입이 가능한 금융투자상품이 달라진다. 투자성향이 '안정형' 이라면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지만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는 가입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투자 성향 파악을 마친 금융소비자가 금융상품에 가입하려한다면 해당 금융상품의 상품설명서를 확인해야 한다. 이 설명서의 내용의 마지막 장까지 '스크롤'을 내려야만 최종적으로 가입이 가능하다.

이같은 절차를 마련한 것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함이다. 적정성원칙, 적합성원칙, 설명의무 등 금융투자 판매 과정에서 준수해야 하는 모든 절차를 이러한 방식에 담았다. 

'뚝닥' 가입…불완전판매 소지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에서 불완전판매 소지를 원천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 놨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완전하지는 않다.

당장 홍콩 ELS 판매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배상안에서도 이같은 점이 녹아 있다. 금감원은 비대면으로 홍콩 ELS를 판매한 경우 판매사는 원금의 5%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면 채널 10%에 비해서는 낮지만 그만큼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비대면 채널이 완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데에는 은행들의 영업행태에 기인한다. 은행들은 최근 자사 모바일 뱅킹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바일 채널에서의 고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 영업점을 방문, 영업점 직원과 함께 비대면 채널을 통해 금융상품을 가입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업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금융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경우가 발생했고 이것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금융소비자가 스스로 비대면 채널에서 금융상품에 가입 시 금융회사는 소비자가 해당 상품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판단한다.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마련해 놓은 '절차'를 모두 이행하면 금융상품에 대해 충실히 설명했고 소비자 역시 이를 이해했다고 봐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가입을 위해 모바일뱅킹에 '체류'하는 시간이 극도로 짧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한 관계자는 "금융앱의 경우 고객 평균 체류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월 180분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있다"라며 "금융상품 가입하는 경우만 따져보기는 쉽지 않지만 이 경우도 체류시간이 최대 30분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금융상품 가입을 위해 긴 시간 금융앱에 머무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고 보고 있다.

은행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려고 할 경우 금융소비자 법 준수를 위해 길게는 1시간 가량 소모된다. 즉 비대면 채널에서의 가입시간은 '대면채널'에 비해 지나치게 짧다. 이는 상품설명서의 '확인'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금융소비자의 상품 이해여부를 따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관계자는 "상품설명서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더라도 금융상품 가입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라며 "은행들 스스로 금융상품 가입 시 체류시간 등을 분석해 불완전판매 소지 여부를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품 이해 판단 위해 퀴즈?…비대면 장점 저해

은행들이 마련한 비대면 채널 상 금융상품 가입 절차 역시 법 준수와 원금 손실 시 책임 회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은행의 경우 금융투자 상품 가입 과정에서 해당 상품이 어느 자산에 투자하는 지에 대한 설명과 해당 자산의 위험성 등을 설명하기보다는 '원금손실 가능성' 만을 주로 경고하고 있다. 

은행 한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적어도 금융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알아야 할 부분을 완벽하게 이해했는지 체크하기 위해 간단한 퀴즈를 가입 중간중간 넣는 방안도 고심했지만 비대면 채널의 가장 큰 장점이 간편하고 신속함 인지라 쉽게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현재는 금융소비자 보호법 준수를 위한 프로세스를 구축한 것이 맞다"라며 "금융소비자를 좀 더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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