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나온 김에, ‘캐리어(Carrier)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중견 제조업체 오텍(AUTECH)그룹의 지배구조를 얘기하면서 창업주의 아우를 빼놓고 가면 꽤나 섭섭하지 싶다.
진즉에 회사를 떠나 담을 쌓고 지내는 듯 보여도 사업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오너 강성희(68) 회장의 동생 강창희(66) 전 ㈜오텍 부사장의 활동무대 케이에이치테크를 들춰보는 이유다.
오너 강성희 ‘믿을맨’이었던 동생
강 전 부사장은 인천대 기계공학과 출신이다. 기아차의 부품공급업체 옛 기아모텍에서 근무했다. 강 회장이 45살의 늦은 나이에 2000년 4월 모태기업 ㈜오텍을 창업하자 동생도 초창기인 2003년 합류했다.
자동차부품사업부문장, 구매부문장 등으로 활동했다. ㈜오텍의 현 주요 사업부문 중 냉장․냉동탑차, 앰뷸런스, 장애인차, 캠핑카 등 특장차 외에 팔레트(Pallet), 시트모듈 등 자동차부품 제조부문을 사실상 책임졌던 이가 강 전 부사장이다.
뿐만 아니다. 활동 반경이 꽤 넓었고, 형의 신뢰는 두터웠다. ㈜오텍(2005년 3월~2017년 3월) 뿐만 아니라 오텍캐리어(2014년 3월~2018년 3월), 오텍캐리어냉장(2011년 9월~2021년 3월) 등 오텍그룹의 굵직굵직한 사업 계열사들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한 게 좋은 예다.
참고로 오텍그룹이 ‘형제 경영’에서 지금은 ‘부자(父子)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동생의 퇴임과 맞물려 있다. 강 전 부사장이 2017년 3월 ㈜오텍 이사회 자리를 비우자 대신에 앉은 이가 강 회장의 두 아들 중 장남 강신욱(38) 오텍그룹 미래전략본부 전무다. 재작년 3월 오텍캐리어냉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차남 강신형(36) 상무가 바통을 이었다.
강창희, 형의 배려 아래 알짜 업체 경영
비록 매출 1조원대의 오텍그룹의 오너인 강 회장에 비할 바 못되지만 강 전 부사장도 지금은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룹을 떠난 직후인 2021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창업한 회사가 바로 KH테크다. 지금껏 대표로 활동 중이다.
한데, KH테크의 본점 위치가 묘하다. 경북 경주다. ㈜오텍의 차부품 부문 경주공장 안에 위치한다. 즉, 자동차 부품 팔레트 등을 만들어 ㈜오텍을 통해 현대차·기아차에 납품하고 있다. 오텍그룹의 고객사·협력사 영업 관리 등도 맡고 있다. ㈜오텍이 KH테크에 지난해 8억원에 이어 올 상반기 8억원가량의 비용을 지불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즉, 강 전 부사장이 형의 배려 아래 자신의 전공을 살려 알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 볼륨 치고는 벌이도 꽤 쏠쏠하다. 확인 범위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KH테크는 2021년 말 총자산 10억원에 매출 11억원. 영업이익 8억원을 벌어들였다.
㈜오텍을 정점으로 10개사로 이뤄진 계열사 말고도 앞서 ‘[거버넌스워치] 오텍 ③~④편’에서 애기한 2세들이 독자 경영하는 에스에이치글로발(SH GLOBAL)과 그 계열사 에프디시스(FDSYS), 여기에 동생의 KH테크까지 사업적으로 씨줄과 날줄처럼 긴밀하게 얽혀 있는 게 지금의 오텍그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