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파생상품의 눈물]②"거래稅, 소탐대실 할수도"

  • 2013.12.11(수) 08:47

현물시장까지 위축 가능성..세수 오히려 줄 수도
해외 도입후 폐지한 전례 많아.."필요한 부분만 고쳐야"

이미 시름에 잠겨 있던 파생상품 시장은 또다른 `파도`에  숨돌릴 틈이 없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의 파생상품거래세 법안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가운데 최근에는 파생상품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안이 추진되는 등 주요 과세 수단으로 파생상품이 정조준됐다.

 

정부는 오는 2016년부터 파생상품을 사고 팔 때 거래세를 매기는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현재 계류 중이다.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거래세 도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의도한대로 세금이 더 걷힐지 의문인데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 현물시장 위축..세수 늘리려다 오히려 줄 수도

 

정부가 제출한 법안에 따르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선물은 0.001%, 옵션은 0.01%의 거래세가 부과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1000억원에서 1200억원 가량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기대한다. 세수 확대가 급한 정부가 머리를 짜내 마련한 묘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가뜩이나 증시 거래가 부진하고 기존의 파생상품 시장 규제로 이미 자금이탈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을 두번 죽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거래세까지 도입되는 상황이면 아예 시장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파생상품 거래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 `좋은 투자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거래세가 부과되면 거래규모가 더 줄어드는 것은 물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외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안(案)대로 과세가 이뤄지면 선물시장 거래가 13% 감소하고 옵션도 14% 줄어들 것으로 봤다. 한국세법학회의 진단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선물과 옵션 거래가 각각 39%와 27% 격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공모펀드에 대한 과세가 실시된 후 차익거래 규모는 40%나 감소했고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거래가 줄어든 바 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정부안 대로라면 파생상품과 연계된 거래세는 확보될 수 있겠지만 (거래 감소로) 이와 연계가능한 다른 차익거래가 불가능해지면서 세수 증가를 결코 담보할 수 없다"면서 "이점이 거래세 도입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하면 세수가 늘기보다 증시 거래 감소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수 있고 거래세 영향을 덜 받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늘어 오히려 투기심리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연구원은 "KOSPI200 선물·옵션 시장의 위축은 주식시장 거래위축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주식시장 성장은 주가지수 파생상품 성장과 함께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거래세보다는 자본이득세를 도입하는 것이 파생상품 시장 건전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파생상품거래도입 시 현물시장 위축으로 연간 11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고 세법학회는 파생상품거래세와 직접 연관된 국세, 지방세, 교육세까지 포함한다면 향후 5년간 4131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인 금융위원회마저도 거래세 도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정부의 세수부족에 대한 고민을 이해하면서도 부작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거래세가 시장 유동성을 줄이고 변동성을 오히려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수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 코스피 지수와 코스피200선물 거래대금 추이(출처:자본시장연구원, 한국거래소)

 

◇ 실패한 전례 많아..글로벌 증시 추세에도 `역주행`

 

외국 사례를 봐도 한국의 파생상품 거래세 추진은 시류에 역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미 해외에서는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했다 실패한 전례가 왕왕 있었다. 독일과 스웨덴, 스위스, 일본은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했다 거래대금이 급감하는 부작용을 겪고나서 결국 폐지했다. 거래세를 통해 확보한 세수 규모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국도 일찌감치 거래세 부과 논의가 있었지만 미국 의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자본이득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다. 브라질도 2009년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다 올해 외국인 자금 유입 둔화 영향으로 폐지를 결정했다.

 

인도와 함께 대만의 경우 거래세를 오랫동안 부과해 온 국가지만 외국인 수요 이탈이 나타나자 지속적으로 세율을 인하해 왔고 최근에는 절반까지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만은 각종 거래세가 정부의 주요 세수원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그러나 오히려 파생상품에 거래세가 부과되면서 현물 거래량이 최근 10년간 점차 감소했고 결국 싱가포르에 뒤처지는 시장이 됐다.

 

유로존도 금융위기 이후 내년부터 금융거래세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최근까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시행 시기가 연기됐다. 거래세율도 초기에 제안됐던 내용보다는 완화할 예정이다.

 

한국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되면 결국 시장 참여자들은 더 거래가 활발하고 규제의 벽이 낮은 곳으로 옮겨가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상대적으로 거래비용이 낮은 중국이나 싱가포르가 한국시장의 대안으로 지목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정말 필요한 부분만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세 도입은 시장 활력을 위축할 수 있고 경쟁관계에 있는 아시아 파생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힘의 균형추를 아예 바꿔버릴 것"이라며 "이미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거래세 도입은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