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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눈물]③창조! 한국형 시장 키워라

  • 2013.12.11(수) 11:06

규제완화만큼 다양한 상품 도입 필요
장외상품 양성화·한국 현실에 맞는 상품 들여야

파생상품하면 복잡한 구조나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투기적인 부분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잘만 활용하면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여러가지 불확실성을 줄여 더 효율적인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 파생상품 시장이 생겨나고 크게 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만 풀어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다양한 파생상품이 활발히 거래될 수 있도록 비옥한 시장 풍토를 일구는 것도 중요하다.

 

◇ 장내 파생상품 활성화, 韓 자본시장 발전 밑거름

 

증시에서는 요즘 주식연계증권(ELS)과 파생연계증권(DLS) 성장세가 무섭다. 둘 모두 장외 파생상품의 일종이다. ELS와 DLS는 저금리와 분산투자 대안으로 떠오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먹거리가 됐다. 투자자와 발행자 입장에서 모두 윈윈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파생결합증권 발행과 거래가 증가하면 그만큼 변동성 위험을 헤지하는 수단이 더 필요해진다.  이런 역할을 바로 장내 파생상품이 한다. 장내파생상품은 증거금만 내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진입장벽이 훨씬 더 낮다. 따라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무한한 장외 파생상품을 위해서라도 장내시장의 발전이 우선적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점차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한국형 헤지펀드도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체다. 따라서 헤지펀드가 제대로 활동하려면 다양한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자본시장연구원도 한국형 헤지펀드 산업 발전을 위해 그 밑거름이 되는 파생상품 인프라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파생상품 활성화를 위해 야간 파생상품 시장을 개설했다. 파생상품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서도 야간 파생상품 시장 거래량만큼 꾸준히 늘어났다. 투자자들은 야간시간 대에 해외 악재가 발생하면 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위험을 헤지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파생상품 시장의 순기능이 십분 발휘된 셈이다. 지난 9월에는 달러옵션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환율관리에 어려운 중소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환위험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활동을 병행 중이다. 

 

◇ 성장성 보인다..체질에 맞는 상품 제대로 찾아야

 

아직 한때 거래량 1위를 기록했지만 국내 파생상품은 질적인 면에서 여전히 척박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다양한 파생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최대 파생상품 시장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파생상품이 1300개에 육박하고 유럽파생상품거래소(EUREX)도 260여개에 달한다. 반면 국내 시장은 16개에 그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문제는 시장으로 풀어야 한다"며 "금융신상품 개발과 거래부진 상품의 활성화야말로 근본적인 해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기성 완화를 위해 도입된 규제를 한번에 푸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와 해외 선진사례 모방을 통한 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거래소도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도 최근 공개석상에서 파생상품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거래소는 글로벌 파생상품 시장 경쟁과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파생상품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파생상품연구센터는 거래소 파생상품 시장의 기관 비중 확대와 장외 파생상품 시장 표준화 등을 숙제로 꼽고 있다.

 

정부는 내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선물시장과 만기 20~30년 장기국채 선물, 섹터 지수선물 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변동성지수 선물은 미래 변동성에 대한 기대치를 지수화한 변동성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미국의 빅스(VIX)와 비슷한 개념이다. 변동성지수 선물은 특히 ELS나 DLS 등의 구조화상품과 함께 변동성 노출이 증가하면서 부각되고 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변동성 지수는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에서도 상장돼 있다"며 "빅스만으로 상황이 다른 국가에서 위험도를 따지기 힘든 만큼 자연스러운 추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미 다 상장된 상황에서 때늦은 감도 있다고 덧붙였다.

 

섹터선물은 업종별 대표기업들로 구성된 섹터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거래소에서 17개의 KRX섹터지수를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만들어질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파생상품 시장 개설을 위해 감독당국은 해외사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다만 국내에서 이미 거래되고 있는 장내 파생상품 가운데서도 코스피200선물 등 주식관련 상품 8개 정도만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돈육선물이나 금선물 등은 이미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따라서 해외거래소 성공사례를 무조건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해외상품을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도 시급하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상무는 "국내 파생상품의 경우 절대적으로 개수가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상장상품 대비 거래되는 비중은 50% 선으로 적은 편이라며 오히려 비율은 한국이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수요가 있는 상품을 신규상장하는 것은 맞지만 해외에서처럼 많은 것이 상장된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규모가 큰 장외 파생상품을 장내로 들이는 것도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의 또다른 방법이다. 국내 장내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장외 시장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준이며 장외 파생상품은 중앙청산소(CPP) 등을 통해 장내 파생상품으로 도입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이를 위해 지난 9월 장외파생상품거래 청산업 인가를 취득했다. CCP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이용하는 금융기관들의 부도 가능성을 낮추고 신용보강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를 더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파생상품의 장내 활성화 방안으로 유동성 공급자(LP)에 대한 혜택을 부여하거나 옵션 추가 상장제도,  협의대량거래 도입, 해외 투자자 참여 유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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