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가격이 너무 높다는 건 인정하지만 헬스케어 업종 전반의 버블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죠. 그럴 이유도 충분합니다."
최근 미국 나스닥 4000선이 무너지면서 바이오테크 급락에 따른 거품 붕괴 우려가 커졌다. 그간 대표적인 성장모멘텀 주식으로 나스닥 상승을 견인했던 바이오테크주들이 빠지자 인터넷과 기술주들도 줄줄이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긴가민가했던 바이오 관련주의 거품이 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됐다.
제롬 펀드 섹터럴자산운용 대표는 17일 한화자산운용 초청 간담회에서 "일부 바이오테크 기업은 충분히 버블이 있고 버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타당하지만 헬스케어 섹터차원에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과거 2000년대초 바이오 버블 당시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과거 바이오섹터가 버블이었을 당시엔 업계가 성숙하지 못했고 현실이 아닌 꿈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신약을 실제로 개발해 직접 병을 치료하고 있고 지난해 600억달러의 매출이 나는 등 가시적인 결과를 내고 있다.
물론 헬스케어 하위산업 안에서 제약업종의 경우 성장률보다 높은 주가수익(PE) 비율에서 거래되는 만큼 섹터럴자산운용에서도 비중축소를 하고 있다. 반면 복제약이나 바이오기술, 의료기술 등 나머지 분야는 10~25%의 성장률을 구가하면서 10~15%의 기대수익률을 구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가 헬스케어업종의 전망을 자신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역시 고령화가 진행되며 인구구조학적으로 우호적이다. 2010~2015년 전세계 65세 이상 인구는 60% 가까이 증가했고 2040년까지 13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머징 시장에서 나타나는 부의 효과와 정책적인 지원 또한 헬스케어 수요를 더욱 높일 것이란 기대다. 제롬 펀드 대표는 "헬스케어 시장이 성장하려면 인구고령화만으로는 불충분한데 신흥국의 소득증가가 더 많은 인구의 헬스케어 수요 증가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머징시장에서의 정부 지원 역시 미미했지만 최근 10년새 중국의 헬스케어 관련 지출이 3배로 증가하는 등 이머징 시장 전반에서 큰 증가세를 기대했다.
혁신 역시 무엇보다 헬스케어업종을 이끄는 동력으로 지목되는데 실제로 신약 승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의 헬스케어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보다 낮다. 미국은 18%에 달한다. 제롬 펀드 대표는 한국의 빠른 고령화 추세를 주목하며 GDP의 7%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롬 펀드 대표는 헬스케어 업종에 대한 3가지 오해를 소개하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헬스케어 섹터는 틈새(niche) 업종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미국의 헬스케어 업종의 시가총액은 한국 전체의 2~3배에 달하는 4조달러"라며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편입 이후 24년간 누적수익률이 1300%에 달하고 변동성도 바이오테크 외에는 S&P500과 거의 유사하다"고 말했다. 성장성 외에도 대형제약사를 중심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바이오테크 업체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바이오테크 시장의 바닥을 지지하는 요소라고 판단했다.

제롬 펀드 대표가 이끄는 섹터럴자산운용은 세계적인 헬스케어 전문 운용사로 한화자산운용의 한화글로벌헬스케어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섹터럴자산운용은 헬스케어 업종에 대해 환경과 시장 변화에 따라 종목을 선별해 투자한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남아프리카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통틀어 일컫는 메나(MENA) 지역 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복제(generic)약품업체 포트폴리오에는 한국 업체도 2곳이 포함돼 있다.
한화글로벌헬스케어펀드는 2006년7월 설정 후 140%에 달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화자산운용의 대표펀드 가운데 하나다. 글로벌헬스케어펀드에서는 한국기업에 투자하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