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2011년 상장’이란 약속은 헛소리가 된지 오래다. 현 주식가치 역시 취득가격에 한참 못미치고 있다. 이번 1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지금, IBK투자증권의 6년전 ‘헛소리’가 언제쯤 ‘실(實)소리’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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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은 설립된지 1년이 채 안된 이듬해 4월 1001억원(발행주식 1540만주·발행가 6500원)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자본확충을 통해 자기자본투자(PI) 등 투자은행(IB) 사업 강화와 장외파생ㆍ선물 등 신사업 진출 등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비상장’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반공모 방식을 택한 것은 모기업인 기업은행에 손을 벌리지 않아도 일반투자자들만으로도 충분히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IBK투자증권은 이를 위해 ‘2011년 상장 목표’를 전면에 내세웠다. 2년만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달콤한 약속이었다. 구체적인 근거 수치까지 내밀었다. 설립 첫 해 2008년 104억원의 손실을 낸 IBK투자증권은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당시 3월결산으로 2013년 12월법인 전환)부터 흑자로 전환되고, 2010년부터는 영업이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3년내 약 35개의 지점을 개설해 종합증권사의 외형적 기반을 다지고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해 영업이 정상화되는 2010년에는 559억원의 순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기반으로 ‘설립경과년수 3년’의 외형요건이 충족되는 2011년 10월 증시에 상장한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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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비전은 얼마가지 않아 잿빛으로 바뀌었다. 2009년에만 흑자(48억원)를 기록했을 뿐 2010년 113억원 적자를 기록, 2011년 상장은 공염불이 됐다. 2011년에도 93억9000만원의 순익 적자를 낸 IBK투자증권은 2012년이 돼서야 흑자(16억4000만원)으로 돌아섰고, 2013년에 가서야 결손금을 모두 메웠다. 지난해 순이익 118억원, 올 1분기 106억원으로 이제야 차츰 수익성을 확보해가는 양상이다.
하지만 아직은 소액주주들의 성에 찰리 만무하다 IBK투자증권이 유상증자를 위해 외부평가기관에 의뢰해 매겨진 현 IBK투자증권의 1주당 가치는 5022원. 2009년 4월 일반공모 때의 6500원보다 22.7%(1478원)가 낮다. 장외가격은 더 형편없다. 3000원대 초반으로 반토막이다.
이런 맥락에서보면 이번 1000억원의 유상증자는 빈말이 되버린 6년전의 약속을 한시 바삐 이행하기 위한 IBK투자증권의 행보일 수 있다. IBK투자증권은 4000억원(3월 말) 수준인 자기자본을 5000억원으로 끌어올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투자금융 사업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편 및 레버리지비율 규제 도입으로 금융감독당국의 증권사 재무건전성 규제가 한층 강화되는 데 대비하기 위한 포석도 깔고 있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확충을 통해 영업을 강화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갖춤으로써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는 시점에 상장할 계획”이라며 “다만 현재로서는 상장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이 6년전 약속을 가시화시키기 위해 가야할 길은 그만큼 멀다.